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번도 아니고 정말 해도 너무 한다. X는 저거가 싸고 지원도 안 해주면서 치우기는 우리 보고 치우란 말인가."
낙동강 하구언 수문개방으로 조류를 타고 경남 거제 해역을 덮친 쓰레기 더미 앞에서 외치는 거제 어민들의 하소연이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바다 쓰레기는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며 지원 한 푼 없이 나 모른다 하면서 발뺌이다"라고 울분을 토한다.
폭우 이후 열린 수문... 거제 해안가는 '쓰레기 천지'
육지 주민들에 의해 해양쓰레기가 유입된 만큼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수거·처리비용도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30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낙동강 상류 지역에 쏟아지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1일부터 낙동강 수문을 개방했다.
수문이 개방되자 수문에 막혀 쌓여 있던 생활쓰레기와 초목류 등 온갖 육지 쓰레기가 담수와 함께 조류를 따라 22일 거제해안 전역을 덮쳤다. 보통 수문이 개방된 뒤 빠르면 16시간 이후 거제 해역에 어김없이 도달한다.
올해는 모두 세 차례 낙동강수문이 열리면서 거제 해안가는 세 차례 '해양쓰레기 천지'가 됐다.
올해 수문개방은 ▲7월 8일~10일 초당 9380톤 ▲7월 10일~23일 초당 1만7800톤 ▲9월 21일~10월 2일 초당 1만5100톤(진행중) 등이다.
장마철 연중행사처럼 보였던 해양쓰레기 대란이 기후위기 등으로 이젠 분기행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7월 장마철 집중호우 때는 400톤의 육지쓰레기가 거제 해역에 몰려들었다. 갑작스런 집중호우가 내린 이번 낙동강 수문 개방 때는 300여 톤이 거제로 해안가를 뒤덮었다.
장목·하청·일운·사등면을 비롯해 옥포·능포·장승포 등 거의 거제 전역에서 육지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농약병·음료수병·가전용품·타이어 등 각종 생활쓰레기와 나뭇가지·스티로폼 조각들이 해안가를 뒤덮고 있다.
모두가 낙동강 상류지역인 대구·경북·부산·경남내륙에서 발생한 쓸모없는 잡동사니들이다.
떠내려온 쓰레기 치우느라 생계도 포기할 정도
거제시는 낙동강 수계지역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느라 연일 비지땀을 흘린다. 각종 장비를 동원해 어민들과 바다지킴이와 함께 해안 뙤약볕에서 남들이 버린 쓰레기를 수거하느라 생계도 포기할 정도다.
거제시는 이번 집중호우 시 거제에 밀려든 해양쓰레기 300톤을 처리하는 비용을 약 9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부분 거제시 예산과 자체장비가 투입되고 감당하기 어려운 예산 일부는 사정하다시피 구걸해 해양수산부로부터 국비 지원을 받을 정도다.
이로 인해 거제시는 해마다 해양쓰레기 처리비용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쓰레기 처리 비용 지원 근거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환경부가 육지로부터 유입되는 해양쓰레기 저감 대책에 소홀할뿐더러 쓰레기 처리비용마저 지원할 근거가 없다는 것.
환경부는 거제시의 국비지원 요청에 대해 '거제는 낙동강 하구역(수계)에 포함되지 않고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현재로선 해양쓰레기 처리비용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2026년쯤 예산을 확보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낙동강 수계에 포함된 부산시는 환경부 지원에 힘입어 낙동강 하구역 정화사업 예산을 42억 원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의 낙동강 하구역 정화사업 예산 16억8000만 원과 낙동강 수계기금 10억1000만 원에 부산시 자부담(15%)을 합친 예산으로, 낙동강 유역 하천 정화사업 등에 사용된다.
경상남도도 섬진강 및 낙동강 정화사업 등으로 13억4000여만 원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거제와 통영 등 일부 지자체는 수계에서 제외돼 정상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거제시만 이래저래 피해를 입는 꼴이다. 환경부는 낙동강 수계가 아닌 거제에는 환경정화사업 예산을 줄 수 없고, 거제 해안가 쓰레기는 해양쓰레기이기 때문에 환경부가 아니라 지자체와 해양수산부가 처리야 한다는 입장이다.
낙동강 수계지역에서 버린 쓰레기지만 바다로 흘러갔으니 환경부 소관이 아니라는 억지 논리와 진배없다. 때문에 낙동강 수계에서 발생한 해양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거제시가 보고 있다. 쓰레기 수거·처리로 발생하는 예산과 인력동원의 직접적인 피해와 노고는 그나마 수치화돼 있어 행정적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해양쓰레기로 인해 파행되는 간접적 피해는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관광시즌 해수욕장 개장시기와 맞물려 주로 발생하는 이들 해양쓰레기는 피서객 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는 물론 관광지 거제의 이미지마저 흐린다. 낙동강 수문 개방이 거제지역 해수욕장 수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떠밀려 드는 해양쓰레기는 정치망 등 어업활동에 피해는 주고 어선들의 항해를 방해하는 등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거제시민들은 대책과 보상은커녕 피해실태조사와 국비 지원조차 힘든데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경남도와 부산시·대구·경북도·환경부의 무책임함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선제적으로 육지쓰레기 유입을 최대한 차단하고 수거해야 할 정부 당국이 본연의 역할에는 소홀한 채 낙동강 수문을 개방해 해결하려는 행정편의적 일처리로 거제는 온갖 쓰레기로 해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거제시민 김아무개씨는 "피해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고, 거제시만의 일은 더욱 아니다. 낙동강 수계지역 모든 광역단체 및 지자체와 환경부 등 정부가 협의체를 만들어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계속 지역을 홀대하고 피해만 입히면 거제시민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거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