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기사 <
"돈 떨어져서..." 고향에 돌아온 청년이 눌러앉은 이유>에서 이어집니다. https://omn.kr/2ar8c )
<주간함양>은 함양의 '바른 언론 젊은 신문'이다. 2002년에 뜻있는 함양 군민들이 주주로 참여해서 <함양군민신문>으로 창간했다가 지금은 <주간함양>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현재 최학수 기자를 비롯해 8명이 근무하며, 월 8000원의 구독료가 있는 신문을 매주 16면으로 발행한다. 최학수는 <주간함양>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되게 건실한 언론이에요. '지역신문 발전 기금'을 받는 신문사거든요. 이건 언론재단에서 나오는 기금인데 경상남도 내 지역 신문 중에서 한 다섯 곳 정도가 받고 있어요. 근데 이게 굉장히 깐깐한 기준을 통해서 선정되거든요. 대표자의 범죄 경력이 있는지, 직원들의 월급은 밀리지 않는지, 언론중재위원회에 몇 번 회부되었는지, 그런 것까지 따질 정도로요.
편집국장님이 30대 초반으로 젊은 편이어서 굉장히 편하게 토론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 있어요. 그리고 저희 신문의 가장 큰 특징은 기획 면이 엄청 많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실 신문이지만 매거진같이 느껴질 때도 있어요. 언론 윤리 강령 같은 것을 잘 지키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들을 실으려고 하는 그런 신문입니다."
지난해에는 최학수의 기획으로 '고마워, 할매'와 <주간함양>이 협업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는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의 함양 청년 마을 '고마워, 할매'에서는 타지 청년들을 대상으로 2주간 지역을 살아보는 프로그램이 열린다. 참가자 중 추가로 2주를 더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은 '활동계획서'를 제출한다. 그 활동으로 최학수가 청년 인턴 기자를 제안한 것이다.
"처음으로 그렇게 활동하셨던 분이 엄청 만족스러워 했어요.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 지역을 바라봤을 때는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인턴 기자 생활을 통해서 좀 더 생생하게 다가온 거예요.
누군가는 골프장 회원권 때문에 이렇게 투쟁하고 있구나, 농사일지를 18년 동안 적은 사람이 있구나. 이런 구체적인 지역 이야기들을 접하게 됐죠. 그전까지는 함양이 여행지, 휴식지로서의 공간이었는데 갑자기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바뀌어 보이게 되는 경험을 하신 거예요.
실제로 그분은 지금 '고마워, 할매'에 일하면서 함양에서 계속 살고 계세요. 그래서 여행으로는 느낄 수 없는 지역에 밀착해 보는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평가했어요. 그래서 그 후론 아예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정착해 진행했었어요.
사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기자라기보다 굳이 말하자면 영상 기자의 역할이었거든요. 인터뷰에 동행하고, 인터뷰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누군가는 기사로 쓰고요. 참여하신 분들도 엄청 만족스러워 했고, <주간함양> 입장에서는 평소 제작하기 힘든 영상 콘텐츠를 남기게 되어서 되게 좋았죠. 영상 콘텐츠를 통해서 <주간함양>이 전하고자 하는 얘기를 더 생동감 있게 전할 수 있었으니까요."
사는 문제랑 뗄 수 없는 기후, 농업, 지방 소멸
<주간함양>에는 신문사의 의도가 반영된 주제의 기획 기사가 연재된다. 최학수는 한 해 동안 고민해 온 것들을 바탕으로 연말쯤 다음 해의 연재 주제를 결정한다. 올해는 나름대로 농업 3부작을 고민해 씨앗, 먹거리, 농업에 대한 기사를 다뤄내고 있다.
"방금도 여기서 <저속 노화 식단>이란 책을 한 권 샀어요. 저는 기후 위기에 관심이 크게 가더라고요. 그래서 2024년 1월 1일자 1면에 토종 씨앗으로 '2024'라고 쓴 사진을 냈거든요.
올해를 시작하면서 저 혼자만의 다짐이 있었어요. 조금 더 건강한 먹거리,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농업. 그런 것들을 올해 기사로 다뤄야겠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함양 농업에 토종종자 생태계 마련하기>라는 기획 기사를 9편 연재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함양의 발효문화 기반 활용을 통한 지방소멸 극복'이라는 기획기사를 연재 중이에요. 추가로 계획 중인 건 '미래농업'에 대한 기획 연재예요. 내년엔 '사라질 결심'이라는 주제로 지역이 안전하게 사라져가는 방법에 대해 다루려고 생각 중이에요."
그의 프로필에는 늘 '지방소멸의 해법을 고민합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사라질 결심'이라는 말에서도 그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최학수는 함양 사람이고, 청년이면서, 지역신문의 기자이기 때문에 더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말을 이었다.
"앞으로도 제가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건 계속 고민하고 실천할 것 같아요. 다른 관심사가 없어요.
지방 소멸을 막는 법은 이 지역의 매력을 많은 사람에게 잘 알려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청년 모임 '이소'를 만들기 전부터 그런 상상을 했었어요. 시대가 변하고 우리가 맞이하게 된 새로운 일상의 표준을 '뉴노멀'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뉴농촌'이 있을 것 같아요. 보수적인 선택이 겹쳐서 구성된 농촌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로 새롭게 구성된 농촌을 상상해 봐요. 저는 너무 기대되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함양이 어떻게 뉴농촌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고 있습니다."
시골 청년들이 쉽게 공감하는 생각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지역 사람들이 진짜 재미있게 잘 살면, 자연스럽게 지역은 활력을 띤다는 것. 그러면 인구 유입이니 지역 홍보니 하는 효과도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 애써 부자연스러운 행사나 사업을 새롭게 만들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우리 지역이 가진 삶과 자원을 잘 알아가고 다루어내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라는 것.
외로울 틈 없는 함양살이, 힌트는 청년모임 이소
함양 청년모임 '이소'는 안부를 묻는 글 '이소'라는 뜻과 청년들의 이야기, 소리라는 뜻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 함양 청년의 안부를 묻는 이 느슨하고 따뜻한 모임을 처음 만든 사람도 최학수다.
"제가 처음에 꿈꿨던 건 일종의 명단 형태예요. 왜냐하면 제가 낯을 가려서 이걸 모임으로 할 생각까지는 없었어요. 취재 과정에서 만나는 청년들을 다 목록으로 정리해 보면 어떨까, 그러면 누가 나에게 연락만 하더라도 필요한 누군가를 연결해 수 있으니까 좋겠다 싶었어요. 어디 가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뭘 잘하는지 함양 청년들을 아카이빙 하는 거죠.
함양에 청년이 운영하는 '쟈뎅드마망'이란 꽃집이 있어요. 꽃집 사장님이 제가 소개한 지원사업을 통해서 원데이 클래스를 연 거예요. 알려준 입장에서 뿌듯하고 좋아서 취재하러 갔거든요. 그때 원데이 클래스에 참가한 다솜 님을 처음 만났어요.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이미 귀촌한 지 2년이 지났는데 주변에 친구도 없이 일만 한 거예요. 다른 분들도 '귀촌 우울증' 같은 게 있더라고요. 뭔가 퇴근하고서 맥주 한잔할 친구가 없는 거죠. 어딜 가야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는지 힌트도 없는 그런 지역이다 보니까 '여기 가면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겠지' 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다솜님과 알게 된 지 한 달도 채 안 되어서 같이 이소를 만들게 된 거예요.
그리고 일상에서 다들 일부분 긴장이 있는 상태에서 살잖아요. 그런데 내 또래들과 만났을 때 그 긴장이 제일 덜 한 것 같아요. 건강한 청년단체가 지역의 문화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이소는 그런 맥락에서 계속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업도 취향도 다양한 청년들을 처음 한데 모을 수 있었던 건, 최학수를 비롯한 운영진의 기획력과 친화력 덕분이다. 처음 모임을 열었을 땐 연결에 목말랐던 청년들이 매달 20~30명씩 모였다. 매달 자기소개 하기 바빴다고. 지금은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독서모임, 영어 모임, 글쓰기 모임, 플로깅 모임, 와인 모임 같은 소모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는 '이소 문화센터'라고 해서 문화 인프라의 역할을 해보기로 했어요. 지역 문화 강좌는 아무래도 주된 대상이 정해져 있다 보니까 프로그램들이 청년 친화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우리가 직접 열었어요. 청년 친화적인 시간대에, 청년 친화적인 주제로 청년이 가르치고 청년이 배우는 그런 구조로 만들어봤어요. 미술 수업, 가죽 공예, 취향 찾기 등의 모임이 열리고 있어요."
그러나 이렇게 계속 기획된 모임을 운영하자 운영진과 참가자가 뚜렷이 구분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누군가 계속 운영 에너지를 제공해야만 했다. 그래서 올해는 운영 체제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운영진들을 더 모아봤는데 너무 지원자가 없더라고요. 구글 폼에 응답해서 목록화되어 있는 청년은 100여 명인데 말이에요. 그게 이소의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느슨해서 언제든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지만, 제공자와 수혜자가 구분된 느낌이요. 그래서 올해는 5명이 협동조합의 형태를 갖췄어요.
제가 처음에 청년 모임을 생각한 게, 명단과 함께 네트워킹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거였어요. 지금은 여행자와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있으니까, '로컬 커뮤니티 호텔'을 해보고 싶어요. 이번에 독립하면서 생긴 제 집을 그렇게 활용할 방법을 구체화하고 있어요. 지금 협동조합원들이 지원사업 심사를 받으러 가 있어요. 좋은 소식 기대해 주세요."
'낯은 가리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좋아합니다.' 최학수의 소개 글이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은 사는 게 재미있다. 이렇게 재밌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소멸'이라니, 가끔 그 말이 우습단 생각도 든다. '오래가는 것들을 좋아한다'도 최학수의 말이다. 최학수가 좋아하는 함양도 오래가면 좋겠다.
최학수의 진심 어린 고민과 성실이 촛불처럼 함양 구석구석 작고 소중한 이야기를 찾아 비춘다. 그리고 가사처럼 촛불은 주변으로 옮겨가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된다. 그러다 어느새 어둠은 사라지듯, 최학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함양의 오늘과 내일이 환하게 밝혀지는 느낌이 든다. 10년 후엔 우리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뉴농촌'을 맞이하고 있을까. 그때까지 동료 활동가 최학수와 살맛 나는 새 농촌의 이야기를 같이 써나가고 싶다.
진행 / 넉넉
글 / 푸른
인터뷰 일자 / 2024년 9월 24일
글쓴이 : 푸른
내 이름도 별명도 살고 싶은 모습도 '푸른'. 나는 따뜻하거나 뜨거운 사람.
어린이의 벗 되어 살고 싶다. 어린이 해방을 꿈꾸며 산청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