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위기에 내몰린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앞으로 이른 아침 굴삭기가 들어오자, 노숙 농성을 이어왔던 시민들이 연좌하며 굴삭기의 진입을 저지했다.
지난 7일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하룻밤을 지켜냈던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8일 오전 6시 50분부터 성병관리소 앞에 도착한 경찰·동두천시 공무원들을 마주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대책위 관계자와 시민들은 성병관리소를 여성 인권을 다루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보존할 것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며 연좌에 들어간 한편, 공무원들에게 성병관리소의 역사성을 설명하며 철거 강행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한 것은 오전 7시 30분쯤, 성병관리소 인근으로 들어온 중형 굴삭기가 내부로의 진입을 시도하자 대책위 관계자와 시민들은 굴삭기로 달려가 즉각 진입을 저지하며 돌아가라고 외쳤다.
이 과정에서 성병관리소의 철거를 주장하는 동두천시 지역발전 범시민대책위원회(아래 범대위)의 관계자들이 대책위 및 지역주민들에게 날선 발언을 해 한동안 두 단위 간 언쟁이 이어졌다.
범대위는 현장에 함께 있었던 유호준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회 의원과 취재하던 기자들에게도 "왜 외지 사람이 우리 시까지 와서 참견하느냐", "시의 경제·관광 발전을 위해 그간 사라진 타지의 성병관리소들처럼 마땅히 없어져야 한다" 등의 주장을 폈다.
시민들과 대책위는 동두천시와 범대위를 향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고 역사 현장을 지우려는 것은 일본의 역사 왜곡과 다를 것 없다"면서, "윤석열 정부와 동두천시는 '성병관리소 설치·운영이 정부 주도의 국가폭력'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양측의 대립이 과열되자 중재에 나선 경찰은 시와 대책위 대표자 간의 협상을 주선했으나, 시 측은 '언론에서 협상하는 장면을 취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서 오전 중의 협상을 회피했다.
이에 대책위는 언론 기자들을 만나 시 측의 면담 회피에 유감을 표하며, ▲현장에서 시장과의 공개 면담 진행, ▲유엔 인권위 진정과 국회 및 경기도지사 청원의 답변이 나올 때까지 철거 유예, ▲시민단체와 전문가 참여가 포함된 시민 공론조사 실시 등 요구사항을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성병관리소는 미군 기지가 있는 곳에서의 군사주의에 의한 여성 인권 침해 현장"임을 강조하며,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고 후세에까지 그 책임을 지고 있는 독일처럼 역사에 대한 반성을 하는 것이 지금의 동두천시에게 필요한 자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