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의 북한군 러시아 파병 브리핑을 중계하는 미국 CBS 방송 뉴스 ⓒ CBS
미국 백악관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3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이 10월 초에서 중반 사이에 최소 3천 명의 군인을 러시아 동부로 이동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북한군이 배를 타고 북한 원산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북한군은 러시아 동부에 있는 다수 러시아군 훈련 시설로 이동해 현재 훈련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나설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는 확실히 매우 우려되는 가능성"이라며 "북한군이 훈련을 마친 뒤 러시아 서부로 이동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북한군의 파병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는 데 배치된다면 그들은 군사적으로 정당한 표적(legitimate military targets)"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상대하듯 북한군을 상대로 자신을 방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다가 죽거나 다치는 북한군이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는 전장에서 매일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있지만, 이 전쟁을 계속하려는 것 같다"라며 "러시아가 북한에 파병을 요청했다면 이는 러시아군의 강점이 아니라 약점의 신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커비 보좌관은 "미국 정부가 파악한 정보를 우크라이나 정부와 공유했고, 이런 극적인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할지 다른 동맹국 및 협력국과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라면서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을 확대하고, 러시아의 전쟁을 돕는 이들을 겨냥한 중대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북한군의 파병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북한군 파병의 정확한 의도를 모른다"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라고 답했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라고 말하면서 북한군 러시아 파병을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러 "북한군 파병, 허위 정보" 한국에 "가혹한 대응" 경고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북한군 파병을 비판하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한국 정부에 강하게 경고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23일(현지 시각)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는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조치는 매우 구체적일 수 있다"라며 "한국 정부가 신중하고 상식적으로 판단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당부했다.
전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단계별 시나리오를 보면서 방어용 무기 지원도 고려할 수 있고 그 한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마지막에 공격용 무기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라고 말한 것에 대한 경고로 보인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한국 국가정보원이 북한군 파병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허위, 과장 정보"라며 "북러 군사협력은 국제법을 준수하고 한국에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 정부의 반응이 당혹스럽고, 왜 그런 소란을 일으켰는지는 모르겠다"라며 "한국이 우크라이나의 '테러 정권'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사건을 연쇄적으로 추적해 보면 우크라이나의 영문 매체에서 (북한군 파병 관련) 첫 메시지가 등장한 이후 한국 정보 당국이 이를 포착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한국으로부터 무기를 얻기 위해 선전을 펼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한국은 러시아에 히스테리를 부리지 말고 우크라이나 분쟁에 개입했을 때 한국 안보에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라고 거듭 경고했다.
우크라 "하루 세끼, 쉼터 제공"... 북한군에 투항 촉구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러시아 파병 북한군 투항 촉구를 보도하는 <키이우포스트> ⓒ 키이우포스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장병들에게 전투에 나서지 말고 투항할 것을 촉구했다.
현지 매체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이날 '투항 핫라인'을 통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권을 돕기 위해 파견된 북한 인민군 장병들에게 호소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외국 땅에서 무의미하게 죽지 말라.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수십만 러시아군의 운명을 되풀이하지 말라"면서 "투항하라! 그러면 우크라이나가 쉼터와 음식, 따뜻함을 제공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한 "이미 수천 명의 러시아군 장병이 올바른 선택을 해서 하루 세끼 따뜻한 식사와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편안한 환경에서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얼마나 많은 군인을 파견하든, 어디로 파견하든 상관없이 그들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포로수용소는 국적과 종교, 이념을 떠나 모든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나는 살고 싶다'라는 이름으로 만든 이 핫라인은 러시아군과 벨라루스군 장병들의 자발적인 투항을 위해 운영하고 있으며 전쟁 포로 처우에 관한 국제협약 준수, 식사와 의료서비스 및 가족과의 소통 기회 제공, 우크라이나 혹은 유럽 국가 망명 신청 알선 등을 내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한국어로 제작한 홍보 동영상도 올리고 북한군 포로를 위해 마련한 수용시설을 소개하며 "전선의 여러 부문에서 포로가 된 최초의 북한 점령군이 이곳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포로들은 별도의 수면 공간을 갖춘 크고 따뜻하고 밝은 방에 수용된다"라며 "하루 세끼 식사를 제공 받으며 식단에는 고기, 신선한 야채, 빵이 포함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