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성교회
명성교회 ⓒ 지유석

한국 개신교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아래 예장통합)이 오는 24일 총회를 앞두고 "교회세습 방지법 삭제안"을 다루기로 함으로써 소속 교회와 목회자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안건으로 다룰 교회 세습방지법 삭제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앞으로 목회자 자녀들이 부모가 목회하던 교회를 이어받는 게 가능해 교회 사유화라는 사회적 비난이 거셀 전망이다.

예장통합 교단은 지난 2013년 제98회 총회 때 참석한 총대 1033명 중 870명의 찬성(84%)으로 '교회세습 방지법'(교단 헌법 제28조 제6항)을 제정해 이듬해부터 시행하였다. 이 법안에 따르면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 목사나 시무 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나 담임목사로 일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다만 "자립대상교회"(목회자 급여를 해당 교회에서 지급하기 어려울 만큼 재정 자립도가 낮은 교회)에는 이 법령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게 일명 '교회세습 방지법'이다.

예장통합 교단이 교단 헌법으로 이 같은 법을 제정한 후 지난 십 년 동안 서울명성교회를 제외하고는 이 법이 지켜졌다. 재적 교인 10만, 출석 교인 5만으로 알려진 서울명성교회는 지난 2015년 김삼환 목사가 은퇴한 뒤 그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세습하려다 교단 안팎으로 많은 반발과 논란을 빚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제104회 총회(총회장 김태영)가 "총회 헌법과 교회법 등을 잠재한(법령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 수습안을 마련해 2021년 김삼환 목사 아들 김하나씨가 담임목사로 취임하였다. 일부 목회자가 제104회 총회 결의는 "법을 잠재한 것이라 무효"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 소송을 각하했다. 이어 지난해 대법원은 "명성교회 김하나 담임목사 부존재 확인 소송"조차 상고 기각해 사실상 교회 세습을 허용하였다(관련기사: '세습금지' 결의한 곳에서 폐기?... '명성'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https://omn.kr/23xts).

이러한 예외가 생겨나자, 지난 9월 1일 예장통합 교단 총회의 역대 헌법위원회 위원장 7명은 교단의 "세습방지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더 나아가 총회 헌법위원회(교단 헌법을 해석하는 위원회)는 교회 세습 방지법(교단 헌법 제28조 제6항)을 삭제하는 안건을 총회에 청원하였다. 그 청원 사유로 "세습금지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교회 간 합병 및 교단 탈퇴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법 적용이 유명무실하게 됐고 교단 내 논란과 갈등을 야기한다"는 등을 제시하였다.

 예장통합 총회 헌법위원회가 청원한 '교회 세습방지법'(교단 헌법 제28조 제6항) 삭제안
예장통합 총회 헌법위원회가 청원한 '교회 세습방지법'(교단 헌법 제28조 제6항) 삭제안 ⓒ 정병진

이처럼 '교회세습 방지법 삭제안'이 총회 안건으로 올라오자, 그동안 교회 세습방지법을 적극 지지하며 명성교회 세습 저지를 위해 힘쓴 '신앙고백모임' 등 예장통합 교단 내 목회자 개혁모임은 큰 우려를 나타내며 반발하는 중이다.

서울정릉교회 당회(당회장 박은호 목사)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 교회 세습방지법(교단 헌법 제18조 제6항)이 "'삭제'된다면 한국 교회는 돌이킬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심각한 문제(교회 사유화 확산 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 뜻을 뚜렷이 밝혔다.

김수원 목사(서울 태봉교회, 전 서울동남노회 노회장)도 "교회 세습 금지법안 '삭제'는 세습한 교회와 세습하려는 교회를 위한 것"일 뿐이라며 "총회가 교단 헌법과 교회 법의 원칙을 어기고 서울명성교회 세습을 허용한 결과 이처럼 교단이 망가지는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신앙고백모임도 지난 12일 입장문을 내 "교회 사유화는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고전 12:27)를 무너뜨린다"라며 "거룩한 공회(공교회)를 지키고 계승하려면 교회세습 금지법을 삭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교회 세습방지법 '삭제안'에 반대 뜻을 표명한 신앙고백모임의 입장문
교회 세습방지법 '삭제안'에 반대 뜻을 표명한 신앙고백모임의 입장문 ⓒ 정병진


한편 예장통합 교단은 현 총회장의 불륜 추문 의혹으로 총회 개최 장소를 찾지 못해 한동안 어려움을 겪다가 경남 창원 양곡교회당에서 24일부터 26일까지 총회를 열기로 하였다. 예장통합 증경총회장단(전 총회장들의 모임, 대표 림인식) 임원회는 "총회장의 총회 참석이 총회의 원만한 진행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총회 역사상 초유의 불행한 일을 야기할 수 있다"며 총회장의 총회 불참을 권고하였다.

하지만 김 총회장은 "총회장이 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불의한 자들의 비방대로 불륜을 인정하는 것이고 그것이 총회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며 참석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총회 개회부터 진통이 예상된다.

#교회세습#서울명성교회#예장통합#개신교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