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투톱' 사이에 재차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김건희 여사를 향해 강도 높은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는 가운데, 정작 '친윤계'로 불리는 여당 원내대표는 말을 아끼며 다른 결의 메시지를 내어 놓았다. 한동훈 대표의 최근 행보를 두고 친윤계의 견제가 점차 노골적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추경호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안 돼...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당 국정감사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동훈 대표의 전날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라고 발언한 데 대해 질문을 받았다(관련기사:
김건희 겨냥 한동훈 "대선 때 국민과 한 약속 지켜라" https://omn.kr/2ahkw).
한동훈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하는 쪽으로 검찰이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사실상 '기소'에 무게를 실은 대답으로 해석된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을 포함한 복수의 친한계 인사들 역시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김건희 여사 기소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추 원내대표의 대답은 한 대표와 달랐다. 그는 "아직 검찰에서 최종 수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소 여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법률과 법리에 따라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은 없다"라고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의 공개 행보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당내 일각의 여론에 공감을 표한 데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추 원내대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만 짧게 답한 뒤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마무리했다.
결과적으로 한동훈 대표의 주장에 호응하지 않으면서 거리를 둔 셈이다.
"그냥 변검술" "김건희 여사, 뭘 잘못했나?" "보수 분열의 단초"
한동훈 대표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목소리도 계속 쏟아지고 있다. 일종의 공개 저격이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전날(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법무장관 하는 동안 기소 여부를 결정 했어야지, 1년 6개월 동안 결정 않고 미적 거리다가 이제 와서 검찰을 압박 하는 게 맞는 처신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여론에 춤추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니다"라며 "그건 국민 눈높이도 아니고 그냥 변검술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용산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 출신인 강승규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1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한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께서 대통령 영부인으로서 어떤 부분에 있어서 뭔가 이렇게 야당이 하는 것처럼 악마화 프레임에 계속 희생물이 되는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라며 "여기에 왜 여당이 부화뇌동해야 하는 건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민심은 대통령 영부인이 악마화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지, 대통령 영부인 때문에 민심이 악화된다고 보이는 건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라고도 주장했다. 김건희 여사 이슈가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부터 당 지지율까지 부담을 주는 '여권의 악재'라는 사실을 부정한 것이다.
특히 "여당 대표도 이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소통해야 된다"라며 "뭔가 좀 양보한다고 해서 지금의 정국이 돌파가 될까?"라고 한동훈 대표를 비판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국민 감정에 따라서 여론 재판해야 되는 그런 사건인가?"라며 "어떻게 법무부 장관 하신 여당 대표가 국민의 감정에 따라서 여론재판을 하라? 국민 여론에 따라서 지금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안 한다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재원 최고위원 또한 같은 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한동훈 장관은 검사 내지 법조인으로서 역할을 해오신 분이기 때문에, 특히 수사는 어떻게 진행이 되어야 되고 그 결론은 어떻게 매김해야 된다는 걸 잘 아실 텐데"라며 "한동훈 대표가 뭔가 지금 과도하게 정치적인 해석이나 정치적 접근을 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은 정치적인 비난이나 또는 여론에 휩쓸려서 결정을 하게 되면 굉장히 큰 문제가 생긴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식의 접근이 계속되면 결국은 보수 분열의 단초가 되고, 그렇게 되면 과거에 우리가 겪었던 이 보수 분열의 가장 아픈 상처를 또 건드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보수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곳으로 자꾸 우리가 끌려들어갈 필요는 없다"라는 주장이었다.
김건희 여사의 공개 행보와 관련해서도 "김건희 여사의 앞으로 행보나 활동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의 참모들이 많이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고, 대통령뿐만 아니라 누구보다도 김건희 여사께서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시지 않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우리 보수 진영 내에서 그 비판적인 주장을 하는 것 그 자체가, 물론 쓴소리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좀 우리가 좀 약간은 고려해야 될 측면이 있을 것 같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