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1시, 마석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고 김금수 선생의 2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추모식은 권영길·단병호·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동만 한국노총 전 위원장, 남상헌 민주노총 지도위원, 장영달·홍희덕 전 국회의원,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나순자 정의당 사무총장, 유족과 박중기 추모연대 이사장 등 노동계 원로와 활동가 4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추모식은 민중의례로 시작하여 김용철 이사(세계노동운동사연구회)의 약력보고 ▲추모사(박중기, 이원보, 최승회, 이명규, 권영길, 최희선, 김명환) ▲표지석 설치 ▲유족인사 ▲헌화 순으로 진행돼 종료됐다.
박중기 이사장(추모연대)은 "윤 대통령이 당선되고부터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더니, 대한민국은 좌표를 어디다 맞춰야 할지 가늠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지지율이 떨어지고 부정적 여론이 늘자 해외 순방이라는 명분으로 해외 나들이나 하니.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인지 의심스럽다"고 개탄했다. 그러며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나로서는 매일 밤 잠을 설친다"며 "이제 우리 후학들이 당신과 이재유 선생을 바라보며 우리가 못한 과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저승에서라도 꼭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이원보 명예 이사장은 "이재유 기념사업에 열정을 쏟아부었던 그 시기가 벌써 2년이 지났다. 2년 동안 세상이 더 좋아진 게 아니라 훨씬 더 험해졌다"며 "세상은 온통 전쟁 등으로 술렁이고 남북 간에는 위기감이 고조되며 민중의 생활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김금수 선생은 답이 생각나지 않거든, 물음을 자꾸 올려봐라. 물음을 하다 보면 뭔가 답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며 "역사 속에 길이 있지 않느냐"고 했던 고인의 생전 현답을 회상했다.
이재유기념사업회 최승회 이사장은 "요즘 어렵고 복잡한 과제가 생기면 동지들끼리 얼굴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 '지금 선생님이 계셨다면 뭐라 하셨을까'다. 그런데 이제는 여쭤볼 수가 없다"면서 "돌아가시기 전 십수년간 학습 모임을 하며 남기신 자료를 요즘 정리하고 있다. 파트별, 기수별로 모아놓은 자료에 흘려 쓰신 메모에서 그냥 운동사의 지식이 아니라 이 파트에서는 후배들에게 무엇을 전해줘야 하는지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선생님은 다 계획이 있으셨구나' 하고 세상 감탄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후배들의 역할은 선생님이 평생 운동 속에서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천하신 그 노동운동론을 좌표 삼아 최선을 다해 실천하는 것"이라면서 "노동운동은 항상 어려움의 연속이었지만 선생님이 바라셨던 그 세상을 향해 노동운동의 승리와 도약을 위해 남은 후배들이 열심히 실천하고 투쟁할 것"을 약속했다.
이명규 소장(한국노동사회연구소)은 "제가 기억하는 2002년의 김금수 선생은 카키색 스웨터를 입고 연구소 책상에 앉아 글을 읽고 쓰시던 모습, 노동포럼이 끝나고 마포갈비집에서 노동조합 간부들과 열띤 대화를 나누시던 모습"이라며 "마포갈비집의 대화는 항상 항정살과 작은 그릇에 나오는 소면을 먹으면 끝이 났다"고 회상했다.
이어서 "선생께서 2000년 <노동사회>에 '21세기를 맞을 노동운동이 갖가지 중대 도전에 맞닥뜨리게 되리라'고 남기신 글은 오늘날에도 새겨들을 만하다"면서 "세계적인 기후 위기와 AI로 대변되는 디지털 전환 그리고 한국의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 역시 선생께서 예견하신 도전의 연장선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운동은 이러한 새로운 위기에 맞서 노동자 계급의 단결과 연대로 공동의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 했다"며 "김금수 선생님은 노동운동의 총노선으로 참여적 사회주의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선생님이 그리신 참여적 사회주의의 청사진을 앞으로도 그려 나가겠다"고 고인을 기렸다.
권영길 초대 위원장(민주노총)은 "김금수 선생은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이룩해서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이 사회의 주인이 되는 정당 건설에 모든 것을 바쳐주셨다"면서 "김금수 선생은 마지막으로 참여 사회주의를 화두로 던지셨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금 민주노총이나 진보정당을 하겠다는 사람들 모두는 원칙과 방법을 혼동하고 있다"며 "민주노동당 안에서 사회주의를 지양하는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냐. 사회주의라는 말을 던질 것이냐 하는 논쟁이 붙었을 때, 노동자가 만드는 진보정당이 사회주의를 포기하자고 하면 그게 무슨 진보정당이냐 하는 말씀을 하셨다"고 역설했다. 또한 "원칙을 지키면서 우리의 세상을 열어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죽비를 한 데 딱 맞는 느낌"이라면서 "선생님이 평생을 노동운동, 진보정당, 노동자 정치 세력화, 산별 노조를 위해서 애써 오셨다. 뜻을 받들어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선생님은 노동운동 세력의 자기 혁신을 많이 강조하셨다"면서 "말로만이 아니라 결정하고 실천하며 그 실천한 것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천한다면 진정한 노동운동의 자기 혁신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또한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고 하는 노동자들의 요구와 열망이 있는 한 노동운동의 내일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더욱더 실천하고 노력하겠다"라고 굳게 다짐했다.
유족 인사에서 아들 김지환씨는 "이렇게 가을의 날씨 좋은 날, 일요일에 다른 데 가시지 않고 여기 와주신 것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피아'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