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저출생 대응을 위한 주거지원 등에 1조 원 이상을 편성한 2025년 예산안을 31일 발표했다. 총 48조407억 원. 13년 만에 축소 편성됐던 올해 본 예산과 비교하면 2조3002억 원 늘어났다. 서울시는 이를 ▲ 저출생 대응 ▲ 건강도시 서울 ▲ 경제 ▲ 돌봄 ▲ 안심하고 누리는 일상 ▲ 글로벌 매력 도시 ▲ 균형발전 등 7대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발표에 나선 오세훈 시장은 이번 예산안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핵심을 말씀드리자면 이렇다. '약자와의 동행' 예산은 조금 늘었다. 건전재정기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채무는 최대한 노력해서 관리하고 있다. (중략)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는 물론, 기후위기와 도시기반시설 노후화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 지키는데 중점을 두면서 2025년 예산안을 편성했다."
저출생 대응뿐 아니라 건강도시에도 집중
서울시는 먼저 저출생 대응을 위해 신혼부부 및 청년 대상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에 1조 원 이상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에 자녀 출산과 수에 따라 거주기간 및 저렴한 매입기회를 제공하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을 비롯한 신혼부부 주택을 4000가구, 청년 주택을 2504가구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에 드는 예산은 총 1조1091억 원. 2024년 대비 약 3705억 원 더 늘어났다.
또한 ▲ 자녀출산 무주택가구 주거비 지원(52억) ▲ 25~49세 가임력 검사비 지원(35억) ▲ 1인 자영업자 임산부·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지원(35억) 등 임신 및 출산지원 사업에 약 1911억 원을 편성하고 서울형 키즈카페 조성·운영 등 양육 부담 경감 사업에 2316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건강도시 서울' 관련 주요 사업으론 ▲ 7979 서울 러닝크루 운영(4억) ▲ 러너·자전거스테이션 등 운동 편의시설 확충(32억) 등이 소개됐다. 무엇보다 오세훈표 건강관리 서비스로 알려진 '손목닥터9988' 예산으로는 전년 대비 165억 원 가량 늘어난 약 304억 원을 편성했다. 서울페이머니 전환이 가능한 인센티브를 지급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데 사용자 수가 올해 153만 명에서 내년 250만 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 시립병원 비상진료체계 유지·지원(757억) ▲ 소아 응급의료체계 구축·운영(106억) 등에도 예산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특히 감염병 전담병원 해제 및 의정갈등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립병원 6곳을 지원할 예산에는 시 재난관리기금 663억 원이 포함됐다.
오 시장은 건강도시 서울을 강조하는 까닭을 묻는 질문에 "건강보험재정 지출증가로 내년부터 1조 원 이상 적자가 예상된다. 튼실하게 관리되던 건보재정이 문재인 정부 이후 급격히 악화돼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즉,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란 답변이다.
그는 아울러 "꼭 재정적 문제가 아니더라도 건강하게 수명이 다할 때까지 건강하게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는 젊었을 때부터 몸과 마음을 관리해야 한다. 그건 서울시만 아니라 나라 전체의 과제"라고도 덧붙였다.
"전임 때 '관변단체' 세금 쓰는 것 보고 후회, 그분들 혜택 받을 자격 있어"
경제 분야 주요 사업은 크게 기업 R&D 지원과 소상공인 지원으로 나뉘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서울형 R&D 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53억 원 증액한 421억 원으로 편성했다. '사람 중심의 동행 매력 가치'를 담아 올해 처음 열렸던 ICT 박람회 '스마트라이프위크(SLW)'에도 전년 대비 23억 원을 늘린 39억 원을 편성했다.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을 빠르게 찾아내서 지원하고 안전한 폐업도 지원하는 소상공인 종합지원 예산은 251억 원으로 편성됐다.
돌봄 분야 주요 사업 중 가장 큰 예산이 책정된 사업은 '어르신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이었다. 총 9만7874개의 어르신 일자리를 지원하는 해당 사업 예산은 총 2723억 원이 편성됐다. 또한 ▲ 저소득 어르신 급식 지원(441억) ▲ 치매 어르신 치료 및 돌봄 지원(281억) 등에 예산이 편성됐다. 서울시는 매일 2000명의 결식 우려 어르신에게 대량조리 방식을 통해 만든 도시락 및 밑반찬을 제공하는 '서울밥상' 사업을 기존 저소득 어르신 급식 지원 사업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기후위기 대응 예산 주요사업으론 ▲ 기후동행카드(1109억) ▲ 재생열 공사 보조금 시범사업(20억) ▲ 대심도 터널 1단계 건설 및 2단계 타당성 조사(807억) ▲ 이수과천 복합터널 건설(127억) 등이 제시됐다.
오세훈 시장은 7대 분야 외 광복 80주년을 맞아 보훈예산도 확대했다고 밝혔다. 특히 보훈 대상자 예우 강화 관련 예산으로 1047억 원을 책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6.25 및 베트남전 참전유공자 대상 참전 명예수당은 월 15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4.19 혁명 및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 등에 대한 보훈명예수당은 월 1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증액한다.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에 해당되는 국가유공자 본인 또는 유족에게 주어지던 생활보조수당 연령기준(만 65세 이상)을 없애 전 연령대로 확대지급한다. 국가유공자 사망조의금(20만 원)도 신설했다.
오 시장은 '국가보훈부가 아닌 서울시에서 보훈예산을 확대하는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에 "(박원순 전 시장 때) 시민단체라 강변하지만 당시 제 기준에선 '관변단체'인 데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시민세금을 엄청나게 가져다 쓰는 것을 보면서 '왜 나는 시장일 때 보훈대상자에게 (돈을) 드리는 것을 그렇게 아꼈을까' 참 후회를 했다"며 "(보훈대상자)그분들이야말로 시민세금으로 미력이나마 혜택을 받으셔야 하는, 정말 자격 있는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건전재정 유지가 확고한 원칙"
한편, 오세훈 시장은 2025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도 전임 박원순 시장 때와 달리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해서 미래세대에 부담을 안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그는 "'약자와의 동행'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1조64억 원 정도 늘었지만 예산편성과정을 약자동행지수 평가결과와 연계되도록 해 재정규모에 큰 증가는 없었다. 시의 채무 규모도 11조 수준에서 소폭 하향 곡선"이라며 "건전재정 유지가 확고한 원칙이다. 서울의 미래에 적극 투자하되 미래세대에 부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후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2007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시 예산총액 증감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건전재정은 저의 시정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예산이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땐 2배 이상 상승했지만 자신이 재임할 땐 그 상승 폭을 적절히 제어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예산을 투입해 정책적 성과를 내면서도 향후 후손들의 부담은 최소화하는 재정을 어떻게 물려주느냐, 이건 현실적으로 매우 난해한 작업"이라며 "정말 각고의 노력을 하지 않음 이런 그래프가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