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대학 사회 딥페이크 성범죄의 심각한 현실을 공유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대학 사회 내 딥페이크 성범죄 진단과 변화를 위한 대학생 집담회 지옥이 된 대학을 구하라!'가 개최되었다.
간담회를 개최한 곳은 '딥페이크 성범죄 OUT 대학생 공동행동'(대학생 공동행동)이며, 20개 대학 내 사회 · 인권 · 페미니즘 동아리 및 학내 자치 기구가 모인 단체(9월 25일 기준, 추가 모집 중)로,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소속 단체이다. 이들은 대학에서 발생한 딥페이크 성범죄와 페미니즘을 포함한 인권 의제 전반에 대해 발생하고 있는 백래시(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를 해결하기 위해 모였다.
심각한 딥페이크 성범죄, 대학 당국은 나몰라라
현재 대학 사회의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서울대, 인하대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발생해 공론화 되고, 전국 70여 개 대학 이름을 단 딥페이크 성범죄 방이 드러났다. 그러나 대학들은 대책 마련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강나연 서페대연 운영위원은 딥페이크 성범죄의 원인은 성평등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남성 권력'이며, 이를 키워온 것은 자본과 국가 그리고 성평등과 인권 가치를 거부하는 '백래시'라고 분석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나와봤자 여성들은 성기에 불과하다'는 가해자의 말이 의미하는 것은 "여성을 비인간적 존재로 끌어내리면서 남성적 권력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며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권리 상승에 대한 부정과 그로 인한 불안함의 반영"이라고 했다.
강 운영위원은 남성 권력의 문제를 짚으며, "페미니즘은 이 지점을 설명할 때마다,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한다며 비난을 받았"지만, "남성이기에 이 사회가 부여하는 권력이 있다는 점, 그 권력을 한껏 강화하고 부리고자 할 때 폭력이 발생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해야 우리 사회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고등학교에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대학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중·고등학교 교육 당국은 '충청북도-경찰청-충북교육청의 업무 협약, 서울시의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을 위한 교장·교감·관리자 연수, 울산교육청의 학생과 학부모, 교원을 포함한 토론회'를 여는 데에 반해 "대학에서 발생한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해서는 언급이나 대책이 발표된 바가 없다"며 "교육 현장이자 생활 공간에서 발생한 성범죄에 대해 교육부도 대학 당국도 어떠한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지금, 대학에서의 딥페이크 대응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딥페이크 성범죄 확산에 길을 열어준 또 다른 범인으로 대학 사회의 백래시를 지목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피해를 부정하거나 오히려 남성이 피해자라는 역차별 담론이 똑같이 나왔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학 내에서 성평등과 인권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지형을 넓혀가야 함을 강조하고, 페미니즘의 가치를 지키는 일에 함께하는 연대 세력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갈라치기 커뮤니티 여론 대신 공감과 분노의 연대 세력화 필요
박가현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이하 인동) 고려대 지부 지부장은 '젠더 갈등' 담론과 여성 혐오가 주류인 온라인 커뮤니티는 대학의 여론을 대변하지 못함을 확인했다며 대항 담론 형성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2일 고려대 학내인권단체협의회(이하 학인협)는 캠퍼스 내 광장에 나가 딥페이크 성범죄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며 이에 동의하는 연서명을 받았다.
박가현 지부장은 "그 결과 약 5시간 만에 3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연서명에 동참했으며, 23일 기준으로 550명의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그는 "대학 사회의 여론이 젠더 갈등 및 여성 혐오로 대표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개개인에게선 사안에 대한 공감과 분노를 발견할 수 있다"며 "파편적으로 흩어진 공감과 분노를 모아 세력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가현 지부장은 딥페이크 성범죄 OUT 대학생 공동행동이 학생들의 공감과 분노를 모으고 학교 당국에 대책을 촉구하는 '대학순회 선전전 및 오픈마이크', 교육 당국에 근본적인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교육부 또는 정부 종합청사에서의 기자회견', 더 많은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는 '온라인 실천' 등의 3가지 실천을 하자는 제안으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대학 당국의 의지가 학내 평등 분위기에 결정적
이어지는 현장 토론에서는 각 단체가 소속된 학교의 백래시 등 학내 분위기를 나누었다. A대 성평등위원회는 페미니즘과 소수자 이슈를 다루는 소식지를 매달 발간하여 행정실의 직인을 받아 학내 게시판에 부착하는데, 이 소식지가 행정실에 걸려온 한 통의 항의 전화로 인해 떼어진 일이 있었고, 이에 항의하자 학과장에게 "대학 본부 차원에서 금지하는 내용"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A대 성평등위원장은 "학교와 교수들이 교묘하게 모르는 척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B대학의 인권 동아리는 "B대학은 백래시가 담론장에 발붙이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그 이유를 1학년 필수 교양 수업인 '예술가의 젠더 연습'으로 꼽았다. '예술가의 젠더 연습'은 2019년 '문화계 미투' 이후 편성된 필수 과목으로, "인간으로서, 예술가로서 페미니즘을 왜 공부해야하는지" 배우고, "인간 중심이 무엇인지" 사고하고 배우는 과목이다. 발언자는 학기 초가 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수업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그들의 언어에 권력이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으며 "최소한의 합의가 더욱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발언자는 교양 필수 수업 뿐만 아니라 "다른 강의에서도 '페미니즘 에코 예술 비평'과 같은 내용을 많이 다룬다"며 다른 강의의 교수들 또한 성평등한 분위기 조성에 동참하는 것이 주는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대학 본부의 성차별과 폭력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와 제도가 학내 분위기를 좌우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대학 본부에 따라서 성인권 수업을 1학년 필수 과목으로 개설할 수 있고, 교수에게 성평등 교육 의무를 부과할 수 있으며, 대학 내 자치 기구와 단체의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를 폐지하거나 개선할 수도 있었다.
대학의 변화가 사회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한편, 참여자들은 학내 페미니즘과 인권 의제 활동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 또한 나누었다. 대학의 탈정치화가 심화되면서 대학생들이 페미니즘이나 인권 의제에 무관심해지는 현상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한 단체의 역량만으로 사안에 대처하기 어려울 때 공동 또는 연대하여 대처하는 방법 등이 의견으로 제시되었다.
또 "사회가 대학보다 더 큰 단위로서 사회의 안티 페미니즘이 대학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며 대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서페대연 대표는 "18년도에 사회적으로는 미투 운동이 일어났지만 대학에서는 총여학생회가 폐지 되며 백래시가 시작되었다"며 대학 사회의 백래시가 먼저 그리고 더욱 심화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대학 내에서 발생하는 백래시를 더욱 사회에 알리고, 시민 사회와 함께 대학 당국의 변화를 촉구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대학생 집담회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 마무리되었다. 대학을 차별과 폭력이 아닌 안전과 평등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딥페이크 성범죄 OUT 대학생 공동행동'의 행보를 기대한다.
*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강남역에서 말하기 대회를 이어갑니다.
[딥페이크 성범죄 OUT
대학생 공동행동 단체/개인 참여신청 링크]
https://bit.ly/deepfakeout_univ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단체/개인 참여신청 링크]
https://bit.ly/deepfakeout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소식 보기]
서울여성회 인스타그램 @seoulwom
서페대연 인스타그램, 트위터 @seoulfe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