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을 방문해 동성혼 합법화와 차별금지법에 대해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해 논란이다. 수권정당 대표이자 유력 대선 주자로서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일 수 있지만, '먹고 사는 문제'를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루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한 변명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의 혐오 문제는 국가의 미래를 위협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혐오의 단상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2010년대 후반부터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주요 사회적 이슈 중 하나는 바로 '혐오' 현상이다. 2015년 페미니스트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등장은 성별 혐오를 둘러싼 논쟁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군 가산점 논란과 같은 성차별 이슈가 불거지면서 남녀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이와 동시에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는 장애인 권리 운동의 상징적 사건으로 자리 잡았으나, 동시에 많은 이들의 불만과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또한, 매년 열리는 퀴어 축제를 둘러싼 성소수자 혐오 문제 역시 대한민국 사회에서 해결되지 못한 채 지속되고 있다.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외치는 축제 현장은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세력 간의 갈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혐오는 이제 성별, 장애, 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회적 범주로 확산되어 더 이상 소수 집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혐오 문제,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일부는 이러한 혐오 현상을 사회 변화의 과도기적 일환으로 보며,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혐오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혐오적 발언은 일상화되고 있다. 이러한 혐오가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초생활수급자를 비하하는 '기생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꼬는 '젠장 또 ~~야', 일간베스트 유저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추임새, 한국 남성을 폄하하는 '한남' 등 혐오적 표현들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언어는 이제 일상이 되었고, 이를 거부하면 '선비충'이라는 또 다른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이런 젊은 세대가 40~50대가 되어 사회를 이끌게 된다면, 그 결말은 분명하다. 혐오문화는 주류문화로 자리매김 할 것이며, 한국은 혐오의 단상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차별금지법은 지금 제정해야 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한 과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혐오를 종식시키는 것 또한 매우 시급한 문제다. 물질적 빈곤이 신체적 고통을 초래한다면, 사회적 혐오는 정신적 고통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나 혐오로부터 안전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차별금지법은 바로 이러한 혐오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며, 표현의 자유로 포장된 혐오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장치다. 차별금지법은 덜 중요한 의제가 아니며, 후순위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 이는 사회적 소수자를 보호하고, 대한민국에서 만연한 혐오를 종식시키는 출발점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구원할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