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11월 5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순천 여성혐오 살인사건 가해자 박대성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다. ⓒ 김아연
한 달 전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10대 여성 흉기 살해 사건의 첫 재판이 오는 11월 5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열린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 박대성(30)은 사건 당일인 9월 26일 0시 44분경, 순천시 조례동의 거리에서 일면식 없는 여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3일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김병철 형사2부장)은 박대성을 살인, 살인예비죄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아울러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박대성은 범행 당시 자신이 운영하는 찜닭 가게에서 소주를 마신 뒤 흉기를 챙겨 밖으로 나와 30분가량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가 지나가던 피해자를 발견하고 800m가량 쫓아가 흉기로 살해하고 도주했다. 이후 도주 과정에서 신고 있던 슬리퍼가 벗겨지자 이를 버리고 맨발로 호프집과 노래방 등을 돌아다니며 거리를 배회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행인과 시비를 벌이다가 사건 발생 약 2시간 후인 오전 3시경,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박대성은 "소주 4병을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피해자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대성이 일면식 없는 여성을 분풀이 대상으로 삼아 계획적인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당시 음주량, 보행 상태, 여러 참고인들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심신상실이나 미약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한, 박대성이 범행 후 흉기를 소지한 채 인근 주점을 돌아다니며 다음 범행 대상을 물색한 점을 근거로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한편, 범행 직전 경찰이 박대성과 만났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인해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후 사건과 관련된 피해자의 신상정보, 사건 개요가 담긴 공문서가 유출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외부 유출이 금지된 내부 보고서를 유출한 전남경찰청 소속 경찰관 A씨와 전남 순천시 소속 공무원 B씨는 공문상 비밀 누설 혐의로 형사 입건되었다.
또한, 순천경찰서는 사건 발생 장소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순천경찰서가 전국 치안성과 평가에서 1위로 선정되었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지나가는 시민들과 여론의 비판이 일자 "사건 이전에 끝난 평가를 '경찰의 날'을 기념해 직원 응원과 독려 차원에서 걸었다"고 해명하며 급히 철거했다.
X(구 트위터),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치안 성과를 자축하는 현수막을 설치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는 것", "길에서 시민이 살해 당하는 치안을 자랑스러이 여기는 것이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