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2023년 6월 28일. 수원 광교 '이의119안전센터'에 "사이렌 소리는 시끄러운 소음공해"라며 급기야 '혐오시설'이라는 표현까지 쓰던 인근 아파트 주민과 소방당국이 간담회를 열어 결국 사이렌 소리를 일부 구간에서 줄이기로 협의했다. 이의119안전센터는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하동 및 장안구 연무동, 상광교동, 하광교동 시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곳이다.
#2. 2017년에는 소방서 하나 없던 금천구에 금천소방서를 세우고자 했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집단으로 민원을 넣었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서울시 25개구에서 가장 늦은, 2022년 1월이 되어서야 개서했다.
#3. 소방인력 인건비와 장비의 노후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소방안전교부세'가 1년 연장된 올해 '일몰제'로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소관부처인 행안부도 '일몰제'를 이유로 폐지를 추진, 소방재정 악화와 국민 안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임박하면서 계절적으로 심뇌혈관 질환 등 응급환자가 많아지는 때다. 특히 온도 변화가 심하면 심장과 뇌혈관에 부담이 늘어 뇌출혈과 심근경색 등 관련 질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대학병원 등 의료공백으로 인한 중증 환자 사망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응급환자를 위한 1분, 1초가 골든타임과 직결된다.
겨울철 화재도 이맘때 집중돼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화재발생 위험이 높다"며 겨울철 화재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최근 5년간(2019~2023년) 화재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시기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때만 총 6907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경기도 역시 겨울에만 연 2444건의 화재가 발생해 '화재안전대책'을 가동했다고 3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시민이 응급상황에서 출동하는 소방차와 119 구급차량에 대해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다. 줄여달라", "집값 떨어진다"며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민원을 넣어 빈축을 사고 있다.
소방차와 119 구급차량은 경찰 순찰차와 함께 '긴급자동차'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부 아파트 혹은 주택가에서 "시끄럽다"는 민원을 제기해 소방관과 응급구조사의 골든타임 확보에 적잖은 어려움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또, 올해를 기점으로 소방안전교부세가 폐지될 것으로 보여, 소방관의 개인 장비와 보건, 안전 지원 축소가 우려되는 것은 물론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 예산 불균형마저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추위로 창문 닫고 음악... 사이렌, 오히려 잘 들려야 한다
교통량이 많은 차량 정체구간이나 전통시장과 같은 곳은 도로가 협소해 소방활동에 차량 운전자나 인근 주민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출동과 함께 사이렌을 울려야 사전에 진입로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최근 날씨가 추워지자 차량 창문을 닫은 채 히터를 켜고 음악을 켜 놓는 운전자가 많아 사이렌 소리는 쉽게 묻힐 수 있다.
소방차 사이렌은 현행법에 따라 소방차 전방 30m 떨어진 곳에서 90~120데시벨(㏈ ) 이하의 사이렌을 설치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듣는 소음은 통상 50㏈이다. 중형차 이하가 110㏈, 중대형~대형차가 112㏈ 이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소방 활동에 장애가 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소방안전원에 따르면 "미국은 결코 음량 조절에 타협하지 않는다"면서 "사이렌을 줄여야 한다는 논란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다수"라고 밝혔다. 시끄럽다는 민원은 거의 찾을 수 없는 대신, 오히려 청력 손상을 호소하는 소방공무원이 있을 정도다.
긴급출동에 나서는 차량은 빠른 속도로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 상황을 소리로 알리지 않는다면, 이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차량과 추돌 등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소방청은 "신속한 출동은 물론, 출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사이렌은 잘 들려야 하고, 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차량 통행이 확보된 새벽이나 심야에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사이렌을 잠시 줄이기도 한다"는 게 소방청의 답변이다.
충북 제천의 한 시민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그제서야 무슨 일이 있나? 하고 운전 속도를 줄이게 된다"면서 "2017년에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가 크게 났었다. 그때 소방관분들 생각하면 적극 협조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게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서는 '혐오시설'이 아닙니다
소방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한 해 119 신고만 무려 1196만 건에 달했다. '화재'와 '구급' 관련 신고는 소폭 하락했지만 '구조'와 '생활안전'은 오히려 크게 상승했다. 우리가 주변에서 소방차를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단지 내 소방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올초에는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주민들이 집값 하락과 소음을 이유로 119안전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도15구역의 재개발을 위한 공공시설 수요 조사에서 소방재난본부가 119안전센터가 필요하다는 제안에 반대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수원 광교신도시도 출동 사이렌 끄고, 민원 과정에서 일부는 소방서를 '혐오시설'이라 칭하고, 당시 입주자 대표회는 출동 사이렌을 소음 공해라 강조했다. 하지만, 사이렌은 생활 소음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에는 사이렌 소리가 (우리나라보다) 더 크지만, 그걸로 인해 민원을 넣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먼서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생명과 재산이 달린 일이기 때문에 넓게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무늬만 국가직' 예산 0원... '소방안전교부세'마저 일몰제로 올해 폐지
지난해 의결했던 소방안전교부세의 75% 이상을 소방 분야에 쓰도록 하는 법안의 일몰 시점이 돌아왔다는 점도 소방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소방안전교부세의 소방분야 배분 비율과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소방공무원이 지난 2020년 4월 1일, 국가공무원으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소방안전교부세'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여전히 주요 예산을 지방재정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국가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안전교부세는 노후된 소방 장비의 교체와 보충, 인건비 등을 충당할 목적으로 2015년 도입됐다. 담배 한 갑에 개별소비세 총액의 45%가 소방안전교부세로 배분된다. 그중 다시 25%는 소방공무원 인건비, 나머지 20%는 소방 안전시설 관련 추진 비용으로 나뉜다.
이와 관련, 경기연구원이 지난 10월 31일 밝힌 '지방재정 부담 과중에 따른 소방 재원 확보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소방안전교부세가 신설됐지만 기존의 국고보조금 역할을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지방재정에 의존도가 높은 만큼 지속 가능한 소방서비스 공급이 저해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부분에 대해 경기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지방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되, 지역자원시설세의 탄력 세율 적용과 담배 개별소비세에서 소방안전교부세 비중 확대, 소방 장비 및 시설 확충의 안정성 보장 등을 제시했다.
이창석 소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가직인데 국가 예산이 없는 유일한 공무원이 소방공무원"이라며 "올해 일몰제로 폐지되어선 안 된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큰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 관심 가져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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