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설계수명이 끝난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3호기(고리3호기)의 계속 운전을 추진한다. 일시적으로 원자로를 멈춘 뒤 가동을 이어가겠단 건데, 환경단체의 반발이 이어진다.
30일 한수원에 따르면, 40년 전 첫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3호기는 지난 28일부터 전력 생산을 중단했다. 이는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한수원은 바로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고리3호기의 수명을 더 늘려 오는 2026년 6월부터 다시 전력 생산에 들어가겠단 계획이다.
계속운전 안전성평가서와 운영변경허가 신청서 제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마친 한수원은 "최신 설비를 도입하겠다"라며 재가동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원전의 수명이 끝났더라도 20년까지 더 연장할 수 있도록 이를 뒷받침했다.
이미 멈췄거나 고리3호기처럼 앞으로 멈춤을 기다리는 원전은 한둘이 아니다. 부산에서만 지난해 4월 고리2호기에 이어 현재 3호기, 내년 4월 고리 4호기가 잇달아 설계수명이 종료된다. 이외에 2026년까지 전남 영광 한빛 1~2호기, 경북 경주 월성 2호기도 계속 운전을 기다리고 있다.
안전 상태에 대한 점검을 거쳐 기존 원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정부·한수원과 달리 환경단체는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날 논평을 낸 에너지정의행동은 "설계수명은 단순 수치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 안전을 위한 한계선"이라며 "수명연장은 예상치 못한 사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각을 세웠다.
지역단체는 "지역에 계속 위험을 전가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는 최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에서 환경운동가들이 연행된 상황을 규탄하는 27일자 성명에서 "부산을 지속 가능하지 않은 도시로 만들 것"이라며 고리 1호기와 마찬가지로 폐쇄를 촉구했다.
일주일 전 기자회견에서도 "부풀려진 전력수요와 데이터센터 등 자본의 에너지사용을 위한 원전의 수명연장은 중단돼야 한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25일 부산시청을 찾았던 탈핵부산시민연대는 시와 시의회를 향해서도 "부산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침묵이 아닌 수명연장 저지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라고 태도 변화를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