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내각이 이시바 신임 총리가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에 대해 한 걸음 물러섰다.
이와야 다케시 신임 외무상은 전날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아시아판 나토 구상과 관련해 "지금 당장 창설하기는 어렵고, 미래의 비전으로서 시간을 들여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고 일본 공영방송 NHK가 3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즉시 상호 간에 방위 의무를 지우는 기구를 아시아에 설립하기는 매우 어렵다"라며 "인도·태평양은 유럽과 달리 각국 정치 체제와 안보 정책이 다양하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또한 중국의 반발에 대해 "(아시아판 나토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며 "어떤 나라도 배제하지 않는 안전보장 협력 관계가 가장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나가타니 겐 방위상도 "안보 환경에 달라지는 가운데 각국 모두 동맹국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라며 지금은 이를 확대해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전에서 아시아판 나토 창설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미국 보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기고한 글에서 "아시아는 나토처럼 집단 자위 체제와 상호 방위 의무가 없어 전쟁이 발발하기 쉽다"라며 "아시아판 나토 창설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핵 연합에 대한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아시아판 나토 창설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평화 헌법에 어긋날 뿐 아니라,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야 "한일, 매우 중요한 양자관계"
이와야 외무상은 한국,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앞으로 '혐한·혐중' 등을 말하면 일본 외교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개선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특히 한일 관계를 두고 "매우 중요한 양자 관계"라면서 "한일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은 쌍방의 이익이 될 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번영으로 이어진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많은 현안과 도전이 있지만, 많은 가능성과 잠재력도 있다"라며 "가능한 한 빨리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을 만나 솔직한 대화를 쌓아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내주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NHK가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라오스에서 윤 대통령을 비롯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도 회담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NHK는 "이시바 총리가 취임 직후 신속히 정상외교를 시작해 역내 평화와 안정에 적극적으로 공헌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각국 정상과 개인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