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에서 박민 KBS 사장의 '지원서 대리작성' 의혹이 불거지면서 KBS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쟁의대책위원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KBS 국정감사에서 낙하산 박민 사장이 사장 후보자로 제출해야할 경영계획서 작성에 KBS 직원을 동원한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김현 의원의 추궁에 낙하산 박민 사장도 '다양한 형태로 지시를 했고 그걸 취합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인정했다. 파일 작성자가 'KBS'라는 점을 고려하면, 동원된 사람은 공사 직원이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낙하산 박민 사장의 경영계획서에는 공사 직원이 동원되면서 미공개 정보가 실려있다"면서 "경영계획서 대리작성은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할 KBS 사장공모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장 공모 절차를 중단하고 낙하산 박민 사장에 대해 특별감사를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박민 사장의 '지원서 대리작성' 의혹은 지난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됐다. 박 사장은 KBS 차기 사장에 지원했는데, 사장후보자가 제출해야 할 경영계획서 등을 KBS 직원이 대리 작성했다는 것이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박민 사장의 경영계획서 파일 원본의 최초 작성일은 지난 9월 2일 오전 11시 30분경으로 KBS 내부 컴퓨터를 사용해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작성일 당일인 9월 2일은 박 사장이 코로나 확진으로 출근하지 않은 날이다.
더구나 제출된 경영계획서의 줄 간격이 각기 다르고 목차 번호와 기호도 중구난방으로 사용되면서, 여러 명이 동시에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김 의원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줄 간격이 160인 것도 있고 220인 것도 있다, 네모도 까만네모, 그냥 네모 등 여러 사람이 쓴 (것 같은) 기호가 있다, 그 크기도 다 다르다"고 지적했다.
박 사장도 대리작성 의혹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는 "경영계획의 방향이나 내용이나 이런 것에 대해 다양한 형태로 지시를 했고, 그걸 취합하는 과정을 거쳤다, (중략) 제가 내용을 만들어서, 말하자면 프로그램 속에 정리를 해달라는 부탁(을 직원에게 했다)"고 말했다. 김현 의원이 "몇 명이냐"고 묻자 박 사장은 "한 사람한테 부탁했다"고 말했다.
김현 의원은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KBS 사장이 차기 사장을 지원하면서 사장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하 작원에게 지원서 작성을 시킨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 사안"이라면서 "박민 사장은 차기 사장은 물론 현재 사장 자리에 앉을 자격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지원서 대리작성 의혹이 제기된 박 사장에 대한 내부 불신은 이미 한계점이 이르고 있다. 지난 8일 KBS 다수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은 각각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해 가결했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물론, 보수 성향인 KBS 노동조합마저 박 사장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양대노조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KBS는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KBS 27대 사장 공개모집에 지원한 인물은 박민 사장을 비롯해 김성진 한국방송 방송뉴스 주간, 박장범 앵커, 김영수 한화건설부문 부사장 등 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