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시 사남면의 한 마을 이장이 국책사업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해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국정 전 병둔마을 이장은 해임에 반발해, 해임 무효 소송과 해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동시에 제기했다(관련 기사 :
1670억 사천 사남~정동 국대도 '운명의 갈림길' 서나).
사천시 사남면행정복지센터(면장 안용주)는 지난 10월 10일 병둔마을 정국정 이장을 직권 해임했다. 정국정 이장의 해임은 사남-정동간 국도대체우회도로(아래 국대도)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해임 통지서에는 ▲사남-정동간 국도대체 우회도로 노선변경 요구에 따른 행정기관과 주민간의 갈등 유발 ▲마을 이장임에도 반대집회 및 반대의견으로 사업 추진 지속적 방해 ▲각종 회의마다 위원들과의 잦은 마찰로 이장으로서의 품위 손상 등이 사유로 적혀 있다.
직권 해임된 이장 "마을 주민 우려 전달했을 뿐"... 면장 "주민 선동해 집회"
앞서 사남면 병둔마을 주민들과 정국정 이장은 "사남~정동간 국대도 국토부 원안은 사남면 중심부에 11m 높이의 고가도로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주민들은 마을 공동체가 고가도로로 인해 단절되고, 30년 숙원사업인 송전선로 지중화도 불가능해진다"고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정국정 전 이장은 "저는 저희 병둔마을 주민들의 우려를 행정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온 것"이라며 해임의 부당성을 설파했다.
반면, 안용주 사남면장은 "정국정 전 이장이 주민들을 선동해 집회를 연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해임 처분은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주민 의견 전달과 집회 선동이라는 두 가지 시선이 엇갈린다. 하지만 사업 반대 목소리를 이유로 이장 해임은 과한 조치였다는 지적이 지역 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정국정 전 이장은 "면장은 시와 협의해 직권으로 해임 처분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주민 의견 전달이라는 이장의 의무를 다한 것이 정당한 해임 사유가 되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사천시 리·통·반 설치 및 운영조례'에는 이장의 첫 번째 임무로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행정기관에 전달'을 규정하고 있다.
안용주 면장은 "주민들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장의 신분으로 집회를 개최하고, 사업의 반대에 직접 나서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했으나 듣지 않았다"라며 "주민 의견 전달이 아닌 집회의 주체가 돼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문제"라고 이장 해임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안 면장은 '사천시 리·통·반 설치 및 운영조례' 제9조 4항 '시정시책 추진에 반하는 행위 및 행정기관과 지역주민 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행위'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장이라는 이유로 정책 비판 자유 제한하는 건 위헌적 발상"
갈등이 커지자, 사남면과 사천시는 "이장은 시비로 수당을 받고 있으니 행정에 협조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정국정 전 이장은 "마을 주민이 비밀투표로 이장을 선출하면, 면장이 선출된 이장을 추인하는 것이 관례였고, 주민자치를 인정하는 방식이었다"라며 "수당을 받는다고 아무런 비판이나 의견을 내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라고 맞받았다.
특히, 정씨는 "이장이라는 이유로 정책 비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라며 "주민자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려 하고 있다"고 해임 무효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다.
여기에 병둔마을 개발위원회는 해임 직후 "정국정씨는 우리 주민들의 전폭 지지를 받고 있다"며 새 이장 추천을 거부했다.
이번 이장 해임 조치가 오히려 주민과 행정 간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11월 5일로 예정된 법원의 가처분 심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사천시는 1670여 억 원의 국비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좌초돼선 안 된다면서 원안 노선 적극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후 여러 기관단체가 참여한 국대도 원안 노선 찬성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