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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행은 서울로 가자. 외국인처럼 고궁 나들이도 해보고 광화문, 청계천에 열린 야외도서관에도 가자. 고속버스 타고, 지하철도 이용하고, 느릿하게 걸으면서 가을을 느껴보자.'

약 한 달 전, 함께 책방지키미도 해주고 북클럽과 글쓰기도 하는 벗들과 가을여행을 약속했었다. 갑작스럽게 내린 가을 폭우에 걱정은 되었지만, 주말새벽 서울행을 올라탄 벗들의 가슴은 콩닥콩닥... 계획만으로도 절반은 행복의 문이 열리는 것이 여행 아니던가.

'도심 속 자연과 문화가 만나는 공간, 자유로움과 지적인 즐거움이 어우러지는 공간' 이라는 표제어로 서울시가 자연과 독서문화를 결합하여 지속 가능한 독서가치의 장, 야외도서관을 사업화한다는 뉴스는 새로웠다.

어느 닫힌 공간 속이 아닌 야외에서 책을 읽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서울 사람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말 그대로 'STORY PARK' 에서 딱딱한 도시 생활에 지친 몸에 평화와 여유를 넣어주고 싶었다.

광화문야외도서관 광화문 앞에 설치된 야외도서관에서 한강작가의 시집 일부를 낭독하다
광화문야외도서관광화문 앞에 설치된 야외도서관에서 한강작가의 시집 일부를 낭독하다 ⓒ 박향숙

지난 9월 군산에서 열린 <북 박람회>를 성공리에 마치면서 군산에도 종이책에 대한 사랑의 손길이 두드러졌었다. 해마다 열리는 전주의 <전주독서대전>이 늘 부러웠는데, 올해는 왠지 전주의 독서마당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맘속에 '우리 군산도 얼마든지 독서문화의 장을 만들수 있구나'라는 묘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데 때마침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정말 '한강의 기적' '한강의 물결'이었다. 수상 소식을 듣던 첫 순간, '내 형제 자매도 아닌데, 한강작가의 작품 몇 권 읽었다고, 이렇게 기쁠 수가 있단 말인가. 아니, 왜 이렇게 내가 떨리지? 이 현실이 사실인가?'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정말 한강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님의 말씀처럼 가짜뉴스로까지 의심할 정도였다.

내가 운영하는 책방은 두어평 공간. 평소에 방문객보다는 지인들의 주문형식이 많아서, 한 두권만 비치하는 편이다. 한강작가 수상소식 2일 전, 어느 손님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사시면서, 한 작가를 언급하길래, 그러려니 했는데, 이렇게 노벨상 수상을 상상이라도 해봤다면 책이라고 몇 권 더 구비해 놓을 것을 하는 후회도 했다. 수상발표일에 도서총판은 모두 마비되었으니 말이다.

대한민국 독서마당에 이런 축복이 있어서 가을 여행지로 서울 야외도서관을 선택한 일은 정말 잘했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광화문 앞에 펼친 '광화문 책마당'의 입구는 한강 작가 부스로 문을 열었다.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소년이 온다>와 <흰>을 비롯한 한 작가의 책을 들고 사진도 찍고, 한 시간여 책을 읽는 벗들과 서울의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지붕삼아 낯선 곳에서의 행복을 만끽했다.

청계천 맑은 냇가도서관 청계천의 물소리와 독서가들의 몸짓에서 우러나오는 독서향기는 압권이었다
청계천 맑은 냇가도서관청계천의 물소리와 독서가들의 몸짓에서 우러나오는 독서향기는 압권이었다 ⓒ 박향숙

이어서 교보문고와 청계천 '책 읽는 맑은 냇가'에 갔다.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 신간 및 교양도서 등이 담긴 책바구니와 동물형태 서가가 준비되어 있었고 청계천에 흐르는 물소리와 어우러지는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보노라니 저절로 생각이 머물고 마음이 어디론가 흘러가며 뜻하지 않은 영감이 쏙쏙 떠올랐다.

'아, 우리 군산에서도 야외도서관 할 곳이 많은데. 우리 군산 시민들도 이런 문화공간을 더 멋지게 꾸미고 참여할 수 있는데, 건의해볼까?'

군산 북 박람회 때 젊은 청년들과 시민들이 종이책을 들고 강당을 꽉 메웠던 모습이 떠올랐다. 박람회가 끝나더라도, 동네책방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야외에서 독서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의견들을 주고 받았었다.

그런데 행사가 끝나고 열기가 식기전에 추진하길 고대했는데,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아쉬움만 남은 채 내년에도 또 박람회를 할 수 있을까 궁금할 뿐이다.

청계천 맑은 냇가 도서관 의자에 앉아, 다음 달 출간할 책의 작가를 만났다. 마지막 교정작업도 토의했다.

서울이 주거지이면서 군산 출판사를 결정하여 책 출간까지 맡겨준 그녀의 마음에 지난 여름을 거쳐 드디어 당신의 글쓰기 30여 년 만에 첫 책을 낸다. 서울여행 가이드를 직접 해주겠다고 하여, 광화문부터 청계천을 쭉 따라 걸으며, 동대문구 역사박물관과 평화시장에까지 도착했다.

뜻하지 않게 평화시장에서 만난 것은 전태일다리였다. '함께 부르는 연대의 노래'를 주제로 '2024 전태일다리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알리고,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전태일재단, 평화시장 등 다수의 단체가 펼친 행사였다., 미싱하는 분이 분홍색 손수건을 만들어주셔서 작은 기부를 하고, 마음으로 그 행사의 취지를 응원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가는 곳마다, 축제의 장이 펼쳐지고, 역시 서울은 넓어서 그런지 볼거리 천지구나 싶었다. 우주세계 이미지 같은 돔 형태의 건물, 동대문 역사박물관도 들렀다.

교통편은 일부러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면서 젊은 시절(무려 30여년 전) 출퇴근 시 지하철에 부대꼈던 옛 시절이 떠올라서 후배와 추억도 나눴다. 빨리 돌아가는 세상, 서울사람들 삶의 형태 역시 눈 깜짝할 사이 달라지니, 정신 바짝 차리고 후배를 잘 따라다녀야지 하는 맘이었다.

법정스님의 책을 읽으면서 한번은 가봐야기 했던 곳, 길상사에도 갔다. '성북동'이란 표지판을 보니,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비둘기'라는 시 제목이 생각나고, 지하철 4호선에서 혜화역이라는 지하철 표지는 '대학로'를 떠올리게 했다.

길상사 진영각 법정스님이 머물던 진영각
길상사 진영각법정스님이 머물던 진영각 ⓒ 박향숙

한때 서울살이하며 먼 미래를 꿈꾸었던 젊음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아서 발바닥은 아팠지만 발걸음은 신이 났었다.

길상사는 고전적인 절의 형태가 아니었다. 길상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검색으로 읽어서 왠지 편안했다. 절의 내부를 산책하면서 원래 주인 김영한씨, 시인 백석, 법정스님, 스님과의 인연으로 남겨진 김수환 추기경, 이해인 시인에 이르기까지, 길상사 역시 사람들의 인연 씨앗이 자라고 커져서 단단하면서 아름다운 그늘을 드리운 재목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고속버스에 몸을 실고, 심야 고속버스에 또 몸을 뉘고 돌아온 여행. 가을날 속이 꽉 찬 알밤보다도 더 실한 서울로의 가을여행. 아마도 먼 훗날 지금이 또한 '젊음'이었음을 되새겨주리라.

이제 지하철과 버스로의 여행이 참 맛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벗들도 더 나이들기 전에 여행 다니자고 했던 말을 행동으로 옮기겠지. 서울! 가을 여행하기 정말 좋은 곳이다.


#서울야외도서관#동대문역사박물관#평화시장#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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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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