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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영화인의 꿈과 열정이 모여 만들어진 서울은평청년영화제. 그 중심에는 서종현 집행위원장이 있다. 해군 중사로 전역한 후 늦깎이 대학생으로 영화연출을 전공하게 된 그는, 2022년 은평을 영화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무작정 영화제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은평구청의 문을 두드리며 제1회 서울은평청년영화제를 개최했다. 예산 마련부터 영화인들의 협력까지, 쉽지 않은 여정을 걸어온 그는 이제 은평을 부산, 전주에 버금가는 영화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서종현 집행위원장의 영화제 뒷 이야기와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사업계획서' 들고 구청 찾아간 청년

 제2회 서울은평청년영화제 서종현 집행위원장 (사진 : 정민구 기자)
제2회 서울은평청년영화제 서종현 집행위원장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 제2회 서울은평청년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약했는데요. 어떻게 영화제를 기획하게 되었나요?

"저는 대학을 좀 늦게 갔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에 바로 해군에 갔고 그곳에서 5년 가까이 일하다 중사로 전역을 했습니다. 해군 생활하면서 공부를 하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다행히 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게 됐습니다.

공부가 늦은 만큼 1학년 때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영화를 찍었는데요. 1학년 2학기 때 60분짜리 영화를 하나 만들었는데 정말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완성한 후 영화가 담긴 USB를 들고 동네 상영관을 돌아다니면서 보시고 괜찮으면 좀 틀어주십사 부탁을 드렸고 몇 번 상영도 했습니다.

그때 영화업계에 계신 분이 이렇게 USB 들고다니지 말고 영화제에 한번 출품해 보라고 하더라고요. 상금도 받고 영화관에서 상영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면서요.

그 얘기를 듣고 아 영화제라는 게 이래서 필요한 거구나, 내가 한 번 이 영화제를 기획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2022년 겨울이었습니다. 무작정 사업계획서를 하나 써서 '서울 청년센터 은평'을 찾아갔어요. 은평에서 초중고를 다 나오고 은평이 키운 지역 청년인데 앞으로 10년 뒤에 부산이나 전주에 버금가는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은평으로 만들고 싶다, 은평을 영화의 고장을 만들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 사업계획서 하나 들고요?

"좋은 영화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가득차 있었어요. 너무 감사하게도 은평구청에서 좋은 사업으로 봐주셔서 예산을 마련해 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대출 받은 돈을 보태서 5000만 원으로 제1회 서울은평청년영화제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는 게 별로 없는, 이제 영화공부하는 1학년 학생이었는데요. 일단 이렇게 첫 발을 내딛게 되었고 다른 영화제들은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 직접 가보면서 공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계 계신 분들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누구라고 할 거 없이 전부 다 재밌어 하시는 거예요. 왜냐하면 영화계도 침체돼 있는데 어떤 젊은 청년이 나서서 영화제를 한다고 하니까 좋게 봐주신 거 같아요.

도움 요청을 하면 이메일로도 답변을 주실 수 있는데 한 번 만나자고 하시면서 관심을 보여 주셨어요. 독립영화 배급사 대표님들, 영진위에 계신 분들, 영화 감독님들께서 조언을 해주셔서 영화제는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감을 좀 잡게 됐습니다."

 영화제에서 감사인사를 전하는 서종현 집행위원장 (사진제공 (사)날개숲)
영화제에서 감사인사를 전하는 서종현 집행위원장 (사진제공 (사)날개숲) ⓒ 은평시민신문

- 막상 영화제를 시작했지만 고민도 많았을 거 같은데요.

"영화제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청년 영화제는 기존의 영화제와는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고민을 했는데요. 무엇보다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영화제들을 다녀보니 관객과의 대화도 너무 딱딱하게 진행이 되더라고요. 은평은 좀 다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관객과의 대화에서 질문한 분들께 드리는 선물로 감독님의 사인이 들어간 포스터도 만들고 영화제 굿즈도 직접 디자인해서 만들었습니다."

- 기억에 남는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했네요.

"돈도 들고 힘도 들었지만 그래도 와 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니까요. 영화제를 찾아주시는 감독님, 관객분들 한 분 한 분이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작년에 제1회 영화제를 했는데요. 작품 시상도 열 작품을 했는데 예산이 부족해서 상금도 못드리고 트로피를 만들어 드렸어요.

너무 감사하게도 그 분들이 진심을 알아주셔서 제2회 서울은평영화제 집행위원이 돼 주셨어요. 1회 영화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시는 분들이 '우리 같이 해봅시다' 하면서 제2회 영화제를 출발하게 된 거죠."

116개국-작품 4350편 출품되는 영화제가 되다

 제2회 서울은평청년영화제에 전시된 감독의 책상 (사진제공 (사)날개숲)
제2회 서울은평청년영화제에 전시된 감독의 책상 (사진제공 (사)날개숲) ⓒ 은평시민신문

- 제2회 서울은평청년영화제에 116개국, 4350편이 출품되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많은 작품이 어떻게 출품될 수 있었는지 정말 놀라운데요.

"감사하게도 입소문이 좀 난 거 같아요. 국제 출품작은 각 국가별 플랫폼과 배급사를 통하기도 했고요. 훌륭한 작품을 제작한 감독님들께는 직접 연락을 드렸어요. 은평청년영화제가 다른 영화제랑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성장해서 국내 감독님들은 경쟁적으로 출품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뭔가 이제 떠오르는 영화제처럼 생각을 해 주시기 시작했는데요. 영화인들이 '은평청년영화제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여기 가면 내가 주인공'이라는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더라고요. 은평이 전국에서 제일 잘한다 그런 말씀도 주시더라고요."

- 이번 서울은평청년영화제의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영화의 꿈을 안고 제작하고 있는 감독님들이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일이죠. 국제 초청 작품을 칸 영화제에서 세 편, 베를린 영화제에서 두 편을 가져와서 한국 최초 개봉을 했는데요. 이 섹션을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소개시킨 일도 큰 보람이고 무엇보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관객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고 질문을 하는 모습이 가장 큰 성과이고 보람이었습니다."

 9월 12일 열린 '지역축제 및 문화관광산업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서종현 집행위원장 (사진 : 정민구 기자)
9월 12일 열린 '지역축제 및 문화관광산업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서종현 집행위원장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 은평청년영화제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제가 아직 영화를 공부하는 대학생이고 영화제에 대해 모르는 부분도 많은데요. 그래도 제가 이렇게 감독님들을 모시고 관객분들을 모셔서 자리를 만들면 서로 행복한 자리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만든 영화제가 감독,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갔던 것 같습니다. 특히 관객분들의 참여도가 너무 높았는데요. 영화에 대해 질문하고 영화포스터도 꼭 챙겨가려고 노력하는 거 보면서 감독님들도 너무 행복했다고 해요."

- 개막제작 지원작으로 '나만 아는 춤'이 선정됐는데 어떤 과정으로 선정됐는지?

"영화 제작 계획서가 수백 건이 들어왔는데요. 그 중 5건을 추려서 다시 심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감독님들이 오셔서 나는 영화를 이렇게 찍겠다, 은평의 지역 자원을 활용해서 영화를 만들겠다 등의 발표를 했는데 그래서 선정된 작품이 김태양 감독님의 '나만 아는 춤'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무용 강사가 수강생들과 함께 안무를 만들어보는 이야기예요. 청년영화제와도 결이 맞닿아 있기도 했고 은평구 로케이션을 담겠다는 제작 계획도 있었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분이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이미 스타 감독인데요. 이런 감독님도 은평청년영화제와 함께한다는 점이 참 좋죠."

- 올해 예산은 얼마나 지원 받았는지?

"은평구에서 7200만 원을 지원받았고 저희 (사)날개숲에서 노력해서 서울시에서 1000만 원을 확보했어요."

- 1억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은평청년영화제를 수준높게 운영했다는 점이 놀라운데요.

"적은 예산으로 영화제를 꾸리고 있다는 사실을 영화인들이 알고 있어요. 감독님들도 은평청년영화제에 함께 하면서 은평청년영화제를 이끌어가는 이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말씀 전해주셔요.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제일 잘한다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사실 '예산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라는 게 숨겨져 있는 거죠."

"힘들지만... 다함께 행복한 축제로, 멈출 수 없어요"

 제2회 서울은평청년영화제 서종현 집행위원장 (사진 : 정민구 기자)
제2회 서울은평청년영화제 서종현 집행위원장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 청년들의 열정이 높은 건 좋은데 영화제 지속가능성이라는 점에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이는데요.

"네, 맞습니다. 영화제를 진행하기 위해 제가 대출도 받았는데요. 그거 갚느라 야간 알바도 하고 있어요. 가능하다면 예산이 좀 더 많아져서 제가 하던 일을 조금씩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서울은평청년영화제가 청년 영화인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지난해 영화제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초청 감독님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한 관객분이 전한 얘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관객분은 초청 감독님과 오랜 시간 영화작업을 했는데 생계 때문에 영화를 포기했다고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계속 영화 작업을 해서 영화제 본선 진출 감독이 되는걸 보니 너무 감격스럽다고 하더라고요. 영화의 꿈을 접지 않고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게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 지금 영화계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요. 서울은평청년영화제를 계속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비전은 무엇인지?

"우선 청년 영화의 저변을 넓히는 일을 하고 싶은데요.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매력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은평구 내 도서관이나 체육센터 등에서 청년 영화를 상영했어요. 그리고 청년들에게 영화제작 교육 기회를 줘서 독립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함께하면 조금씩 영화의 매력을 느끼게 되고 이런 분들이 영화인들에게 또 다른 힘이 돼주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좀 더 깊이 주민들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지역에도 고립은둔 청년들이 있는데요. 그런 분들이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도록 같이 영화도 보고 얘기도 나누는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두 번의 영화제를 하는 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고 영화일 할 수 있게 법인도 만들었는데 이 모든 일이 사실 다 감사한 일입니다. 영화제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는 다시는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다 함께 행복한 축제를 만들다 보니 이제 절대 멈춰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이 들기도 합니다."

 제2회 서울은평청년영화제 (사진제공 (사)날개숲)
제2회 서울은평청년영화제 (사진제공 (사)날개숲) ⓒ 은평시민신문

- 집행위원장님의 열정이 정말 느껴지는데요.

"저도 청년 영화감독이기 때문에 가을에 작품 하나, 내년 여름 전에 하나 이렇게 두 편을 찍을 예정입니다. 저도 영화감독으로서 커리어도 쌓고 영화제도 잘 운영하면서 감독님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 청년 영화인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거 같은데요.

"청년 영화인들께는 저희와 함께해주신 그 마음 기억하고 늘 영화를 사랑하고 감독님들을 소중히 대하고 관객분들과 행복한 자리를 만들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어가겠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고요.

앞으로 모실 청년 영화감독님들께는 그 어떤 작업 역량을 갖고 있든, 그게 비록 작은 부분의 역량일지라도 상영할 수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출품해 달라고 부탁드립니다.

영화제에 와 주신 지역주민분들께는 함께 그 행복한 시공간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 꼭 드립니다. 아직 서울은평청년영화제에 발걸음을 하지 못한 관객분들도 단편 영화의 매력을 꼭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은평청년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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