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를 놓고 당내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는 가운데, 28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에 찬성하는 친한계와, 반대하는 친윤계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이를 조율하기 위한 의원총회 형식을 두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친한계에서는 이번에 열릴 의원총회를 언론에 공개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어느 쪽이 더 명분과 논리가 있는지 투명하게 판단을 받자는 취지이다. 반면, 친윤계는 당내 갈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종전처럼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자는 주장이다.
여당 '투 톱'이라고 할 수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특별감찰관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한 대표는 전날(27일) 있었던 행사의 소회를 짤막하게 밝히기는 했지만, 이 자리에서 그가 했던 '민감한' 메시지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관련 기사 :
김건희 감시 '특별감찰' 제안 한동훈 "이견 내는 것, 모두가 사는 길").
'화합과 단결' 강조하는 친윤... "스스로 파괴하면 안 된다"
이후 마이크를 잡은 '친윤계' 인요한 국회의원은 "화합과 단결"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 내에서 아주 다양한 의견과 의견이 나오고 있다"라며 "저는 이걸 꼭 나쁘게 보지 않는다. 이런 다양성이 아주 긍정적이고 건강을 보여준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조심해야 될 거는 두 가지"라며 "첫째, 우리가 파괴적인, 서로 끌어내리는 거 이런 점을 좀 조심해야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로 "문을 닫고 우리끼리 치열하게 다퉈도 좋다. 의견과 의견을 교환하는 데 있어서는"이라면서도 "좀 조용하게 문을 닫고, 너무 남한테 알리지 않고, 의견을 종합해서 나와서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분명한 것은 문을 닫고, 문을 연 곳에서는 대화 내용이 좀 달라야 된다"라며 문을 닫고 당내에서 다투는 이야기가 "문을 열고 하는 이야기"로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특별감찰관 문제를 놓고 국민의힘 의원들 단체 채팅방에서부터 여러 언론 인터뷰, 공개회의 석상 등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인 의원은 "다시 한 번 말씀드리는데, 스스로 파괴하는 건 좀 피해야 될 것 같다"리먀 "지금 현재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것은 큰 변화들이 외부에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북한 핵 문제 등을 언급하며, 당의 단결을 주장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용산 대통령실과 당 주류인 친윤계를 향해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친한계를 겨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요약하면, 인요한 의원의 지적은 특별감찰관 문제를 논의할 의원총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언론에 '공개'하자는 친한계 일각의 요구를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의 분란을 외부로 노출해봤자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인 셈이다.
친윤계 논리 조목조목 반박한 김종혁
반면, 같은 자리에 있던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인요한 의원의 말씀에 대부분 동감하지만, 이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바로 반박에 나섰다. 그는 "민주당이 북한 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으면 우리 당도 특별감찰관을 추천하지 않는 게 당론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었지만 그런 당론은 결정된 적이 없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민주당이 북한 인권대사를 추천하지 않는데 우리만 특별감찰관을 추천하면 당의 정체성이 의심받는다고 한다. 앞뒤가 뒤바뀐 주장"이라며 "만일 우리당이 특별감찰관을 추천했는데도 민주당이 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거부하면 민주당이야말로 정체성을 의심받고 격렬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특검을 고집하며 야당 몫의 특별감찰관 추진을 안 하면 어쩔 거냐고 한다"라며 "그거야말로 민주당의 특검 주장이 정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니 우리는 마음껏 공격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공개 의원총회 통해 토론과 표결 이루어져야"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특별감찰관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한 김 최고위원은 이어 "특별감찰반 같은 논란이 되는 이슈들에 대해서는 앞으로는 의원들뿐만 아니라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책임당원들의 의견도 수렴할 방법을 강구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당원과 국민들은 특별감찰관 추천에 대해 우리 의원들이 어떤 주장을 펴는지 알 권리가 있다"라며 "만약에 의총이 열린다면 공개 의총을 통해 토론과 표결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의원총회를 언론에 공개하자는 제안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는 "대통령에 대해서든 당 대표와 관련해서든 적어도 공당인 국민의힘은 사적 충성과 이해관계보다 공적 책무를 우선시해야 한다"라며 "신문 사설들은 특검까지 받으라고 아우성인데, 특별감찰관조차 받을 수 없다고 한다면 사적 충성이 공적 의무감을 덮어버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동떨어진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 특별감찰관 하나를 놓고 우리 당이 더 이상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말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라고 발언을 마쳤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회의 시간에 의원총회 형식이나 특별감찰관 논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따로 만날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서도 확인해 주지 않았다.
'중립파' 자처한 윤상현 "표결은 공멸로 가는 단초"
윤상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표결해서는 안 된다"라며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는 하나의 우리 정책 사안이다. 정책 사안을 가지고 의총에서 표결을 한 적이 거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약에 표결을 하게 된다면 서로 분열의 시초가 된다. '친한계다, 친윤계다' 그래서 표결은 결국은 공멸로 가는 단초를 제공하니까 안 된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의원총회를 통해서 서로 의견 개진하고 거기서 통합을 이끌어내는 게 그게 또 당의 리더십"이라며 "표결해서 만약에 그게 '됐다, 안 됐다' '추천이 됐다, 안 됐다' 그거는 서로 양자 서로 도움이 결코 될 수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표결 아닌 다른 방법으로 풀자고 하는 그런 제안이 나올 것"이라며 "사실 친한계 의원하면 20명 정도 친윤계의 한 30명이고, 나머지는 중립파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표결은 계파 갈등이 최고조로 가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게 저의 강력한 입장"라며, 소위 '중립파'가 "이슈별, 사안별에 따라서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