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안양시청 지하 1층에서 박용하 작가의 사진전이 열렸다. 그는 광명에 위치한 K자동차 회사에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22년째 안양에서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안양사진작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 전시회 제목은 '플럭서스'이다. 흐름, 끊임없는 변화, 움직임을 뜻하는 라틴어 플럭스(flux)에서 유래한 말로 유동, 유출, 변전을 뜻한다고 한다.
지역민의 일상을 기록하며 작품으로 남겨
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재개발로 사라진 냉천마을의 모습과 안양중앙시장의 풍경을 선보였다. 그가 냉천마을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기록을 해두지 않으면 영원히 잊혀질 것이고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선물 같은 추억을 되돌려 주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냉천마을은 인근에 마르지 않는 찬우물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2020년 12월에 철거를 시작한 이곳은 현재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냉천마을의 모습은 많은 안양지역 작가들이 글과 그림과 사진으로 담아낸 곳이다. 전시된 작품 중에도 철거 전 찬우물 옆에서 산책 중이신 할머니의 모습과 공사 중인 냉천마을의 그림이 그려진 가림막을 지나는 인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추억과 변화가 공존하는 사진을 통해 작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주민들의 삶이 지역의 변화와 맞물리는 모습은 때로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를 품기도 한다.
촬영을 할 때 주로 피사체 쪽으로 다가가며 찍는 달리 인(dolly in) 기법을 사용하였다. 저속으로 촬영하여 선이 번지게 촬영했지만 작품 속 주제가 되는 인물이나 사물은 또렷이 부각되어 있다.
마치 흔들리며 변화되는 세상 속에서 사진 속 주인공들이 주관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변화에 절망하거나 시름하지 않고 하루를 담담하게 살아내는 서민들의 일상이 오히려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질주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중앙시장은 안양 최대의 전통시장이다. 상인들의 모습과 허름한 점포의 모습이 소박하지만 강한 생명력으로 다가왔다. 묵묵하게 과일 노점을 지키고 서 있는 아주머니, 인근 공사장 인부들이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는 식당의 모습은 중앙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식탁 위에 놓인 국밥의 온기가 사진을 통해 느껴지는 이유는 한 끼의 식사가 그들의 애환을 어루만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쯤 무슨 말이 오갈까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고생했네, 수고했네'라는 응원의 말을 전할 것이다. 서로가 있기에 내일도 일어설 수 있는 사람들이 시장 안에 있다.
작은 식당 안에 매달린 형광등의 빛이 사방으로 밝게 번진다. 취기가 오른 혹은 눈물이 가득한 눈에 보일 법한 흔들리는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고단한 하루가 뿜어내는 간절한 마음까지 떠올려 보게 된다.
박 작가는 앞으로도 지역민의 삶을 프레임에 담으며 그들을 비추고 싶다고 말했다.
"관객분들이 작품을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고, 각자 자신만의 시간성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디를 가나 성공하고 화려한 사람들의 모습이 가득하다. 박 작가의 앵글은 서민을 비춘다. 반려견과 주차장을 돌고 있는 중년 아저씨, 좁은 골목을 달리는 자전거를 타는 소년을 따라간다. 그들이 발산하는 작지만 꺼지지 않는 빛에 이끌려서 말이다.
안양시청 본관 지하 1층에서 열리는 '복도 안의 미술관' 전시는 11월 22일 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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