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영등포 문화원에서 제1회 영등포 디카시 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이번 공모전에 전국에서 총 452편의 작품이 접수됐고 그중 21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디카시란 디지털카메라(디카)로 찍은 영상과 문자를 표현한 시를 말한다.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로 결합하여 순간의 시적 감흥을 담는 것이 특징이다.
디카시는 이상옥 시인이 2004년 디카시집 <고성가도>를 내면서 알려졌다. 20년이 흐른 지금 문학의 한 장르로 자리 잡고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리면서 참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번 공모전 수상작을 보면 영등포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다. 국회의사당이 있는 정치중심지, 영등포 역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공업도시, 한강을 품은 우수한 생태환경의 모습이 모두 잘 드러났다.
박완규 대상 수상자는 올여름 선유교 위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물, 고층 빌딩, 한강공원을 잇는 강물과 한강 다리의 야경들이 물속에 입체적으로 비치는 아름다운 광경을 담았다고 한다. 사진을 찍고 선유교 위에서 좋은 시를 내려 달라고 두 손모아 기도를 했더니 당선작이 떠올랐다고 한다.
양향숙 금상 수상자는 한여름 8월의 어느 날 문래동 철공소 앞을 지인과 함께 지나게 되었는데 철공 단지에서 다양한 파이프가 진열된 점포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크기나 모양에 따라 쓰임이 제각기 다른 것을 보고 사람도 자신의 자질과 능력에 따라 쓰임이 다르다는 점이 떠올라 시로 옮겨 보았다고 한다.
이연옥 은상 수상자는 영등포에 있는 공원에서 누군가의 뒷모습 같은 나무를 만났다고 한다. 그 뒷모습이 다시 마주 볼 수 없는 떠나가신 부모님이나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사람의 환영 같았고 작가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고 밝혔다.
최종 심사는 김종회 황순원문학촌 촌장 겸 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과 김창완 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이사가 맡았다.
김창완 이사는 "디카시에서 사진은 사진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중요하다. 경치사진, 풍경사진 이런 게 아니고 그 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그리고 사진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끄집어내서 시어로 승화시켜야 한다"라며 "안타깝게도 사진 설명 같은 시가 많았다. 사진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말을 시로 옮기는 것이고 그 단계를 넘어서야 좋은 디카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현삼 사) 영등포문인협회 회장은 "디지털카메라와 시를 조합한 '디카시'로 문화 영등포를 알리고 영등포의 문학 자산을 축적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공모전을 열게 되었다. 사진은 좋은데 시적 표현이 부족하여 탈락하는 작품이 많았다. 사진과 시의 결합성에서 당락이 결정된다"라며 21명의 수상자 중에서 영등포 거주자는 1명이어서 아쉽고 내년에 더 많이 도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외 수상자는 동상: 김학원(달 사탕), 김경화(풍류의 섬에는), 최찬국(결기), 장려상: 정미정(대화), 김낙영(시간 광장), 황재원(굽힘의 단상), 강승희(윷놀이 한 판), 이장숙(운수 좋은 날), 입선: 김법정(당산동 보호수), 이현원(어머니 잔영), 김은진(나무의 기억), 염혜원(귀로), 송영란(팔도마당), 배찬수(아버지의 초상), 최영숙(잇다), 나금복(국민의 안부), 박하(담금솥), 박수봉(옹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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