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라는 건 (방향을) 딱 결정해 놓는다. 그 다음에 맞춰 간다. 그게 (나를 겨냥하는 쪽으로) 삐딱하면 (김건희 여사와의) 공적대화 같은 거 다 풀어서 끝내야지."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씨가 지난 18일 오후 6시 경남 창원 자택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검찰 수사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다를 경우 대통령 부인인 김 여사와 대화 내용을 다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명씨는 김 여사가 보낸 "철 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라고 윤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 카톡을 SNS에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자폭? 내가 선생인데 왜 죽나"
"대통령실, 겁나서 아무 것도 못해"
"여사와 아이들 영상통화도"
이어 기자가 "자폭하겠다는 건가"라고 묻자 명씨는 "내가 왜 자폭을 하냐"고 반문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무슨 자폭인가. 그것보다 더 큰 것도 많은데. 내가 선생인데 제자 때문에 왜 죽나.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여사가 (내게) '선생'이라고 한 카톡이 나왔는데 내가 왜 죽나. 제자가 선생을 야단칠 수 있나."
뿐만 아니라 명씨는 "김 여사와 올해 2월까지 전화통화·텔레그램 메시지로 소통했고, 대통령과도 수시로 안부인사를 했다"고 강조했다. 대화 자리에 함께 있던 명씨의 아내는 "김 여사가 아이들과 영상통화도 한 적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과 대통령 내외와의 관계를 '두 번 만났다' 정도로 해명한 대통령실을 "겁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반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는 질문에 명씨는 "겁나서 아무 것도 못하지"라며 "(그런데) 그런 사람을 데리고 무슨 정치를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 대통령실 사람들이 온 적 없나"라고 묻자 그는 "겁나서 어떻게 오겠나"라고 재차 답했다.
명씨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선 "묶어놓은 개"라고 표현하며 "그 사람은 코바나컨텐츠에도 온 적이 없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내가 '권성동·장제원에 말하라' 하자, 대통령 '걔네 안 돼서 명박사한테' 답해"
명씨와의 대화는 2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만나기 전인 이날 오전 이후 여러 차례 자택으로 기자들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명씨는 자신을 "그림자"로 표현하며 본인이 여러 선거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뿐만 아니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을 여러차례 언급했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둘러싼 공천개입 의혹으로 시작된 명씨 관련 논란은 현재 윤 대통령을 포함한 여론조사 조작 의혹으로 확산된 상태다. 명씨는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호경)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와 국회 국정감사 출석 요구 압박을 받고 있다.
창원지검은 지난달 30일 명씨의 자택과 휴대폰 등을 압수수색 했다. 명씨는 지난 10일에 이어 오는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출석 요구에 '검찰 수사'와 '무릎 질환'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겠다는 사유서를 제출했다.
명씨는 그동안 여러 차례 언급해 온 '김 여사와의 공적대화'가 무엇인지 묻자 "당신들은 공적대화가 무엇인지 상상도 못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부탁을 받으면) 항상 안 되는 것도, 못한 것도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대통령께 '권성동·장제원한테 얘기하면 되지 왜 저한테 얘기하십니까'라고 하니 대통령이 '개네들로 해결되면 내가 명박사한테 얘기하겠어?'라고 (반문)했다."
더해 명씨는 "대통령하고 나하고 앉아 있으면 누가 말을 더 많이 했을까? 나는 대통령이 그렇게 말 많은 사람인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명씨는 "내가 그림자로서 이 판을 끌고 왔다. 여론조사를 토대로 전술을 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했다. (내가 아니었다면) 보수가 어떻게 4.15총선(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박살 났는데 정권을 가져오고 이준석과 오세훈이라는 사람이 10년 만에 나올 수 있었겠나"라고 강조했다.
"미래한국연구소, 내 것 아냐... 김영선은 내게 빚 갚은 것"
명씨는 여론조사 조작 의혹의 핵심 쟁점인 '미래한국연구소' 실소유 여부에 대해 거듭 부인했다. 그는 "미래한국연구소가 내 것이 아니라는 기사를 쓰면 김 여사와 나눈 대화 내용을 (기자에게) 보여주겠다"고 반복해 말하기도 했다.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가 내 것이라는 증거가 1%라도 있나. 내 이름으로 결재한 서류나 내 통장으로 들어 온 돈이 있나"라며 "미래한국연구소는 법적으로도, 운영적으로 내 소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명씨는 김영선 전 의원에게 20여 회에 걸쳐 9000만 원에 달하는 세비를 받은 것을 두곤 "세비가 김 전 의원 통장에 들어왔으면 그건 김 전 의원의 돈"이라며 "국회서 직접 받은 것도 아니고 김 전 의원이 (내게) 빚을 갚은 건데 문제가 되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