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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제주KBS의 보도 서귀포운수는 버스결행으로 시민들이 항의전화가 오면 버스 대신 자가용을 보내 승객을 태웠다.
2023년 8월 제주KBS의 보도서귀포운수는 버스결행으로 시민들이 항의전화가 오면 버스 대신 자가용을 보내 승객을 태웠다. ⓒ 제주KBS 화면 갈무리

서귀포 시내 버스 대부분을 운행하고 있는 서귀포운수의 전신은 동서교통이다. 2021년 5월 사모펀드인 차파트너스가 이를 인수해 이름을 서귀포운수로 변경했다.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서귀포운수의 버스 운행은 제멋대로다.

지난해 4월에는 버스를 제대로 운행하지 않고 자가용으로 운행하는 실태가 언론에 보도되어 논란이 되었는가 하면, 2023년 제주도 점검 결과 300여 차례 결행이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서귀포운수에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차량 결행은 올해에도 계속되었다. 결국 지난 6월 서귀포운수의 노동자들이 제주도에 무단 결행 자료를 제출하며 강력 처분을 요구했고 제주도가 5월 1일부터 6월 20일까지 운행 상황을 점검한 결과 50일 간 752차례 결행이 확인되었다.

서귀포운수는 막대한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외부 감사에게 회계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한 제주도는 표준운송원가 기준에 따라 버스회사들에 버스 대당 보조금을 지급한다. 현재 제주도의 버스 1대당 1일 표준운송원가는 50만원~60만원 정도로, 버스 70대를 보유하고 있는 서귀포 운수는 2022년 114억 원, 2023년 122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2022년 서귀포운수는 제주준공영제 관련 조례에 따라 받아야 하는 외부 회계감사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감사인은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의 근거를 제공하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며 '의견 거절'을 제시했다. 그 전 해인 2021년에도 서귀포운수는 단기차입금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한정의견'을 받았다.

잦은 고장과 정비 불량 지적하는 서귀포운수 노동자들

이강수 서귀포운수(주)협동노동조합위원장(좌)과 남성일 사무장(우) .
이강수 서귀포운수(주)협동노동조합위원장(좌)과 남성일 사무장(우). ⓒ 김순애

이강수 서귀포운수(주)협동노동조합위원장(이하 '이강수 위원장')은 서귀포운수의 운행 결행이 잦은 이유에 대해 버스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말한다.

"여름에 에어컨을 틀게 되면 전기차량 배터리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그럼 충전을 해야 하니 결행을 하게 된다. 게다가 고장난 차량이 많다. 그런 경우 다른 회사에서는 버스 등을 추가로 구매해서 대체하거나 하는데 서귀포운수에서는 그런 투자를 하지 않는 거다. 사모펀드는 당장 수익을 내야 하니까 투자를 안 한다. 투자는 곧 비용이니까 수리도 제대로 안하고 타이어도 제 때 공급하지 않았다."

이보다 더 아찔한 것은 정비 불량으로 인한 불안이다.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버스 정비는 1급 정비기능사 자격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지금 서귀포운수에 1급 정비기능사 자격증이 있는 직원은 정비부 상무 한 사람이다. 버스 정비를 할 때에는 정비 상무의 지시를 받고 정비자격증이 없는 정비보조원들이 차량 수리 보조를 한다. 그런데 지난 8월에는 정비 상무가 열흘 넘게 연차, 휴가 등으로 회사를 비웠다. 이 때 정비보조원들이 영업부 상무의 지시를 받으며 핵심 정비기능사만 할 수 있는 조항장치(자동차의 이동방향을 결정하는 모든 장치) 탈부착을 진행하는가 하면 브레이크 라이닝 수리, 브레이크 패드 교체, 타이어교체를 진행했다. 그 결과 타이어에 볼트 너트가 40%만 채워진 상태에서 운행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조항장치나 타이어 이상은 생명과 직결된다."

자격증 없는정비보조사의 차량정비 10월24일 차량 두 대에 대해 자격증이 없는 정비보조사가 정비를 진행했다며 서귀포운수 노동자가 사진을 찍어보내왔다.
자격증 없는정비보조사의 차량정비10월24일 차량 두 대에 대해 자격증이 없는 정비보조사가 정비를 진행했다며 서귀포운수 노동자가 사진을 찍어보내왔다. ⓒ 제보자

서귀포운수(주)협동노동조합은 정비 관련 내용으로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고 제주도 교통정책과는 이에 대해 지난 9월 2일 "브레이크 패드 및 라이닝은 자격이 없어도 정비가 가능하며 조항장치의 탈부착의 경우 유자격자가 1명 이상 있어야 한다"며 "관련 사항에 대해 지도점검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강수 위원장은 점검절차가 "형식에 그친다"고 말한다.

서귀포운수 운영자 사모펀드 차파트너스

이토록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서귀포운수의 지배구조를 보면 차파트너스의 페이퍼컴퍼니인 '더퍼스트지엠제6차'가 2023년 12월 31일 기준으로 83.5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출신들이 설립한 사모펀드로서 여러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어 서울, 인천, 대전, 제주 등 준공영제 지역의 버스 회사들을 대거 인수했다. 사회공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차파트너스는 작년 기준 총 20개 업체, 2천대의 버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차파트너스의 버스회사 인수현황 2023년 11월 사회공공연구원이 발행한 '사모펀드의 버스산업 진입실태와 문제점'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차파트너스의 버스회사 인수현황2023년 11월 사회공공연구원이 발행한 '사모펀드의 버스산업 진입실태와 문제점'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 김순애

차파트너스가 '버스왕'이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버스준공영제 지역 버스회사들을 집어삼키면서 차종현 대표이사는 2022년 11월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감사에 출석하기도 했다. 최근 차파트너스는 올해 1호 펀드와 3호 펀드 만기가 다가오자 총 4개 펀드가 서울과 인천, 대전에서 보유하고 있는 버스회사 14곳에 대한 통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통매각에 서귀포운수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이강수 위원장은 시간이 흘러 회사가 또 다른 사모펀드에게 매각될 것을 우려했다.

"지금 서귀포운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모펀드가 이걸 매각해서 손을 떼려고 하는 입장이다. 다시 사모펀드 손에 넘어가게 해서는 안된다. 공공에서 인수해서 서귀포공영버스가 운영하던가 하는 방법이 기사들이나 시민들이 안전하게 버스 이용을 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도가 칼을 빼들었지만 서귀포운수 면허는 유지

서귀포운수협동조합노조에서 제출한 각종 진정 및 민원 우측: 서귀포운수(주)협동노동조합에서 2022년 10월 26일 위성곤 서귀포국회의원에게 진정한 내용에 대한 위성곤 의원실의 결과보고서 /좌측: 협동노동조합이 2024년 8월 신문고를 통해 '1급 정비자격증도 없는 보조원의 차량정비건'에 대해 만원을 넣은 서류
서귀포운수협동조합노조에서 제출한 각종 진정 및 민원우측: 서귀포운수(주)협동노동조합에서 2022년 10월 26일 위성곤 서귀포국회의원에게 진정한 내용에 대한 위성곤 의원실의 결과보고서 /좌측: 협동노동조합이 2024년 8월 신문고를 통해 '1급 정비자격증도 없는 보조원의 차량정비건'에 대해 만원을 넣은 서류 ⓒ 김순애

제주도는 서귀포운수의 무단 결행에 대한 사실 조사 등을 거쳐 2023년 법적 최고 한도인 5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2024년에도 무단 결행이 지속되자 청문 절차를 거쳐 지난 9월 3개 노선에 대해 감차를 수반하는 노선폐지명령 처분을 하였다. 서귀포운수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제주의 19개 단체 및 정당으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은 제주도의 처분이 "사실상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은 셈인데다 가뜩이나 대중교통이 불편한 서귀포시 시민들의 이동권을 제약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면허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내리고 제주도가 직접 인수하여 공영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공공교통네트워크 역시 "많은 비리와 불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문에서 면허 취소가 아닌 노선 폐지, 버스 감차에 그친 것은 소위 제주도가 운수업체의 눈치를 얼마나 보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라며 "차라리 면허 취소가 되었다면 해당 사업체 전반을 공영으로 전환하는 등의 변화를 꾀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사업권을 유지해주면서 노선 감축과 버스 감차를 하면 그 피해는 사업자를 거쳐서 결국 도민들에게 귀착"라고 주장했다.

서귀포운수 사태의 본질은 버스준공영제

버스 준공영제는 사업자에게 회사운영권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사업 운영에 따른 손실을 전액 보상해주는 제도로, 사업자가 아무리 적자를 내도 어떤 손해도 입지 않는 이상한 제도이다.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버스회사를 지원하지만 버스 회사에 대한 권한은 지극히 제한적이기에 사모펀드는 이러한 틈을 파고 들어 준공영제 지역의 버스회사들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서귀포운수의 경우 매년 '버스 준공영제 경영 및 서비스 평가'에서 꼴찌를 차지했지만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매년 100억 원이 넘는 보조금을 한 해도 빠짐없이 지급받았고 운행결손이나 감사자료 미제출이 있어도 고작해야 수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성과이윤 지급을 제한받는 정도이다. 이런 좋은 장사를 사모펀드가 그냥 둘 리가 없지만 현재 준공영제도는 사모펀드의 진입을 막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제주녹색당운영위원장입니다.


#제주버스준공영제#차파트너스#서귀포운수#제주특별자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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