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아침마다 깨워서 '밥 먹고 가라'고 하는 엄마의 잔소리가 너무 듣기 싫었다.
초등학생 때는 아침에 입맛이 없어서 먹기 싫었다. 먹기 싫은데 다 먹지 못하면 호랑이 엄마가 소리칠게 분명했기 때문에 억지로 몇 숟갈 먹는 듯하다 엄마가 등을 돌릴 때 아빠 밥그릇에 내 밥을 크게 떠서 덜어준다. 아침밥을 빨리 밥 먹는 아빠가 신기해서 "아빠는 어떻게 그렇게 밥을 빨리 삼켜?"라고 물어보기도 했었다.
중고등학생 때는 아침밥보다는 잠을 더 자고 싶어서 조금만 더 하다가 늦어서 헐레벌떡 등교했었다. 아침에 아무것도 안 먹고 학교 가니 1, 2교시가 끝나면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전쟁이라도 난 듯이 크게 났었다.
'내일은 꼭 아침 먹고 가야지' 마음먹어도 다음날 아침도 역시나 늦잠이다. 쉬는 시간에 눈썹이 휘날리도록 매점으로 뛰어가서 샌드위치를 입에 문다.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공부보다는 늘 배고파서 매점으로 급식실로 뛰어갔던 내가 생각이 난다.
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가 아침밥을 잘 안 먹고 가면 그날 하루종일 내 마음이 불편했다.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할 때 울면서 헤어질 때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는데, 울지 않는 어린이가 됐을 때는 아침을 잘 안 먹고 가면 마치 내가 학교에 있는 것처럼 '지금쯤 얼마나 배고플까'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먹고 가야지. 이렇게 아무것도 안 먹고 가면 어떻게 해!"라고 예전의 우리 엄마가 나한테 했던 것처럼 딸에게 아침마다 잔소리를 하게 된다.
그럼 딸은 "배 안 고파"라고 한다. '아침에 입맛이 없으니 먹고 싶지 않겠지'라고 이해해보려 하는데 또 다른 새날이 되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호랑이가 돼 있다.
아침에 간단하고 아이들이 잘 먹는 메뉴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아침메뉴라고 하면 간장계란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편식이 심했던 내가 유일하게 잘 먹었던 메뉴가 간장계란밥이었다. 그래서 아이한테도 간장계란밥을 해줬는데 이상하게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걸 해줄까 하다
'케돈계란밥'을 만들어줬다. 케돈계란밥은 케첩, 돈가스소스, 계란, 후랑크햄을 넣고 볶는 것이다. 바쁜 아침에 볶음밥 같이 빠르게 완성되는 메뉴도 없다.
①달궈진 프라이팬에 양파, 햄을 넣고 볶아주다 계란을 깨 준다. ②케첩, 돈가스소스, 물(소량) 넣고 섞어준다. ③골고루 양념이 들면 밥을 넣고 볶아주면 완성이다. 햄도 들어가고 맛이 달달해서 그런지 간장계란밥은 안 먹어도 케돈볶음밥은 그나마 잘 먹는다.
그 다음으로는 쌀쌀한 요즘 아침에 어울리는
'감자수프'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여름 아침엔 따뜻한 수프가 먹고 싶지 않는데 날씨가 쌀쌀해지면 호호 불어먹는 부드럽게 넘어가는 수프가 먹고 싶어 진다. 감자수프는 전날에 만들어서 아침에 먹어도 좋다. ①감자는 찌고 양파는 버터에 볶아 ②믹서에 우유 한 컵 넣고 ③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완성이다.
밥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메뉴이며, 빵과 함께 먹으면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갈 수 있다.
김에 밥 싸 먹는 건 너무 많이 먹어서 질렸다고 하지만
'김밥 안에 스팸'이 있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①당근과 피망을 넣고 간해서 볶아준다. ②밥에 볶아준 야채를 넣고 비벼준다. ③스팸을 먹기 좋게 썰어 구워준다(나는 꼬마김밥으로 만들 것이다). ④김을 1/4로 자르고 밥을 넓게 펴준다 ⑤그 위에 스팸을 올리고 돌돌 말아주면 완성.
이렇게 만들어주면 바쁜 아침에 입에 집어넣어주기도 좋다(어른들이 먹을 김밥에는 청양고추 추가해 주면 훨씬 맛있다). 스팸김밥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계란과 스팸을 함께 넣어 간단하게 주먹밥을 만들어도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는 아침메뉴가 된다.
어떻게든 한 숟갈 먹여 학교 보내고 싶었던 마음을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깐 우리 엄마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됐다. 오늘도 나는 안 먹겠다고 하는 딸에게 한 숟갈이라도 더 먹고 가게 맛있는 아침메뉴를 고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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