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동부 지역의 기습 폭우로 인한 사망자가 158명으로 급증했다.
스페인 구조 당국은 31일(현지 시각) 오후 4시 현재 발렌시아 지역 사망자가 155명으로 늘었으며 카스티야 라 만차에서는 2명, 안달루시아에서 1명의 사망자가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1973년 10월 스페인에서 홍수로 300명이 사망한 이후 51년 만에 최악의 인명 피해다.
오스카르 푸엔테 교통부 장관은 "안타깝게도 일부 차 안에서 사망자가 발견됐다"라고 말했다. 구조 당국이 급류에 휩쓸려간 자동차 내부와 물에 잠긴 건물 등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확한 실종 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앙헬 빅토르 토레스 국토정책부 장관은 "지금까지 전체 사망 인원이 158명이고, 실종자도 수십 명 더 추가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AP 통신은 "홍수가 좁은 거리를 죽음의 함정으로 만들었고, 집과 건물을 휩쓸고 강을 만들었다"라며 "도로를 망가뜨려 그 위에 있던 사람과 자동차 등 모든 것을 쓸어버렸다"라고 전했다.
스페인 정부는 이날부터 내달 2일까지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도 스페인 홍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조기를 게양했다.
스페인 남동부 지역에는 지난 29일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안달루시아 지역에는 10월 한 달 동안 내릴 비의 4배나 되는 양이 하루 만에 내리기도 했다.
기상청 "비 더 내릴 것"... 홍수 원인은 지구온난화?
스페인 기상청은 일단 위급 상황은 지났으나, 이번 주에 비가 다시 온다고 예보하면서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날 수해 현장을 찾은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폭풍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다"라며 "집에 머물면서 응급 서비스의 권고를 따르면 생명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우선순위는 희생자와 실종자를 찾아서 그 가족들의 고통을 끝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도로와 철로 등 교통망이 막혀 피해 지역에 구호품 전달이 늦어지자 약탈 행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상점이나 쇼핑몰에 무단 진입해 물건을 훔친 혐의로 39명을 체포했다.
한 용의자는 "우리는 도둑이 아니다. 당장 먹을 것이 없는데 어떡하느냐"라며 "(상점에서) 아기에게 먹일 이유식을 가지고 나왔다"라고 호소했다.
이번 기습 폭우는 매년 이때마다 이베리아반도에 흔히 발생하는 '고고도 저기압'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가 더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강과 하천이 순식간에 범람했고, 당국이 대피령도 늦게 내리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 통신은 "스페인의 점점 더 높아지는 기온과 극심한 가뭄, 지중해의 온난화가 원인"이라며 "가뭄 때문에 땅이 너무 딱딱해져 비를 흡수하지 못해 홍수가 발생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구온난화를 연구하는 국제과학자그룹을 이끄는 런던 임페리얼갈 칼리지의 프리데리케 오토 박사는 "폭발적인 기습 폭우가 기후변화로 인해 더 강해졌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