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칼럼>은 시민사회·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글입니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기자말] |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KBS 국정감사는 현재 우리가 매일 견뎌내고 있는 잔혹함을 다시, 또, 확인한 자리였다. 국감 내내 더럽혀진 말짓거리, 끝모를 욕망을 지키려는 냉혹하면서도 강렬한 눈짓거리, 모멸감도 느끼지 못하는 듯한 무덤덤한 몸짓거리가 뿜어내는 타락의 냄새가 화면을 뚫고 나왔다.
그러나 KBS 종사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를 지워버렸다는 사실을 덮진 못했다. 그들은 부정하고 있지만,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저지른 무도한 짓이 틀림없어 보인다. 인간 타락은 죽은 이도 다시 죽일 수 있으며, 죽은 이를 부둥켜안고 살아가야 하는 국민마저도 외면할 수 있는 '잔혹한 타락'으로 이어짐을 새삼 깨닫는다. 그들은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이들이다. 그리고 그 '무엇'을 누구에게 증명하려는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국회의원의 추궁에 움직임도 거의 없이 웅얼대듯 대답하는 박민 KBS 사장과 그의 뒤편에 자리 잡은 한 무리의 KBS 임원들은 일본과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한 프로그램이 광복절에 방송되게 한 장본인이다. 민족을 죽인 이들을 옹호함으로써 얻는 것이 무엇이든, 그들은 민족이 빛을 찾은 날조차도 붉은 일장기로 덮어 작은 빛줄기도 새어 나가지 않게 막을 '잔혹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 잔혹함에 우리는 넋이 안 나갈 수 없다.
'울분의 방송' 된 KBS 안에서 싸우는 언론인들
하지만 이 잔혹함을 매일 견뎌야 하는 이들이 있다. KBS 종사자들이다. 정권의 장악으로 망가지는 공영방송 KBS를 증언하러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나온 조애진 PD도 그 중 한 명이다.
박민 사장 체제의 무능과 무도함이 본성임을 지난 1년간 경험으로 체득한 조 PD는 분노 어린 시선으로 박민 사장을 향해 "(박민 사장은) 사후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공정방송위원회에 세월호 관련해 수차례 (논의를) 요구했는데 공정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싫은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이 지금 KBS의 민낯"이라며 규탄하듯 증언하였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승준 KBS 방송기술인협회장도 흐느끼듯 "(드라마) CG를 잘 만들었다는 칭찬에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이 맛에 수신료 두 배 낸다고 하는 말에 우리 스태프 모두 눈물을 흘린다"며 울분을 삼켰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 본부장은 "KBS가 얼마나 국민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고 망가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여서 사실 노동조합 대표로서 굉장히 불편하다. 그럼에도 이런 부분들은 밝혀야 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영방송 KBS 박민 사장과 일군의 무리는 이런 규탄과 울분에도 일체 미동하지 않았다. 그를 사장으로 선임한 서기석 KBS 이사장은 업무 핑계로 이날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같은 KBS 구성원이지만 종사자들의 눈물과 울분조차 회피하는 '잔혹한 외면'이, 아무렇지도 않은 이 비열함에 한숨만 나온다.
KBS 독립투쟁, 시민의 힘을 보태야 할 때
'국민의 방송'인 KBS를 몰락시킨 박민 사장 체제의 잔혹한 타락, 의지, 외면을 중단시키려는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가 조합원 2085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투표를 실시한 결과, 84.12% 참여와 92.76% 찬성률로 합법적 쟁의에 돌입하게 되었다.
10월 18일 쟁의에 찬성한 2천여 명의 KBS 노동자들은 시민을 만나기 위해 광화문으로 출정한다. MBC, YTN, TBS, EBS 등 다른 공영방송 종사자들도 연대를 결의하였다.
이제 채워져야 할 한 자리가 남았다. KBS 종사자들의 "용산방송 거부한다, 국민이 KBS다"라는 외침이 단순히 구호가 아닌 투쟁의 목표가 되기 위해 채워져야 할 마지막 한 자리. 용산방송을 거부하고 국민이 KBS임을 보여줄 국민들의 자리다.
10월 18일 오후 6시30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은 "KBS 독립의 날'인 동시에 반드시 'KBS 국민의 날'이 되어야 한다. 부디 이날, 여의도를 휘감고 있는 '한강'의 물줄기가 다시 일어나 우리의 비참을 모두 쓸어가 버리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 거지. 진짜 유리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단 걸 증명한 거야." (한강 "소년이 온다" 중).
*이번 시민문화제는 오마이TV(
https://www.youtube.com/live/X-iUHP1rY_k), 뉴스타파, 스픽스 등 유튜브를 통해 현장중계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글쓴이는 채영길(민언련 정책위원장·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입니다.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