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를 마친 농촌 마을은 해마다 영농 부산물 처리 문제로 골치를 앓는다. 마을 곳곳에서 들깨와 고춧대 등의 농업 부산물을 태우기 때문이다. 자칫 산불로 번질 위험성도 큰 데다가 대기를 오염시켜 주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충남 홍성군에서는 영농 부산물을 밭에서 직접 파쇄해 거름으로 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홍성군 농업기술센터는 지난 봄부터 최근까지 영농부산물파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밭으로 직접 찾아가 파쇄 기계로 영농 부산물을 직접 처리해 주는 방식이다. 농민들의 호응도 뜨겁다.
홍성군 장곡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A씨는 "시골 농촌에서는 들깨와 고춧대 등 농업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많다. 밭에 그대로 파쇄하면 그 자체로 거름(퇴비)이 된다. 본래 벼는 볏짚으로, 들깨는 들깨대를 거름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 성분 그대로 거름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에는 아궁이에 태우거나 그 자리에서 소각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 젊은 농민들은 경운기나 트랙터를 이용해 농작물을 집으로 가져갔다"라며 "그러나 나이가 들면 그것도 어렵다. (군에서) 직접 파쇄를 해 주니 상당히 편하다"라고 말했다.
"농민 만족도 상당히 높아... 밭이 유기물 증가 효과"
곽현정 장곡면 상송리 1리이장도 "농민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신청자도 늘고 있다. 영농 부산물을 모아만 놓으면 밭으로 직접 나와서 파쇄를 해 준다. 5cm 미만의 크기로 파쇄가 되는데, 그대로 퇴비가 돼 밭에 유기물이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라며 "영농 부산물을 태우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민들이 개별적으로 파쇄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 마을의 경우, 주민들에게 널리 권장하기 위해 한번에 모아서 파쇄 신청을 하고 있다. 마을 차원에서 11월 21일에 추가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홍성군 농업기술센터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진행하고 있다. 2차로 11월과 12월에도 영농부산물 파쇄 지원을 할 계획이다.
홍성군 농업 기술센터 작물환경팀 관계자는 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농민들이 농업 부산물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산불이 발생하기도 한다. 미세먼지도 발생하고 이산화탄소가 증가한다.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월에는 25ha 이상을 파쇄했다. 지난 봄에는 100ha 이상의 농지에 파쇄 지원을 했다. 지난 봄에 요청을 했던 농민들이 가을에도 또다시 지원 요청을 하고 있다. 또한 이웃집 밭에서 파쇄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역 환경단체도 반기고 있다.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김미선 활동가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초본류(초본 식물)의 경우에도 태우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1차적으로는 온실가스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차적으로는 그 자체로 퇴비가 돼 화학비료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