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첸나이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1500여명이 임금 인상과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며 12일 넘게 파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냉장고·세탁기·TV 등 가전제품을 만드는 이 공장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2만 5000루피, 우리 돈으로 40만원 정도라고 한다.
21일 BBC·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첸나이 삼성공장에서 일하는 인도 노동자들은 지난 9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BBC 보도에 의하면, 인도 노동자들은 "냉장고, 세탁기, TV 등의 제품을 10~15초마다 완성해내라는 압박에 시달린다", "4~5시간 동안 쉬지 않고 노동하며, 근로 환경도 안전하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인도에 있는 삼성 공장 2곳 중 하나로, 총 2000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고 한다. 연간 120억 달러(약 16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인도 매출의 약 19%를 이 공장이 담당한다고 한다.
현지 노동자들은 사측에 신생 노조인 '삼성인도노동복지노조(SILWU)'를 인정하라고도 요구하고 있다. 첸나이 삼성전자 공장이 운영돼온 지난 17년간 제대로 된 노조가 없었다고 한다. 파업에 참가한 한 노동자는 BBC와 인터뷰에서 "공장 설립 이래로 노동자들은 불만이나 노조 설립 없이 일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상황이 악화하면서 이제 우리는 노조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파업이 장기화하자,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최근 현지 법원에 파업 노동자들로 하여금 공장 접근을 금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현재 노동자들은 출근을 하지 않은 채 공장 주변에서 천막을 치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이것이 조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사측은 "근로자의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이 문제(파업)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6일에는 인도 경찰이 파업 시위를 벌인 노동자 104명을 억류했다가 풀어주는 일도 있었다.
"제3세계 노동자 착취·저임금 강요"… 연대한 국내 삼성 노조들
최근 국내에서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창사 55년 이래 첫 파업을 벌이는 등 노조 불모지였던 삼성전자 내 노조 활동이 국내외적으로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2020년 5월 국정농단 뇌물죄 등으로 구속위기에 처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에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종식하겠다고 공식발표 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외 삼성전자 노동조합들은 사측에 노조를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19일 성명을 내고 "인도 첸나이 인근의 삼성전자 가전 공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SILWU 주관 파업에 깊은 연대의 뜻을 표한다"라며 "이번 파업은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의 인정, 임금 인상, 노동시간 개선 등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하며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전세계 어디에서나 노동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이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라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도 삼성전자의 무노조 경영에 맞서 저항하고 있는데, 인도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무노조 경영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지난 2019년 11월 설립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올해에만 조합원수가 2만 5000명 이상 늘어 현재 조합원이 총 3만 6000여명에 이른다.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 수는 12만여 명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전자판매, 삼성SDI, 에버랜드 노동자들이 속해있는 금속노조도 20일 성명을 내고 "인도의 삼성 노동자의 파업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엄호할 것"이라고 했다. 금속노조는 "노동자의 단체행동, 파업권 보장은 세계 인권의 공통이거늘 삼성 자본은 아랑곳하지 않고 국경을 넘어 노동자 탄압을 일삼고 있다"라며 "삼성은 '세계 일류'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에 저임금을 강요하지 말라. 제3세계 국가를 포함한 세계 노동자를 착취하지 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