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에서는 매년 가을이 오면 시간여행 축제를 한다(올해는 2024년 10월 3일~6일). 관광객을 위한 축제이기도 하지만 예능인들이 한 해 동안 열심히 갈고닦았던 재주를 뽐내는 날이기도 하다. 각종 부스를 만들어 놓고 다양한 분야의 볼거리, 먹을거리를 펼쳐 놓는다.
우리 시 낭송 '한시예' 팀도 무대에서 시 낭송도 하고 '군산항 밤부두 콩쿠르' 대회에 참여해 왔다. 올해는 지난 9월 무용제에 올랐던 권번 입춤을 선 보였다. 말이 쉽지 무대에 한번 오르기 위해서는 몇 날 며칠 바쁜 시간을 쪼개며 연습을 해야 한다. 연습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장소를 섭외하느라 회장님이 고생을 하셨다.
나는 지난번 무용 공연 때도 다리가 아파 고생을 했는데 이번 행사에 그만 두지 못 하고 다시 참여했다. '바보 같이 다리가 저리 아픈데 왜 참고 참여를 할까?' 반문할 수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피하지 말고 최선을 다 하자는 게 나와의 약속이다. 무슨 일이든 쉽지 않은 일은 없다. 그 고통을 견딘 뒤에 찾아오는 기쁨과 성취감 또한 크다. 더불어 또 한 가지, 내가 어느 단체의 일원이라면 회원으로서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올해 군산항 밤부두 콩쿠르 무대는 모두가 훌륭했다. 7~8세 어린아이들부터 70대 80대가 넘은 분들이 무대에 올랐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했던 시간들은 행복했으리라. 오랫동안 연습하고 실력을 뽐내는 자리는 빛이 났다.
관중의 호응도 매우 흥겨웠다. 50팀 중 오디션을 거치고 올라온 13팀들은 제각각 자기들만으로 특기로 무대를 뜨겁게 달구었다. 모두가 아마추어인 사람들, 저런 끼를 어찌 감추고 살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놀라웠다.
시간 여행을 하는 동안 군산은 잔치집이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사람들이 많아 생동감이 넘치는 도시가 됐다. 어떤 행사를 하든 사람이 힘이다. 관중이 없는 축제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과 같을 것이다. 모처럼 군산이란 도시가 사람이 많이 모여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다.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는 분들도 박수와 함성으로 응원을 해 주니 신바람이 나서 평소보다 더 좋을 기량을 펼친 듯하다. 우리는 다행히 순서가 빨라 세 번째 때 공연을 끝냈다. 천막 안에서 쉬기도 하고 공연 구경도 하면서 여유를 가져 본다.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는 회원들이 대단하다.
제 각각 팀 별로 무대를 펼쳤던 축제는 끝났다. 기다리던 등수를 발표하는 순간 환호가 터지고 야단 법석이다. 우리 팀은 조용히 차례를 기다렸다. 우리가 생각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순간 허탈했지만 순응하고 심사 기준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대 행사란 등수가 전부는 아니다. 그 과정이 더 소중했다.
50대에서 80대까지 적지 않은 나이인 우리 회원들, 생업이 있는 회원들도 한걸음에 달려와 연습했던 시간들. 장소 섭외하느라, 또는 먹거리 준비하려 동분서주했던 우리 회장님, 한마디 불평 없이 행사를 마친 우리 회원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삶의 내공이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다. 수많은 담금질과 두드림이 있어야 원하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수없이 많은 날들을 연습하고 고난을 겪어 낸 다음, 하고자 하는 소망에 닿을 것이다. 우리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세월의 강을 건너 손에 손을 잡고 우리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