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의 먼바다에는 격렬비열도라는 긴 이름을 가진 자그마한 섬이 하나 있다.
어려운 이름 빼고는 그리 내세울 것이 없던 이 섬은 지난 2014년 중국인의 서격렬비도 매입 시도가 방송에 나오면서 갑작스럽게 세상의 중심에 섰다.
격렬비열도는 북격렬비도, 동격렬비도, 서격렬비도 등 3개 섬으로 이뤄졌는데 이 중 동격렬비도와 서격렬비도가 개인 소유다.
긴 세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일본에 대한 오래 묵은 분노와 영토권과 소유권에 대한 혼돈이 합쳐지면서 격렬비열도는 단박에 서해의 독도로 격상했다.
정부도 2016년 격렬비열도를 '외국인 토지거래 허가지역'으로 지정한 후 2022년 7월 국가관리 연안항으로 최종 지정하는 등 문제의 싹을 미리 자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독도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으나 과거 제국주의 열강이 자국민 보호를 구실로 타국 영토를 유린한 사실을 보면 격렬비열도 역시 100% 안전지대는 아니다.
격렬비열도 인근 해상에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유권이 중국인 손에 넘어간다면 유무형의 각종 문제 발생과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갈등 유발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정학정, 사회·경제적, 생태·환경적, 문화·관광적 가치가 높은 격렬비열도지만 독도와 비교해 민간 차원에서의 관심이 현저히 낮아 아쉬움이 컸다.
최근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태안군과 태안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태안군 격렬비열도 가치 증진에 관한 조례'를 공포한 데 이어 7월 4일을 격렬비열도의 날로 지정해 선포하는 등 격렬비열도를 태안의 섬이 아닌 대한민국의 섬으로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군민들도 이에 발맞춰 격렬비열도사랑운동본부를 결성하고, 오는 24일 출범식을 개최하는 등 국민의 마음속에 격렬비열도를 독도만큼이나 인상적으로 각인시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오는 24일 초대회장으로 취임하는 윤현돈씨는 "이 땅의 아버지들은 자식들을 앉혀놓고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가르쳐 왔다"면서 "격렬비열도사랑운동본부 출범은 작은 출발이지만 그 내면의 의미는 웅대하다, 범군민운동으로 시작했으나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이미 시작됐다"고 포부를 밝혔다.
19일 현재 24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한 격렬비열도사랑운동본부는 전국적인 회원 확보에 나섰다. 향후 정부가 개인 소유인 동격렬비도와 서격렬비도를 매입하는 상황이 올 경우 범국민 모금 운동 등을 통해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