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로운 음주 문화의 변화가 이른바 한국의 'MZ 세대'(2030세대) 주위로 일어나고 있다. 바로 위스키를 즐기는 것이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위스키는 윗 세대들이 즐기는 소위 '아재 술'이라 불렸었다. 하지만 MZ를 필두로 현재 위스키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위스키를 구매하려 판매장 오픈런을 하는가 하면, 위스키 즐기는 법, 위스키 주도, 잘 어울리는 음식을 소개하는 정보 영상들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는 모습이다.
MZ세대의 새로운 음주 문화가 위스키 산업을 다시 한번 부흥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아재 술' 위스키의 무엇이 트랜디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혼자 즐기는 술, 혼술
하루 힘든 일과가 끝나고, 조용한 휴식이 필요할 때 자기 자신에게 주는 조그마한 선물. 그건 바로 혼술이다.
코로나 시대 이후로 혼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소주를 주종으로 택하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로는 소주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꼽을 수 있겠다.
보통 드라마에선 주인공이 상황이 힘들 때, 눈물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많이들 마신다. 이 때문에 소주를 혼자 마시면 괜히 기분이 가라앉는다고 느낀다고 한다.
더불어, 혼술의 묘미는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간단한 안주를 곁들여 즐기는 데에서 나온다. 그런데 소주는 간단한 안주보단 헤비한 음식(찌개, 국밥 등)이 당기게 해서 혼술을 하기엔 그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 할 때가 많다.
여기서 위스키들이 MZ 저격을 제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 위스키는 간단한 안주에도 잘 어울리고, 소주잔이 아닌 글랜케런잔(위스키잔)에 따라 놓으면 드라마 비운의 주인공처럼 궁상 맞지도 않다. 나 또한 혼술로 위스키를 즐긴다.
그리고 위스키는 병을 땄다고 해 무조건 그날 다 마셔야 하는 강박도 없다. 한 번 따놓고 본인이 원하는 만큼만 즐기면 되는, 본인 인생 방식은 본인이 정하길 원하는 MZ 세대와 잘 맞는 소위 맞춤형 술인 것이다.
'왜 MZ들은 혼술 할 때 위스키를 마실까?'라는 질문에 이재욱(22, 한림대 생명과학과 3학년)씨는 "가끔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잔만 마시고 싶을 때가 있는데, 위스키는 딱 원하는 만큼만 먹을 수 있어 좋다, 그래서 오히려 고량주지만 비교적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옛 문화를 깬 트렌디한 술
우리는 지금 지식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하루를 소중한 경험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싶은 게 MZ세대들의 욕구다.
기존의 술 문화는 회식, 뒷풀이를 가서 분위기에 맞춰 강제로 마셔야 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 개인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 강제로 폭음을 해 아침에 더 이상 숙취를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소주는 한국을 일궈낸 어른들의 애환이 담긴 술이라면, 위스키는 풍요와 여유의 술이라 할 수 있다.
소주로는 가지지 못한 시간적 여유, 감성 그리고 본인의 취향에 맞춰 마실 수 있고, 개인세분화까지 완벽한 위스키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자유로운 술이라 할 수 있겠다. 트랜디한 젊은 세대들한테 인기 만점인 이유일 것이다.
위스키는 소주보다 숙취가 많이 없다는 매력도 있다. '먹고 죽자' 하는 문화가 이전이었다면, 이제 한 잔의 조금의 양을 오랫동안 음미하며 술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한편, 미디어를 통해 위스키 후기를 접해 본 사람들이라면 스모키향, 피트향, 우디향, 프루티향 등 향이 많다는 걸 알 것이다. 또 도대체 어떤 술이길래 저런 맛이 날까? 궁금한 적이 있을 것이다.
위스키는 술 자체로 맛있다. 위스키에는 몰트, 블렌디드, 버번, 스카치, 아이리시, 사케, 등 수많은 종류가 있고 숙성 연도에 따라, 더 파고 들어가면 증류소의 위치, 오크통의 종류에 따라 맛의 변화가 환상적인 술이다.
여기에 더해, 술을 즐기는 방법에 따라, 누구와 즐기냐에 따라 술을 120% 즐길 수 있다. 최근 떠오르는 가장 인기 있는 종류는 하이볼, 칵테일이 있다. 소비자로 하여금 술 자체의 맛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MZ들이 위스키를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많이 소비하니, 위스키 유통 회사들도 전반적으로 가격을 내렸다. 맛있는 술을 더욱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게 되어 큰 매력이다. 오히려 수제 맥주보다 싸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김동휘(23, 한림대학교 글로벌비지니스전공 4학년)씨는 위스키를 즐기게 된 이유에 대해 "위스키는 면세점에서만 살 수 있던 고가의 사치품이었다면 최근엔 국내 주류 시장에서도 값싸게 접해볼 수 있어서 접근성이 좋아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한국에선 위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화된 한국에서 마음의 평화와 여유를 찾기 위해 옛 문화를 깨고, 더 나은 음주문화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의 막걸리, 쌀 위스키(Grain Whiskey)들이 있는데 사람들이 이걸 잘 모른다는 점. 다양한 맛으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술들이지만, 빛을 못 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수백 년의 역사와 경제 규모 가치를 하루아침에 이겨낼 순 없는 일이겠지만, 언젠간 한국의 전통, 토종 술들로 하루의 즐거움과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