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이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고 하면서 "엄마가 꼭 읽어봤으면 좋겠어"라며 책을 건네주었다. 책 제목은 <세모 별 디디>였다. '무슨 내용이길래 읽어보라고 하는 거지?' 하며 호기심이 생겼다.
표지에는 다양한 색들의 별들이 활짝 웃는 얼굴로 빛나고 있었다. 세모 별 디디는 (표지에 가장 빛나던) 하늘에서 아주 반짝이는 별이다. 어느 날 다른 별들과 놀다 그만 별똥별에 화상을 입게 되면서 예쁜 별 모양에서 세모모양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그 일로 디디는 빛까지 잃어버리게 되었다.
디디는 엉엉 울며 하늘님에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하지만 예전의 반짝이던 별 모양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하늘님은 스스로 빛을 내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디디는 포기하지 않고 빛을 되찾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노력했더니 다시 환한 빛을 낼 수 있었다. 디디는 친구들에게 "혹시 땅 나라 사람들이 나를 세 별이라고 놀리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친한 친구는 "신경 쓰지 마 별이 반짝이면 됐지, 뭐"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세모별 디디는 다시 환한 빛을 낼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세모 별 디디의 작가님도 본인이 얼굴과 몸에 화상을 입고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어울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적었다. 책을 다 읽고 덮을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아이가 왜 이 책을 읽어보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2년 전쯤 딸아이가 발등에 화상을 입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나도 하늘님에게 딸의 발을 되돌려 달라고 기도했었다. 아픈 것과 상관없이 다시 현실은 시작되었고 미룰 수 없는 학원을 다녀야 한다. 세모 별 디디처럼 딸아이도 혹시 학원에서 아이들이 놀리지 않을까 하는 은근히 걱정을 하는 아이에게 "만약 다른 친구가 가윤이 처럼 다쳐서 오면 놀릴 거야?"라고 물었다. "아니, 놀리지 않지, 걱정되지." 학원 다녀온 딸이 방긋 웃으며 "역시 다녀오길 잘했어"라고 이야기해 주었었다.
나 또한 옷을 입고 있으면 달라진 것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샤워하면서 내 몸을 마주할 때 똑같지 않은 가슴 모양과, 신경이 다 잘려 아무 감각이 없는 가슴을 만져볼 때 속이 상한다. 예전과 같지 않은 내 모습에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한다. 예전과 달라진 내 모습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다. '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라는 생각을 많이 하며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추천해 준 <세모 별 디디>를 읽고 나니 현재를 당당하게 살아갈 용기가 샘솟았다. 아이가 세상에 씩씩하게 발을 내디딘 것처럼 나도 나로서 더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겉모습이, 마음이 다친 사람들이 <세모 별 디디>를 읽고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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