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기자말] |
'버스전용차로 없이도 자동차보다 빠른 버스', 정말로 쉽지 않은 문제다. 버스는 기본적으로 승용차보다 가감속 성능이 좋지 못하고, 100km/h 이상 달리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정체 구간에서는 승용차처럼 꼼짝도 못하고 갇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가능하다. 지난 8월 31일 개통해 수도권 서부, 특히 김포와 인천에서 손쉽게 서울의 기존 교통수단과 환승할 수 있게끔 만든 당산역 광역 환승센터에서다.
김포 한강신도시,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당산역을 비롯해 서울역을 잇는 9개 노선이 운행을 시작한 당산역 광역 환승센터는 올림픽대로와 노들로 사이의 유휴부지를 재정비해 만들었다. 서울특별시에서는 10분 이상을 감축할 수 있는 효과를 보았다고 설명한다. 어떤 비결이 있길래 가능한 일일까?
IC 들어갈 필요 없다... 진출입로 정체에서 해방
이미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 위 그리고 고속도로 IC와 연결되는 지점에 정류장을 만든 사례는 많다. 대표적으로 경기순환버스가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의 요금소에서 정차해 환승객과 지역 주민의 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당산역 환승센터의 구조는 지금까지의 고속도로 선상 정류장과 다르다. 고속화도로인 올림픽대로에서 회차하는 지점에 정류장을 설치했다. 그리고 출구 역시 과거 자동차전용도로로 지정되었던 노들로다. 노들로를 이용하면 신호를 거의 받지 않고 바로 올림픽대로로 진입할 수 있다.
당산역 광역 환승센터 개통 이전까지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당산역으로 향하던 버스는 올림픽대로를 지난 뒤 염창 분기점을 빠져나와 당산역으로 갔다. 염창JC는 공항대로와 안양천 뚝방길, 서부간선도로가 연결되는 이른바 상습 정체 구간. 분기점 연결로 진입부터 탈출까지 십여 분이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
당산역에서 김포로 돌아가는 길도 쉽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양화대교남단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는 차량의 행렬에 끼어 있다가 겨우 노들로로 진입한 뒤 염창IC를 통해 올림픽대로로 진입해야 했다. 노들로는 덜 막힌다지만, 당산동 번화가를 그대로 뚫고 가야 하기에 꽤나 시간을 잡아먹곤 했다.
하지만 당산역 환승센터는 올림픽대로에서 버스 전용 진출로로 빠져나오면 바로 정류장이다. 환승센터에서 나올 때도 버스 전용 진출로를 이용해 노들길에 바로 진입하면 된다. 당장 교통 신호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출퇴근 시간에는 기존 소요 시간보다 10분이 덜 걸린다는 표현이 실감 날 정도다.
한계 닥친 당산역 인파 문제도 해결
당산역 광역 환승센터는 차량의 정체뿐만 아니라 '사람의 혼잡' 문제도 해결했다. 당산역에서 회차하는 기존 광역버스들은 당산역 2번 출구 앞에서 승객을 내리고 태웠다.
당산역 2번 출구 앞이 한산하고 인도가 넓은 곳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이곳은 인도가 좁은 데다 번화하기까지 한 곳이다. 당연히 인파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산역 환승센터 개통 이전 당산역 2번 출구 앞은 버스를 기다리는 줄을 선 시민들과 인도를 지나가는 시민들이 뒤엉켜 불편함을 겪곤 했다.
이에 따라 당산역 2번 출구 앞 인도를 중심으로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컸다. 출입구가 있는 곳은 계단으로 인해 인도가 좁아져 병목 현상이 빚어지는 데다, 퇴근 시간이면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면서 이미 있는 인도를 반 이상 잡아먹어 인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
좁은 정류장에 승하차에 걸리는 소요 시간이 긴 광역버스 노선이 여럿 정차하면서 사고 위험도 있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당산역 2번 출구 정류장에 정차하려던 시내버스와 마을버스가 추돌해 승객 15명이 다치는 일도 있었다.
그런 인파가 상당수 당산역 광역 환승센터로 빠지게 되었다. 당산역 2번 출구 정류장이 배차 간격이 짧고 승하차 시간이 짧은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중심으로 바뀌면서 당산역 2번 출구 앞도 '인파 다이어트'에 성공, 시민들이 더욱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전용도로 위 회차하는 버스, 더욱 많이 볼 수 있길
물론 당산역 광역 환승센터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2호선 접근성이 좋은 대신 9호선 접근성은 크게 나빠졌다는 점이 아쉽다. 기존 버스 정류장에서 70m만 걸으면 9호선 출구와 연결되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210m가량을 걸어야 하기에 불편함이 커졌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특히 환승센터에 택시와 승용차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승용차와 택시가 이따금 통과하는 것도 아쉬움을 남겼다. 9호선 역사와의 접근성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단속 장비를 갖추는 한편 가까운 여의하류IC와의 혼동을 낮출 수 있도록 자동차를 대상으로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
그런 자잘한 아쉬움에도 당산역 광역 환승센터의 개통은 다른 어느 환승센터의 개통 소식보다도 반갑다.
국내 환승센터 중에서는 처음으로 자동차 전용도로 본선에서 환승센터가 연결되고, 환승센터를 나가면 다시 자동차 전용도로에 준하는 도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시성을 낮추는 요인이 되는 나들목에서의 병목 현상을 겪을 필요가 없는 데다, 일반 도로 경유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온 시간 만큼 나들목에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도로, 국내에 생각보다 많다. 특히 광역버스의 경우 주요 환승 지점을 연결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로 인한 불편을 겪어야 했다. 당장 강변북로에서 잠실대교로 나가는 길이나 제2자유로 종점에는 출퇴근 시간에 버스의 행렬이 늘어서 있다.
앞으로 이런 도로에서 지하철역과의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제2의 당산역 환승센터'를 만들면, 더욱 많은 지역에서 출근하는 길이 10~20분씩 빨라지게 될 테다. 이렇게 좋은 정책이 더욱 많은 지역에서 시행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