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자신의 여론 조작 의혹 보도를 반박하며 언론사를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명씨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씨(강혜경씨)는 사회조사분석사 자격증이 없다"면서 "강씨는 가중치 주는 방법을 잘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연령별/무응답 응답자 표본으로 강씨는 보정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강씨가 조작범이구나?"라며 "거짓 보도한 한겨레 고소되었다. 다음은 뉴스타파?"라고 했습니다.
<뉴스타파>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 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에서 응답자 수를 부풀렸다는 의혹 보도가 나오자, 이에 대한 해명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명씨의 주장은 맞지 않다는 반박도 나옵니다(관련기사 :
뉴스타파 "여론조사 최소 8건 조작 확인... 윤 vs. 홍 뒤집힌 결과도" https://omn.kr/2aqqd).
자격증도 없는 사람에게 여론조사 지시?
우선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이었던 강혜경씨(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가 공개한 녹취 파일을 보면, 명씨는 강씨에게 수차례 여론조사 관련 지시를 내리는 듯한 발언을 합니다.
강혜경 : "여보세요?"
명태균 : "연령별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추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그거 한, 해 가지고 한 (응답 샘플을) 2천개 만드세요."
2021년 9월 29일 명태균씨와 공익제보자 강혜경씨의 통화 내용
해당 보고서는 윤석열 후보 대선 캠프에서도 활용됐다는 의혹도 있는데요. 만약 명씨가 보고서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 자체로 문제이고, 몰랐다면 페이스북에 올린 해명이 맞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명태균 : 그다음에 그 TV 토론(문항)은 홍(준표)을 한 4% 빼.
강혜경 : 빼라고요?
명태균 : 네. '잘 모르겠다' 그 쪽으로 돌려, 더불어민주당 쪽에.
강혜경 : 4% 빼고?
명태균 : 그것만 하면 될 거 같아요.
2021년 9월 29일 명태균씨와 공익제보자 강혜경씨의 통화 내용
명씨는 페이스북에 "9개 중 8개가 조작? 내 녹취가 있나?"라며 자신이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명씨와 강씨의 통화 내용을 보면 명씨가 강씨에게 TV 토론 문항에서 홍준표 후보 4%를 빼라고 지시합니다. 조작을 지시했다고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입니다.
비공표 자체조사? 돈은 누가 냈을까?
명태균씨는 또 "여론조사를 잘 모르는 국민들에게 비공표 자체조사를 공표 조사처럼 말하며 조작으로 보도한다"라고 적었습니다. 그의 주장은 개인적으로 보기 위해 만든 비공표 자체조사를 공개적인 여론조사로 만들어 자신을 조작범으로 만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의 소유주가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명씨는 비공표 조사라고 해도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비용을 지불했어야 합니다. 따라서 명씨가 비용을 지불했는지, 했다면 그 돈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명씨는 개인적으로 보기 위해서 여론조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2022년 5월 30일 통화를 보면 명씨는 강씨에게 "서울시장 선거, 서울에 한번 1000개 (여론조사를) 돌려보세요. 1000개 바로 해서 바로 오늘 달라고 하네. 사모님(김건희 여사)이 이야기해서 궁금하대요"라고 말합니다.
명씨의 주장대로라면, '여론조사 비전문가'인 강씨에게 지시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만든 보고서를 김건희 여사에게 왜 줬는지, 그 비용은 누가 지불했는지란 궁금증이 듭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정치브로커인 명씨의 허풍에 불과하다고 일축합니다. 하지만 명태균씨와 강혜경씨의 통화 내용을 보면 '김 여사', '사모'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자고 나면 터져 나오는 여러 의혹들을 일시에 해소하고 명씨의 허풍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검찰이 김 여사의 통화 내역을 확보하고 소환해서 조사하는 방법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