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가 상가 공실을 채우는 도깨비 방망이인가?"
지난 9월 26일 세종시의회에서 열린 '세종보 정책간담회'를 지켜본 강형석씨(세종시민)가 세종보를 재가동해야 한다는 시민들을 향해 항의하듯 내뱉은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이날 인상적인 관전평을 정리하면, 이렇다.
세종시는 사실상 침묵했다. 환경부에 세종보 담수를 요청한 당사자였지만, 이에 반발한 환경단체 주장을 반박하거나 해명하지 않았다. 반면, 세종보 가동을 주장한 시민들은 할 말이 많았다. 보에 물을 채우면 상가 공실률이 줄고, 인근 집값이 올라가면서 경제도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만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반대로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일부 시민들은 세종보 해체 결정을 속전속결로 뒤집은 윤석열 정부의 위법과 탈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발언을 이어갔다. 또 그간 환경부가 제시했던 입장과 모니터링 데이터 등을 동원하면서 세종보 담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김재형)가 마련한 이날 정책간담회는 세종시와 세종보 찬성, 반대 입장을 가진 시민과 단체가 함께한 첫 토론 자리였다. 시의회에서는 김 위원장과 이날 간담회를 유치한 이순열 의원 등이 나왔고, 세종시 권영석 환경녹지국장이 참석했다. 또 안영화 한솔동 주민자치회장 등 담수 찬성 입장을 가진 시민과 임도훈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상황실장,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등 반대 입장을 가진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쟁점별 토론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세종보 담수 찬성과 반대 입장에 대한 주장이 엇갈렸다. 그럼에도 양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들은 나왔다. 1시간 50여분에 걸친 이날 간담회 발언을 정리해봤다.
'김병기의 환경새뜸' 현장 생중계 https://www.youtube.com/live/cJF5d41Kz-c?si=IRn4jEk5ZK_lg3kP
[1라운드] 세종시 자료 '편향성' 제기... "왜 불리한 건 쏙 뺐나"
간담회 진행을 맡은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세종보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개방해왔는데, 환경부는 국가물관리위원회의 4대강 보 처리 방안 재심의 결과에 따라 2023년 8월 재가동을 결정하고 보수 공사를 진행해 왔다"면서 "세종보 재가동으로 인한 효율적인 물 관리와 소수력 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 등 실효적인 측면도 있으나 녹조 발생 및 수질 저하 등 하천 환경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이날 간담회 취지를 밝혔다.
우선 권영석 국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금강은 세종시의 중심을 관통하는 중요한 하천 자원이기에 친수 공간을 조성해서 시민들께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또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면서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수생태계 보존을 위해 협의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는 세종시가 추진하는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한 말인 듯했다. 수변 공간에 대관람차를 세우고, 수륙양용버스 등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세종보 담수를 전제로 한 계획이다. 권 국장은 이 발언을 마친 뒤에는 입을 떼지 않았다.
첫 발언자로 나선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권 국장은 '오늘 간담회가 정답을 구하는 과정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이미 정답을 정해놓고 임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면서 세종시가 간담회 자료에 제시한 '세종보 운영현황 및 향후 계획'에 지난 정부에서의 보 해체 결정 과정이 빠져있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세종보 상시개방 이후 좋아진 수생태 환경 등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 등 보 해체 결정의 당위성이 생략된 '편향적 자료'를 시민들에게 나눠준 것에 대한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2라운드] "넘치는 강이 좋았다" vs. "세종보 잦은 고장... 녹조 창궐"
안영화 회장은 "한솔동에 '첫마을'(아파트)이 생긴 뒤에 (세종보 담수로) 물이 찰랑찰랑하게 넘쳤는데 주민들은 한강처럼 강이 보이기에 굉장히 좋아했다"면서 "강가 주변에 아파트를 소유한 분들의 기대심리도 좋았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이어 "세종보가 (개방된 뒤) 물이 흘러가니까, 펄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한강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입주한 주민들이 실망을 했다"면서 "다시 세종보가 운영된다면 상가가 활성화되고 지역 경제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환경단체 등이 제기하고 있는 녹조와 자연생태계 훼손 문제 등에 대해서는 "그건 (세종보 재가동 이후) 환경단체나 물관리정책과, 전문가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말하면서 거듭 세종보 재가동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2012년부터 세종보를 담수했던 6년 동안 지역경제가 보 때문에 살아났을까? 보를 재가동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까? 안 회장은 이런 기대가 어떻게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임도훈 실장은 "세종보가 준공된 다음해부터 유압실린더가 고장이 나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고, 수리 과정에서 잠수부가 죽기도 했다"면서 "그 이후에도 매년 고장이 나서 보가 1년 동안 온전히 가동된 해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보를 재가동한다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기는커녕 과거처럼 매년 고장을 반복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임 실장은 이어 2017년 11월 이후 환경부가 매년 발표한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문재인 정부 때) 4년간 논의해서 세종보를 철거하는 게 좋겠다고 결정한 뒤 2021년 4월부터 보 철거 이행을 위한 세부 계획 수립 용역(금강 세종 구간 자연성 선도사업)을 했고, 자연성을 회복하면서 시민들의 하천 이용여건 개선에 대한 내용도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현재 세종시가 친수공간 확보 차원에서 추진하는 개발 위주의 하천 정비 계획과는 결이 다른,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대안도 있다는 반박이었다.
임 실장은 녹조 문제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8월 26일, 녹조 조사를 했는데 대청호에서 108만 셀(마이크로시스틴 농도 1221ppb)이 나왔다. 이는 우리나라 조류경보 '대발생' 수준이다. 금강 하굿둑에 막힌 강경포구 녹조는 296만 셀이었다. 하지만 세종보 앞은 10만 셀이었다. 대청호에서 흘려보낸 108만 셀의 녹조가 흐르는 구간인 세종보에서는 10분의 1로 줄어들었는데, 하구둑에 막혀있는 강경포구 구간에서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3라운드] "세종보, 녹조와 관련 없다" vs. "수문 연 뒤 88% 감소"
세종시민인 조성희 장남들보전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세종시가 2020년에 추진했던 금강 세종구간 자연성회복 선도사업에 직접 참여를 했었다"면서 "세종보를 해체한 상태를 염두에 두고 친수 구간 이용 프로그램도 제안을 했었다, 강의 흐름을 유지한 상태에서 세종시민들이 충분하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방안이 있는데, 이런 것을 무시하고 윤석열 정부는 보를 재가동하겠다고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위의 임 실장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이어 조 국장은 세종보 건설 이전과 이후, 세종보 개방 이후의 변화된 모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세종보가 막혔을 때에는 녹조가 창궐했고, 큰빗이끼벌레가 나왔다. 물고기들도 떼죽음을 당했다. 수문을 개방한 뒤 쌓여있던 펄이 서서히 사라지고 자연 생태계가 되돌아오고 있다. 냄새도 없어지고, 이제는 주민들이 강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이에 최원석 세종시의회 의원(산업건설위 부위원장)은 "집행부(세종시)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세종보를 가동했을 때 수질이 더 좋아진 것으로 나와있다"면서 "녹조의 발생 여러 가지 요인에는 유량도 들어가지만 온도나 양분(인 등 영양물질)도 무시를 못하는데, 세종시 금강 구간은 그런 것에 영향을 더 받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세종보를 닫아도 녹조가 생기는 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 의원은 이어 "도시의 발전과 강과의 상관관계는 많은 사례를 통해서 역사적으로 검증된 절차인데, 계획도시인 세종시는 이제 갓 10년이 넘은 신생아를 벗어난 단계의 도시"라면서 "세종보는 세종시를 처음 설계했을 때부터 여러 가지 톱니바퀴 중의 하나로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또 "자연 생태계도 중요하지만 금강변에 지금 계시는 지금 소상공인들의 산업 생태계도 중요하다"면서 "금강 수변에 입주를 하게 하시면서 지금은 결국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굉장히 어렵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세종시 소상공인들이 겪는 자금난이 개방된 세종보 때문일까? 나중에 발언권을 얻었던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4대강사업 때) 16개 보를 만들었는데 그 현장에 가서 얼마나 경제적 효과가 있었는지를 한번 분석을 해보셨으면 좋겠다"고 일축했다.
임도훈 실장도 최 의원의 녹조 관련 발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2021년 1월 19일에 <조선일보>에서 '보를 개방하고 나서 녹조가 좋아지지 않았다'는 보도를 했었다. 그런데 다음날 환경부가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그간의 모니터링 결과, 녹조 감소 경향을 확인한 바 있음. 금강-영산강 보의 녹조는 보 개방 전인 2013년부터 2017년까지보다 (보 개방후) 여름철인 6월부터 9월까지 (보 개장 이전) 대비 88% 이상 감소하였음.' 이게 환경부가 낸 반박 보도자료 내용이다."
[4라운드] "단, 6개월 모니터링으로 철거 결정" vs. "무슨 말? BC분석도 했다"
세종시 한솔동 주민이라고 밝힌 홍승원씨는 문재인 정부 때의 세종보 철거 결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홍씨는 "보 처리방안 민관협의체에서 의견수렴을 한다고 해서 한번 가 보았는데 환경부 사무관이 발표를 하는 것을 보니 '6개월 정보 모니터링하니 수질이 좋아졌다'고 했고, 이것이 보 철거 결정의 모태가 됐다"면서 "국가 예산 수천억 원을 들여서 만든 보를 6개월 모니터링해서 철거를 결정한 것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홍씨는 이어 "우리가 낸 세금 수천억 원을 투자해서 만든 보인데, 10년이고 20년이고 개방을 해보고 그때 가서 철거해도 되는 것이 아니냐"면서 "왜 경상도인 낙동강 보는 철거 결정을 하지 못하고 충청도 것만 철거를 하는 것이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조성희 국장은 "6개월 모니터링한 결과를 가지고 결정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확인을 부탁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사실 세종보 해체안은 국가물관리위가 2019년 9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57차례 이상 회의를 하면서 환경부의 제시(안) 및 후속 연구결과와 과학적인 개방·관측(모니터링) 자료 등을 보고받고 토론과 검증과정을 거쳐 내린 결정이었다. 회의 기간만 1년 3개월, 2017년 6월부터 시작된 모니터링 기간을 포함하면 3년 반 정도의 검증 기간을 거친 셈이다. 또 금강과 영산강, 섬진강 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각각 합의해서 의결한 뒤 제출한 보 처리방안 의견을 종합 검토한 결과였다.
이경호 처장도 홍씨의 주장에 대해 이같이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윤석열 정부는) 세종보 수문을 닫아 담수하는 결정을 15일만에 해버렸다. 어떤 게 더 민주적인가. 조사와 결정 기간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그냥 결정한 게 아니다. BC 분석(비용 대비 편익)도 했다. 세종보의 경우 2.9가 나왔다. 보를 해체하는 게 경제적으로 3배 가깝게 이들이라는 분석에 따라 결정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 50여분 동안 진행됐다. 방청객들도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져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이순열 의원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오늘이 시작점인데 다들 잘 참아주시고 생각은 다르지만 상대의 얘기를 잘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많이 미흡하시고 좀 속상하시겠지만 첫 술에 어떻게 배가 부르겠나, 앞으로도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고 지혜를 모으자"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를 마친 뒤 김재형 위원장은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세종보와 관련된 시민들의 의견과 전문가 단체 입장을 들어보면서 세종시가 과연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다음에는 주제를 선정해 오늘 도출된 문제점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