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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입니다. 20대(Z), 30대(M), 40대(X)까지 총 6명의 여성들로 이뤄진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기자말]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았다. 사춘기 시절 방문을 세게 닫은 적은 종종 있었어도 일탈로 이어진 적 없고,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입학해 취업 준비 후 합격한 회사에서 과장까지 달았다. 첫사랑과 결혼해 6년째 평탄한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고. 대입부터 취업, 결혼까지 다수의 사람들의 말하는 '인생의 과업'들을 착실히 수행해온 모범생이라 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이미 걸어가 발자국이 많이 남은 길을 따라갔다. 쇼핑몰이나 서점에서도 베스트셀러라면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며 따라 산 물건과 책들도 많았고. 그런 나에게 딩크, 즉 아이 없이 사는 삶을 고려하는 것은 큰 '벗어남'이다.

낳지 말까?

내가 두려운 것은 아기를 키우는 체력적인 힘듦보다는 어떤 생명을 평생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움 때문이기도 하다. 힘들고 팍팍한 세상에 생명을 내놓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도 크다. 기후 위기, 의료 대란, 점점 양극화되는 세상에 대해 쏟아지는 기사들을 볼 때면, 이미 무거워져 있는 마음에 큰 바위 하나 더 얹어두는 기분이 된다.

재정적인 문제도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맞벌이임에도 집과 자동차 대출을 내고 나면 남는 여유가 없다. 여기서 아이도 키우고 저금도 하고 투자도 한다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한 옵션이 아니기에, 우리 부부가 가진 지금 정도의 삶의 질을 포기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각자 퇴근하고 저녁 먹고 치우면 오후 9시. 여기서 아이도 본다고?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다. 각자 퇴근하고 취미 생활을 하고 운동하기에도 이미 충분히 바쁘고 피곤한 걸…

주변 맞벌이 부부를 살펴본다. 조부모님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시가에 들어가 사는 친구도 있다. 회사 여자 선배들 중에는 시터에 돈 몇 백쓰며 아이를 못 보느니, 본인이 키우는 것이 낫겠다며 퇴사를 한 사람도 몇 된다.

작년에 명예 퇴직을 하고 해외여행으로, 각종 취미 생활로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부모님께 희생해 달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도 없는 내가 막상 아이가 생기면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내 손으로 경력을 단절 시키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좋은 기회로 성격검사와 다회의 심리상담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나에게 "자유"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교적 다니기 편한 회사에서도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는 받는 이유는 오전 9시~오후 6시의 자유를 박탈 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 아이를 낳으면 정년까지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한다. 우리 부부의 꿈인 이른 퇴직은 꿈도 못 꾼다. 거기다 아이로 인해 희생해야 하는 많은 자유는 여기 나열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family
family ⓒ pixabay

낳을까?

어떤 날은 남편과 나를 닮은 아기가 뒤뚱뒤뚱 걸어 다닌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얼마 전 출산한 지인은 아이가 생기니 '모두 누군가의 아기였겠구나' 하는 생각에, 세상을 달리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평균적인 노산의 나이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100프로 내 마음을 확정 짓지 못했다. 90퍼센트 정도는 딩크인데, 10프로의 마음이 혹시 '후회하면 어쩌지' 하며 망설이고 있다. 실제로 많은 딩크부부들이 난자나 배아냉동을 고려하는 이유도 이런 마음에서 기인 된 것이 아닐까.

아이를 낳으면 불행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심지어 아이를 좋아한다. 아이를 낳은 친한 부부와 주기적으로 여행도 가고, 아이의 존재가 주는, 생각지 못한 감동이 많다는 것을 안다. 주어진 일상에서 최선을 다하는 타입이라, 낳든 안 낳든 나는 그 삶에 최선을 다해서 살 것이다.

아이를 낳아서 얻는 행복은 낳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고, 당연히 힘듦 뒤에 표현할 수 없는 많은 행복이 따르겠지만, 남들이 말하는 그 행복이 과연 나의 것일까 하는 고민이 갈 수록 커져 가는 것 일뿐.

고민할 수 있는 권리

'낳음'을 정답으로 제시하는 세상에서 살다 보면, 그 답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조차 차단당하기 쉽다. 자신이 아이를 낳고 싶은지 아닌지 고민하는 여성을 향해 '고민되면 일단 낳아야지'라고 던지는 말들은 그 두리번거림을 당장 멈추라는 뜻이다.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어서 '순리'를 따르라는 것이다…하지만 나는 오히려 '100퍼센트 확신'보다 이 흔들림에 관한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자라면 운 좋게도, 남들의 이야기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낳음'에 대해 잠시도 두리번거리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갈 수 있다면 그것대로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들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자신을 직시하고 고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최지은 지음

인생에서 100프로 확신을 가지고 하는 일이 몇 가지나 될까. 누군가는 그렇기 때문에 그냥 낳아 보라고도 말한다. 그런데 선생님, 아이는 환불이 안 되는 걸요? 딩크를 결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쉬운 마음으로 그런 결정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충분히 고민할 권리가 있다.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망설이는것#딩크#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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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기쁨을 더 자주 기록하고 싶은 취미부자 직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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