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3일부터 본투표 전날인 15일 자정까지 공식 선거 운동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선거에는 총 4명이 후보로 등록했지만, 사실상 '조전혁 대 정근식' 즉, 보수-진보 단일후보 양자 대결로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 시민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뜨겁다.
그런데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이슈가 하나 있다. 바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다. 헌법 제31조에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나와 있고, 교육기본법 제6조는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문제는 과거에 아무리 왕성하게 정당 활동을 했어도 후보 등록 1년 전에만 탈당하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진 것으로 본다는 데 있다.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24조 1항은 "교육감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해당 시·도지사의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으로서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부터 과거 1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닌 사람이어야 한다"고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최근 1년 당적 없으면 교육감 출마 가능
한 마디로, 1년이 지난 과거의 정당 활동이나 선거 이력 등은 교육감 후보 자격에 결격 사유가 아니라는 얘기다. 헌법, 교육기본법 등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 조항은 교육 분야만큼은 정치적 영향력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취지인데, 1년이 넘은 과거의 정치 이력은 불문에 부친다는 게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보수 단일후보인 조전혁 후보의 정당 활동 및 선거 이력은 논란이 될 만하다. 조전혁 후보는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됐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새누리당을 탈당해 경기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낙선 후 그는 다시 새누리당에 입당했고, 2016년 총선에 인천남동을 후보로 출마했으나 떨어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 후보는 다시 새누리당을 탈당하여 바른정당에 입당했고, 2017년 지역구를 부산으로 옮겨서 부산 사하갑 당협위원장을 맡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바른정당을 탈당하여 자유한국당으로 돌아왔다. 불과 2년 전인 2022년, 무당적으로 서울교육감 선거에 다시 출마했으나 23.49% 득표에 그쳐 낙선했다.
결론적으로 조 후보는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 정당에 가입했다가 교육감 후보로 나서기 위해 탈당하는 일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렇게 화려한 정치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오는 10월 16일 치러지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입후보하는 데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최근 1년간 정당 가입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진보 단일후보인 정근식 후보는 어떨까. 학자로서의 이력을 제외하면, 그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두 해에 걸쳐 제3기 국방부 군인권자문위원, 국가보훈처 정책자문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북아센터장 등을 역임했고, 2020년 12월부터 2년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일했다. 정당 활동이나 선거 이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득력 없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 잣대
물론,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개념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자는 정권의 입맛에 맞춰 춤추어선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지, "교육자는 어떠한 정치적 목소리도 내선 안 된다"는 족쇄 논리는 교육공무원을 '정치적 금치산자'로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공무원은 일과 후 시간이라 하더라도 페이스북에 올라온 정치적 게시글에 '좋아요'조차 누를 수 없도록 한 현행법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을 떠나 현행 법령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최근 1년 무당적'이라는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24조 관련 조항을 악용하여 입당과 탈당을 되풀이하는 관행은 분명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자정 노력에만 기댈 수 없다면 법령을 개정해서라도 고쳐야 하지 않을까. 다른 자리도 아니고, '교육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교육감에게 정치적 중립은 매우 중요한 가치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