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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사망을 보도하는 AP 통신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사망을 보도하는 AP 통신 ⓒ AP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64)를 '제거'했다고 밝혔고, 헤즈볼라도 이를 확인했다.

이스라엘군은 28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헤즈볼라 지도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를 공습해 나스랄라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을 '새 질서'(New Order)로 이름 붙이고 나스랄라를 몇 년간 실시간 추적했다면서 "그는 수많은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을 살해하고 수천 건의 테러를 계획 및 실행한 책임이 있다"라고 비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나스랄라 암살은 우리의 전쟁 목표 달성에 꼭 필요했다"라며 "이스라엘은 적들의 위협을 제거하고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집에 돌려보낼 권리가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아직 할 일이 끝나지 않았다"라며 "우리는 앞으로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고,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을 향해 "우리를 공격하는 자는 우리도 공격할 것"이라며 "이란을 비롯해 중동에는 이스라엘의 팔이 닿지 않는 곳이 없으며, 많은 사람이 그것을 알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 "적과의 성전 계속하겠다"

헤즈볼라도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이 순교자 동지들과 함께하게 됐다"라며 사망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레바논과 레바논인들을 지키기 위해 적과의 성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싸움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도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5일간의 공개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하메네이는 별도의 성명에서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가 이끄는 저항군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사악한 이스라엘에 맞서는 모든 저항군이 헤즈볼라를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이란 부통령은 "순교자 나스랄라를 부당하게 살해한 것은 이스라엘의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도 "저항의 지도자가 순교하면 더 용감하고 강력하며 결의에 찬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가 계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1992년부터 32년간 헤즈볼라를 이끌어 왔으며,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하마스를 지원하며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여왔다.

외신은 "헤즈볼라 지하 벙커에 숨어 이스라엘의 공습에서 살아남은 나스랄라의 사촌 하셈 사피에딘(60)이 후계자로 유력하다"라고 전했다.

AP 통신은 "나스랄라의 죽음이 발표되자 아랍 전역에서 슬픔과 기쁨이 터져 나왔다"라며 "이는 수십 년간 중동 분쟁의 최전선에 섰던 분열적 인물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나스랄라를 제거한 것은 헤즈볼라에 엄청난 타격이며, 레바논과 중동 지역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 직접 개입할까... 국제사회 '자제' 촉구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공세를 피해 고향을 떠난 북부 접경지대 주민의 안전한 귀환을 전쟁 목표에 추가면서 헤즈볼라 거점인 레바논 남부 지역과 수도 베이루트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헤즈볼라도 이날 나스랄라 사망을 공식 확인한 이후 이스라엘 중심도시 텔아비브와 요르단강 서안을 향해 미사일 약 90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영토 밖에서 격추했다고 밝혔으나, 일부 미사일 잔해가 떨어지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확전 자제를 거듭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극적인 갈등 고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최우방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스라엘 공습에 의한 나스랄라의 죽음은 그로 인해 희생된 수천 명에 대한 정의의 실현"이라면서도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외교적 수단으로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진행 중인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 나스랄라는 손에 미국인의 피가 묻은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면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중동 분쟁이 더 광범위한 지역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습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행동을 규탄한다"라며 "레바논에서의 어떠한 지상전도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7월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이스라엘의 암살 작전에 살해됐고, 이번에는 헤즈볼라 수장이 제거되면서 중동 정세가 더 거센 격랑에 휩싸였다.

특히 이들을 지원하는 이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영국 BBC 방송은 "이란은 하마스, 헤즈볼라를 비롯해 반(反) 이스라엘 무장단체의 주요 후원자이지만, 이스라엘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이란의 최대 동맹이자 대리 집단이며, 파트너들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이번 사건에는 직접 대응할 수도 있다"라며 "적절한 대응이 없다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레드라인을 더 깊이 파고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란이 직접적으로 개입하면 이스라엘의 주요 동맹국인 미국이 전쟁에 끌려들어 올 위험이 있다"라며 "이란은 미국과 핵 협상을 재개하고 싶어 한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미국의 조언을 무시하고 레바논 공격을 감행했으나, 앞으로 더 중요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헤즈볼라#나스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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