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아래 밈센터)가 30일 서울특별시의회에서 '경계선지능인의 사회이동성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느린학습자의 경제활동 참여를 위한 맞춤형 교육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중에서도 지난 5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사회이동성 개선방안' 3대 정책방향인 일자리, 교육, 자산형성에 초점을 두고 논의가 이뤄졌다.
경계선지능인이란 평균지능과 지적장애 사이 지능을 가진 이들로, 느린학습자라고도 불린다. 정확한 현황은 파악된 바가 없으나 지능지수 정규분포에 따라 전체 인구의 13.59%, 약 70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느린학습자는 학업, 정서, 대인관계, 취업 등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법적, 제도적 지원이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이교봉 밈센터 센터장은 "이번 토론회 같은 결과들이 축적돼 경계선지능인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편입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며 "토론회 내용을 잘 경청해 경계선지능인을 돕는 데 힘써서 노력하겠다"고 개회사를 전했다.
구종원 서울특별시 평생교육국장은 "서울시만 해도 127만 명이 경계선지능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정책 사각지대에서 그동안 소외됐는데 예산과 정책 마련을 위한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아직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회를 통해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태용 서울특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은 "경계선지능인, 부모님들을 큰 어려움 없이 보살필 수 있도록 챙겨나가겠다"며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는 축사를 남겼다.
첫 번째 발제는 박유진 서울특별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위원이 '경계선지능 청년 실태 및 일경험 지원방안'을 주제로 진행했다. 박 의원은 그간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을 위해 예산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발제에서는 올해 밈센터가 추진하고 서경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연구용역을 맡아 진행한 '경계선지능 청년 실태와 일경험 지원방안 연구'에 대한 내용도 함께 언급했다.
박 의원은 경계선지능인 스스로 느끼는 취업시장에 대한 평가 질문에 100%가 '어렵다 또는 매우 어렵다'라고 답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경계선지능 청년들은 경계선지능인으로서의 어려움과 동시에 청년으로서 겪는 기회제한의 어려움을 함께 겪고 있다"며 "이들이 이중적 고통을 겪는 이중 약자라는 점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는 김지은 차의과대학교 미술치료학과 교수가 '경계선지능인 자립지원 맞춤형 교육지원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경계선지능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예룸, 예하예술학교에서 미술치료 등을 진행하며 경계선지능 청소년들을 만나왔다. 그는 경계선지능 자립을 위해서는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지원을 위해 종합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후 토론은 송경택 서울특별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 권오진 주식회사 휘카페 대표이사, 김주환 강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 순으로 진행했다. 좌장은 김성아 쌍문동청소년랜드 센터장이 맡았다.
송경택 부위원장은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많은 정책이 나오고 있는데 그 이전에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경계선지능인을 약자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일할 수 있는 구성원으로 지원해 줄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권오진 휘카페 대표이사는 "휘카페를 통해 경제적 자립, 사회적 자립을 조금이나마 이룰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사회이동성에 대한 당사자 부모들의 작은 희망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휘카페는 느린학습자 청년 바리스타들이 일하는 상생일터로 지난 2022년 문을 열었다.
경계선지능 청년들은 취업에도 어려움을 겪지만, 취업 후에도 직장이나 직무에 적응하기 어려워 낮은 근속률을 보인다. 권 대표이사는 "휘카페는 단기근속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며 "국회-정부-지자체가 협력해 경계선지능인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계선지능 청년을 주로 고용한 사업장은 일반 사업장보다 효율성이 낮거나 성장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며 "경계선지능 청년을 50% 이상 고용하는 기업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김주환 강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대학은 준의무 교육기관화되고 있다"며 "대학이 느린학습자들의 자립생활을 위한 준비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김 교수는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특성화 대학 지정, 맞춤형 학과교육지원사업 및 학교차원 교육프로그램 운영 지원, 대학 내 경계선지능인 전담 학생지원조직 마련 등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토론에 나선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청년들도 일자리를 갖고 월급을 받아 생활하며, 이 월급으로 독립하고 싶어 한다"며 맞춤형 자산 형성과 활용도 제공에 대한 지원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또한, "사회이동성 개선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밈센터 같은 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성과들이 밖으로 공개되고 이를 통한 실증연구들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이후에는 각 지자체 담당자와 느린학습자 당사자, 부모의 질의응답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