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금서 조례' 논란에도 불구하고 충남 도서관 조례 개정안을 예고한 것에 대해 지역 시민사회 단체들이 '도서 검열이자 금서 조치'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 10월 29일 '충청남도 도서관 및 독서문화 진흥 조례일부 개정 조례안'을 예고 했다. 개정안은 ▲자료선정시 실무위원회의를 심의할 것 ▲도서관장은 반국가적·반사회적· 반인륜적 자료가 반입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금서 조례' 논란이 일고 있다.
충남도의회는 조례안개정안 공고 직후, 개정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의견 제출 마감일인 지난 4일 충남 지역 시민사회는 "해당 개정안에 반대한다"며 도의회에 의견서를 체출했다.
의견서에는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어린이책시민연대 등의 50개 시민사회 단체와 24명의 개인이 연명 형태로 참여했다. 이들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한 헌법 21조를 근거로 이번 조례가 자칫 '도서 검열의 단초를 제공하는 금서' 조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단체는 "책의 유해성 논란 이전에 도서 검열의 위험성과 지적 권리의 침해를 먼저 재고 해야 한다"며 "최근 경기도에서 일어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폐기 사태로 도서 검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다"고 지적했다.
"도서관장의 자의적 판단으로 도서제한 조치 가능 우려"
개정안에 포함된 '실무위원회 구성' 문제에 대해 단체는 "도서를 선정하는 도서관 사서의 고유권한을 침해할 뿐 아니라 도서관 실무위원회의 구성원에 따라서 도서의 반입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도서 선정 과정에 일부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이 일방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반사회적·반인륜적 자료(도서)'라는 규정에 대해서도 "규정의 모호함은 도서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도서관장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도서(반입) 제한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2023년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다 작가의 <걸스토크>를 비롯한 10권의 성평등·성교육 도서에 대해 열람 제한 조치를 취했다. '부모 동반'을 조건으로 책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지만 결국 '도서 검열'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단체는 '금서 조례안'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이 추진해온 충남인권조례 폐지 사태와 지난해 충남도(지사 김태흠)의 '도서관 금서 조치' 등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충남도의회는 국민의힘 32석, 민주당 14석, 무소속 2석이다.
장규진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는 "충남도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충남인권조례와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앞장서 왔다"며 "뿐만 아니라 김태흠(국민의힘) 충남지사도 지난해 성평등·성교육 도서에 대해 열람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일련의 사태와 이번 '금서 조례안'이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이번 조례안은 그 차체로 도서 검열이 되어 도서관 사서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 조례안은 당연히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몽 활동가도 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태흠 충남지사가 '열람 제한' 조치와 같은 도정을 펼치더라도 도의회는 이를 견제하고 수정할 수 있는 책임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도의회가 나서서 성평등·성교육 도서를 본격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례안은 도서관 자체에서 책을 자체적으로 검열할 수 있도록 하는 독소조항이 들어 있다"며 "조례가 충남도의회를 절대 통과해선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금서 조례' 논란과 관련해 해당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이상근(국민의힘) 충남도의원은 최근 <오마이뉴스>에 "출판법에는 도서 서정 후에도 해당 도서에 유해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의를 제기하고, 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서 "도서관장의 책임과 의무를 조례에 담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