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 정말 밥을 안 먹는 아이였다. 어릴 때 분유도 이유식도 잘 안 먹더니 지금도 편식이 심해 많이 가려먹는 편이다. 이런 딸이 어릴 때 고등어에 밥 한 공기를 힘들지 않게 다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친정엄마네 집에서 기름에 노릇하게 구운 고등어, 이 반찬은 지금도 잘 먹고 좋아한다. 생선은 맛있게 굽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 제일 문제는 생선 한번 구우면 집에 냄새도 장난 아니다.
그래도 아이가 잘 먹으니깐 자주 구워줬었는데, 어느 날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되는 생선 제품이 나왔다. 엄마 입장에서 얼마나 반갑던지, 자주 식탁에 생선을 올렸다.
딸은 몇 번 먹더니 "할머니가 해주는 고등어 맛이 아니야"라고 한다. 내가 먹어봐도 그렇다. 당연히 그 맛은 나지 않는다. 입에 맞지 않는 고등어를 먹을 때마다 딸이 "할머니가 와야 맛있는 고등어를 먹을 수 있는데"라고 한다(강원도에서 농사 짓고 있는 엄마는 겨울이 돼야 돌아온다).
고등어는 11월부터 2월까지 가장 맛있는 시기인데, 이때가 가장 지방이 풍부하고 살이 통통하다고 한다. 고등어에는 '오메가-3'가 많이 들어있는데 이 오메가-3가 몸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음식으로 섭취하면 좋다. 오메가-3는 심혈관계 질환과 뇌 건강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고등어의 DHA는 집중력과 학습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더불어 다량의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으며 더불어 비타민D가 들어있어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는 역할까지 해주는 고마운 식재료이다.
며칠 전에 유튜브에서 최화정님이 고등어김밥 레시피를 공개했다. 밥에 깻잎 깔고 오이장아찌를 넣고 고등어 넣어 돌돌 말아서 먹는 레시피였다. 그 김밥을 맛본 PD가 "이거 방송 나가면 고등어 씨가 말라버릴 것 같은데"라고 해 나도 먹어보고 싶었다.
집에 오이장아찌가 없어 어떤 걸 넣어 만들어볼까 생각하다 엄마가 만들어준 깻잎장아찌가 생각이 났다. 고등어구이와 깻잎장아찌는 같이 먹어도 참 맛있는 조합이다. 거기에 백김치를 넣어서 상큼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에 고등어 올리고 깻잎장아찌 올리고 백김치 올려 돌돌 말아먹으니 색다른 맛이었다. 깻잎장아찌와 백김치를 넣은 게 신의 한 수였다.
고등어가 남은 김에 점심에 스파게티로도 만들어 먹었다. 고등어가 비린내가 나서 스파게티와 어울릴까 싶은데 양식과 고등어도 참 잘 어울린다. 먹어보니 고등어 스파게티의 킥은 '페피로치노홀'이다(이게 없으면 청양고추라도 넣어야 맛이 좋다).
만드는 방법은 오일 파스타로 만들어 구워둔 고등어를 위에 올리면 완성이다. 영양만점 고등어를 올려서 함께 먹으니 "어머, 이 맛 왜 여태껏 몰랐던 거야!"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고등어구이도 좋고 고등어무조림도 좋지만, 매일 똑같은 한식에 싫증나신 분들은 제가 알려드린 레시피를 활용해서 11월에 제철인 고등어 맛있게 드셔보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