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들깨를 털기 위해 밭에 갔다가 보니, 심어 놓은 배추가 겉절이 하기 좋게 큼지막하게 자라 있습니다.
지난 추석 전에 열무김치를 담그기 좋게 자라 있던 것을 누군가가 다 뽑아 훔쳐가 빈 열무 고랑을 보고, 마음이 한동안 아팠던 기억이 떠오릅니다(관련 기사:
열무 도둑 맞은 마음 위로해 준 고구마줄기 김치 https://omn.kr/2aavs).
빈 열무 고랑을 그냥 둘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두어도 풀만 무성해 뽑아 주어야 하기에 배추 모종을 사다가 심었습니다.
제가 열심히 키운 열무를 누군가 뽑아 가고 나서는, 한동안 밭에 가면 누군가가 꼭 나타나 또 훔쳐갈 것 같은 불안함에 사로 잡혀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배추 모종이 자라는 것을 보며 마음이 흡족했습니다.
한동안 밭에 옆지기만 가고, 나는 안 가다가 들깨를 털러 가 보니 배추가 얼갈이 겉절이를 담을 만큼 자라 있습니다.
추석 전날 잘 자라던 열무가 없어졌습니다. 추석이 지나 배추 모종을 사다 심으면서 안 자라 못 먹으면 어쩌나? 싶어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배추가 한 달 만에 자란 크기를 보니, 자란 만큼 먹을 수 있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것도 알게 해 줍니다.
배추를 보자, 열무 같이 남 좋은 일만 시킬게 될까 봐 얼른 겉절이를 담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겉절이 김치를 담기 위해 얼갈이배추를 뽑아 간다고 옆지기한테 말을 하니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추석 전에 열무 김치를 담겠다며 열무를 뽑는다고 하니, 그는 가을무 할 거라며 제가 뽑지 못하게 했던 기억입니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열무가 누군가에 의해 없어지니, 내색은 하지 않았어도 옆지기도 속이 상했던 것입니다.
얼갈이배추 효능은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변비 개선에 도움이 되며, 비타민 C 성분이 풍부해 면역력 강화, 항산화 작용으로 암 예방, 칼슘이 풍부해 뼈 건강, 빈혈 예방에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얼갈이배추김치' 담그는 재료: 얼갈이배추, 쪽파, 고춧가루, 다진 마늘, 까나리 액젓
1. 얼갈이배추를 노란 떡잎과 지저분한 부분은 떼어줍니다.
2.
배추를 먹기 좋은 크기 3등분으로 잘라 줍니다.
3.
세척해 소금에 절여 줍니다.
4.
쪽파는 잘게 잘라 주고, 마늘도 다져 줍니다.
5.
고춧가루, 다진 마늘, 쪽파 액젓을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줍니다.
6.
소금에 질인 얼갈이배추를 한번 씻어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베 줍니다.
7.
얼갈이배추에 양념을 넣고 골고루 버무려 줍니다.
아삭한 맛이 일품인 얼갈이배추, 밥에 비벼 먹거나, 국수에 얹어 비벼 먹으면 속도 편안하니 맛있습니다.
얼갈이 겉절이를 담으면서, 농작물도 자란 만큼 뜯어다가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