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게 "꼭 한 번 만나자"라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탁현민 전 비서관은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용산에서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용산에서 연락을) 한 번 받았다. 한 1년이 채 안 된 것 같다. (내용은) '김건희 여사가 한 번 만나고 싶다'"였다며 "충분히 신뢰할 만한 사람이 전달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여사가 만나고 싶어 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엔 "(대통령실 의전 문제 평가와 같은) 그런 취지나 혹은 한 번 일해봤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여사를 만나보고 싶은 호기심은 없었느냐는 물음에 탁 전 비서관은 "전혀 없었다"면서 "내 분야(의전)와 관련해서는 저 사람이 어느 정도 일하는지 개선의 가능성이 있는지 알 수 있는데, (개선의 가능성이) 없는데 만나면 서로 피곤하다"고 일축했습니다.
김종배 앵커가 "의전 비서관이 버젓이 있는데 왜 의전을 챙겨야 하느냐. 김 여사가 또 하나의 국정개입을 하고 있다는 하나의 방증이 될 수 있다"고 말하자 탁 전 비서관은 "김 여사가 챙기지 않는 문제가 없지 않나요"라고 반문하며 "(김 여사의 국정 개입을) 우리는 너무 많이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탁 전 비서관은 "해외 순방에 나가서 하셨던 여러 가지 일련의 행동들, 대통령을 향해서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유엔 때 연설의 내용들을 짚어가면서 멈추라든지 움직이라든지 그런 걸 다 봤잖아요"라며 "지난 2~3년 동안 지켜봐 왔던 혹은 간접적으로 확인됐던 때로는 직접적인 영상으로 봤다"고 지적했습니다.
탁현민, 황제관람 가리켜 "인기가 떨어져 따로 만든 자리"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은 이른바 '황제관람'에서도 "아주 공식적인 공개 방송을 만드는 프로그램에 관객도 없는 자리에, 그러니까 관객을 놓지 않고 하는 녹화 방송 자리에 갑자기 본인이 가겠다고, 혹은 그 자리를 만들었다는 게 더 이해가 안 가는 행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VIP들을 대중 속에 노출시킬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대중 속에 같이 두어 권위를 내려놓음으로 더 권위가 생기게 하는 방식이 있다"면서 "인기가 떨어지고 이런 잡음이 많으면 슬쩍 분리시켜 놓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KTV 국악공연 관람처럼) 자기 들만을 위한 자리, 그 단계까지 가면 사실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탁 전 비서관은 김건희 여사의 앙코르와트 방문이 영적 대화의 결과로 취소됐다는 의혹에 대해 "취소는 할 수 있지만 보통은 그런 짓을 굳이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정상의 경우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특별한 대화를 나누어야만 하는데 그 시간밖에 없다. 곧 떠난다 그러면 그 시간은 어쩔 수 없이 빠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영부인은 정상도 아니다. 당연히 그 일정을 갔었어야 했다. 근데 가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윤-한 만남, 일본이 잘하는 의전 연출 방식
탁현민 전 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와의 만남에서 불거진 의전 논란에서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됐던 테이블 문제에 대해선 "대통령과 대등하게 이야기를 나눌 때는 테이블이 중요한 게 아니라 좌석 배치가 중요하다"면서 "(윤-한 만남은) 면담 내지는 환담에 가깝다고 봐야 되는데 그러려면 테이블과 상관없이 투톱을(대등한 관계처럼 보이게) 앉혔어야 했다. 근데 진짜 거기를 보면 누구 말처럼 취조실 분위기였다"고 말했습니다.
탁 전 비서관은 "전 정부 시절에 오염수 문제 관련해서 우리 쪽의 어떤 대표가 일본에 갔을 때 (일본측에서) 무슨 허름한 창고 같은 데 데려가서 일자 테이블 놓고 회담하는 장면을 찍은 적이 있다"면서 "(윤-한 면담은) 일본에서 잘하는 연출"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배석자인 정진석 비서실장을 두곤 '아무 의미가 없는 분'이라면서 "(정 실장이 배석한) 그 사진을 쓰면 안 됐다"고 지적하면서 "같이 있는 쓰리샷을 내보낸 이유는 너희 둘은 같은 레벨이고 나는 대통령이다"라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탁 전 비서관은 "한동훈 대표가 24분이나 밖에서 기다린 것은 대통령실이나 한 대표 모두가 의도적이었다"면서 "정상급에 준하는 대통령의 전화통화는 사전에 미리 시간을 맞추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 늦게 불렀으면 될 일이고, 한 대표도 그냥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으면 됐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나토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가 늦었다면서 예정된 면담시간보다 24분가량 늦게 파인그라스 앞 잔디마당에 나왔고, 한 대표는 야외에서 서서 기다려 '홀대론'이 나왔습니다.
단 한 장도 없었던 윤-한 두 사람 만의 사진
탁 전 비서관은 "(윤-한이 걸어갈 때) 비서관들이 많이 따라갔다"면서 " (대통령실이) 그 사진을 굳이 찍어서 내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한동훈 대표를 불러서 특별히 둘이 환담하는 것처럼 만들려고 했다면 (여럿이 있는) 그 사진도 나가면 안 되는 사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올라온 당시 사진 9장을 보면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두 사람만 나온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습니다. 그나마 2장은 두 사람 뒤에 있는 비서관이 작고 흐릿하게 나왔습니다.
탁 전 비서관은 용산 대통령실이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준비한 것은 "제로콜라 빼고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의전 점수에 묻는 질문에 "시험장에 들어오지 않아 시험을 보지 않았다"면서 "의전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행사를 평가할 수가 없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