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는데, 다들 울컥울컥하셔서..., 밥 한 숟가락이 이렇게 감동적일까 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만난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도담소(옛 도지사 공관)에서 있었던 오찬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옆에 있던 유가족 측 김덕진 대외협력팀장도 "사실 기관장이 (유가족을) 초대해서 함께 시간을 가져주신 분이 (김동연 지사가) 처음이어서 기억에도 많이 남고, 굉장히 큰 위로를 받았다"고 거들었다.
이에 김동연 지사는 유가족에게 오히려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여기(이태원 참사)에 정치가 어디 있느냐. 대통령이나 여당에 있는 정치지도자들도 같이 마음으로 공감해 주고 (위로)하는 것, 그런 것이 정치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159개 별 잊지 않겠습니다"
강민석 대변인에 따르면, 김동연 지사가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24일 서울 '별들의 집'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추모의 뜻을 전했다. 김동연 지사는 유가족과의 간담회에 앞서 추모글을 남기는 포스트잇에 '159개 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또 찾아 주시고 위로해 주셔서 감사하다.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김 지사의 방문을 환영했다. 이에 김 지사는 "포스트잇의 '보고 싶다'는 글을 보니까 가슴이 먹먹해지더라. 유가족들 다시 한번..."이라면서 눈물을 글썽이곤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숨을 고른 김동연 지사는 한 유족에게 "작년 12월에 (도담소에) 오셨죠? 그때 의현이 생일이었는데 이렇게 어머니를 뵈니까 또 생각이 난다"고 말을 건넸다. 김 지사는 지난해 12월 13일 유가족들을 도담소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마침 그날은 이태원에 갔다가 못 돌아온 서른 살 김의현씨의 생일이었다.
한 유가족이 "얼마 전 국회에 들어갔을 때 모 국회의원이 '벌써 2주기네요'라고 하시더라. 벌써가 아니라 저희는 1년이 10년 같은 세월을 살았다"면서 "경기도 희생자분들이 많은데 추모 플래카드를 걸어주시길 도지사께 조심스럽게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김동연 지사는 "그렇게 하겠다. 그게 뭐 어렵겠느냐. 저는 매일 그런 (추모의) 마음"이라면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런 뒤 즉석에서 "도청 건물 외벽에 말씀하신 추모의 글을 크게 게시하도록, 안전실장이 바로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더 나아가 김 지사는 "도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추모할 수 있도록, 도청(경기남부청사) 외에 경기북부청사에도 (추모 플래카드를) 걸도록 하라"고 추가 지시했다.
김 지사는 이어 "저희 경기도에 '이런 거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으면 정말 서슴지 말고 아무 때나 얘기해 달라. 뭐든지 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이에 유족들이 "2주기 행사 끝나고 한번 초대해달라"고 요청하자, 김 지사는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초대하겠다. 와주신다면 제가 오히려 감사하고 기쁘다"면서 역시 선뜻 요청을 받아들였다.
특히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작년 12월 도담소 오찬을 떠올리며 "저희가 그때 많이 소외됐었는데 차가운 냉대만 받다가 그때 굉장히 따뜻함을 느꼈다. 대접받는 느낌을 받아서, 굉장히 위로가 많이 됐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동연 지사는 "제가 정치를 시작한 게 지금 3년 남짓이니 아직도 '정치 초짜'인데,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 따지고 할 게 아니라 마음으로 (아픔에) 공감해 줘야 한다. 그런 게 정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위원장이 "사실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하자, 김 지사는 "정말 정치인 중 입에 담을 수 없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런 얼토당토않은 얘기들이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추모의 마음은 가장 기본이고, '별이 된 아이들'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이렇게 바뀌었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