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유가족들과 시민·종교인들이 참사 현장인 이태원역 앞으로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의 연대를 다짐하는 기도를 했다.
26일 오후 1시 59분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주최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4대 종단(개신교·원불교·천주교·불교) 기도회가 열렸다.
수백 명의 참석자들은 거리에서 성직자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참사의 진실을 감추려는 윤석열 정부의 횡포에 맞서 유가족들과 함께 진상규명의 여정에 끝까지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유가족 발언에 나선 박영수씨(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남훈씨의 어머니)는 종교인·시민들에게 "희생자들이 왜 이 좁은 골목에서 구조의 손길 받지 못하고 처참히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 유가족·시민들은 알고 싶었지만만,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진실을 감추고 책임지지 않는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또 "오늘 우리들은 지난 2년의 미안함을 가슴에 안고 울부짖으며 거리에 나선다"면서, "수많은 시민·청년·종교인들이 이날 이후에도 진실을 밝혀내는 여정에 앞으로도 함께 연대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성경 "159명의 별이 우리 곁을 떠난 지 2년 지났음에도 여전히 진실의 규명은 그 속도가 더디며, 책임자들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면서, "반성도 변화도 없는 이 사회는 오직 유가족들의 분노와 절규만 남았다"고 일갈했다.
이어 요한복음 6장 33절을 인용하며 "천하보다 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하나님의 은총이 유가족·시민들과 함께하길 바란다"고 언급하며, "진실을 찾는 모두와 함께 안전하고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개신교가 동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강현욱 원불교 시민사회 네트워크 교무도 "2년 동안 유가족들이 자신의 아픔을 넘어 힘겨운 다른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아픔을 보듬는 모습을 보면서 '저분들이야말로 참 부처'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참석자들에게 "참사 2주기를 맞아 유가족들의 심신 간 건강과 희생자들의 해탈·천도를 기원함과 동시에, 참사를 기억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에 함께하는 연대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위로했다.
예식을 이어나간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 수녀들은 "책임·공감할 줄 모르고 진실과 정의를 가리는 무능한 윤석열 정부로 인해 유가족들과 연대하는 시민들의 모든 날이 2022년 10월 29일에 멈춰져 있다"고 탄식했다.
이어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힘으로 어렵게 세워진 특별조사위원회가 윤 정부와 외부 세력들의 방해로부터 보호를 받아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며, 이를 통해 우리 곁을 떠나간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이 하루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불교 예식을 진행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부위원장 시경 스님도 "최근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부의 무죄선고에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개탄을 금치 못했다"고 지적하며, "판결이 특조위나 다른 판결에 영향을 줄까 우려스럽다"고 염려를 표했다.
또한 "사법부는 유가족·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고 진실을 밝히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윤 정부는 유가족·시민들이 어렵게 수립한 특조위의 진상규명 활동에 회피나 거부를 할 생각을 버리라"고 경고했다.
한편 기도회 직후 참석자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서울역·특조위가 있는 저동빌딩을 지나 서울광장으로 향해 행진을 시작했으며, 같은날 오후 6시 34분에 서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