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고지서를 통해 본인이 '납세자'로 지정된 토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 주민이 '소유주는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토지에 대해 어떠한 권리도 행사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다. 조상대부터 정리되지 않은 등기로 땅이 언제 어떻게 쓰였는지, 실소유주는 누구인지 추적하기도 어려워졌는데, 해당 주민은 재산상 불이익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납세자'는 맞지만 '소유주'는 아니다?
과거 행정 미비·등기 미이전 등 원인으로 추정
충북 옥천군 이원면 지정리에 거주하는 김광진(77)씨는 몇 년 전에야 토지 재산세 고지서를 통해 자신의 이름 앞으로 미동리 600-2번지 토지(구거) 90여 평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당황한 김씨는 이원면행정복지센터와 한국농어촌공사 옥천영동지사(아래 농어촌공사)를 찾아 재산권을 침해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명쾌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조사해 보니 원래 600번지 일대가 우리 종중 땅이었고 대표자 3명으로 명의를 해준 것이다. 개심저수지가 생기면서 수로(구거)로 인해 번지가 나뉘었다"며 "나는 이 땅에 수로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어느 기관에서도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고 한다. 우리 땅을 이용했으면 임대료를 지급하든가 매입해야 한다. 이 땅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어촌공사와 이원면의 <옥천신문>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김씨는 해당 토지의 소유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토지대장에는 '김아무개 외 2명'이 소유주로 돼 있지만, 김광진씨는 여기에 이름이 없다는 것. 거기에 해당 토지는 비과세 토지로 도로처럼 개인이 특정 행위를 할 수 없고 현재 농업용수를 공급하지도 않아 농어촌공사의 관할구역이 아닌 상태다. 이에 고지서에도 '비과세·감면' 대상으로 분류됐다.
농어촌공사 서정수 차장은 "공사에서도 이런 경우를 꽤 접한다. 과거 등기를 수기로 작성하는 등 행정 체계가 잡히지 않고 측량기술도 부실했을 당시 마을 이장의 주장으로 소유권이 정리됐던 것처럼 구분이 엄격하지 않았던 영향도 있다"라고 짚었다. 이원면 총무팀 김다운 담당자도 "김광진씨 앞으로 2005년부터 토지 재산세가 부과됐지만, 김씨는 토지의 소유주는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보통 소유주가 사망하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소유자 등 현재로서 추적 난망... 김씨 "어떤 불이익 생길지 장담할 수 있나"
결국 납세자로 지정된 김씨가 재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등기 이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현재 소유주로 명기된 3명의 행방을 찾아 동의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옥천군 관계자들은 실제 권리자에게 등기를 부여하는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을 해법 중 하나로 제시했지만, 해당 법은 10년 단위처럼 비정기적으로 시행되는 탓에 고령의 김씨가 마냥 기약하기도 힘들다. 거기에 특정 재산의 소유자가 아니라 납세자로만 지정됐어도 재산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작지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세정과 재산세팀 배정석 담당자는 "(지방세법, 국민건강보험법 등) 조회 기준에 따라 임대주택 입주나 건강보험료 기준에도 차이가 있어 당장 확실하게 말씀드리긴 어렵다. 이번 사례는 비과세 토지라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자녀들에게 같은 문제를 물려주지 않고 싶다고 밝힌 김씨는 "자손들한테는 제대로 고지가 안 됐고 정부나 기관은 이 땅으로 이득을 취하지 않았겠나. 지금으로써는 땅을 그냥 묵히는 것"이라며 "우리 역시 수소문을 해 (소유주) 한 사람의 후손은 찾아냈지만 다른 한 명은 어떻게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땅을 통해 훗날 어떤 불이익이 생길지, 납세자 지위를 물려받을 자손들이 어떤 일을 겪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아니냐. 공공기관이 한 번이라도 이 땅을 통해 이득을 취했다면, 나 몰라라 하는 태도는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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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옥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