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 서하면 일대 마을에서 사용 중인 개인 정화조의 오폐수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마을 전체에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금이야 날씨가 추워지니 괜찮지만, 여름이면 하천에서 나는 악취가 너무 심해 손자들이 방학을 맞아 찾아와도 하천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마을 주민들은 매년 함양군이 진행하는 '군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공공하수처리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예산 부족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고, 소규모 가구들이 있는 지역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서하면은 함양군 내에서도 상류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이곳에서 발생한 오폐수는 하천을 따라 화림동 계곡을 거쳐 남강으로 유입된다. 이로 인해 지자체의 특별한 관리와 관심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함양군에 따르면, 관내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설치된 지역은 전체 269개 마을 중 145개에 불과하다. 개인 정화조, 즉 개인하수처리시설은 건물이나 시설에서 발생하는 오수를 침전 및 분해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정화조에 유입된 분뇨는 액체와 고체로 분리돼, 고체는 정기적으로 수거되고 액체는 일부 정화된 후 하천으로 방류된다. 그러나 수질이 충분히 개선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동철 경상국립대학교 환경생명화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정화조는 플라스틱 통에 불과하다"라며 "단순히 고체와 액체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정도이며, 정화조에서 나오는 물은 정화된 상태로 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문제에도 많은 지자체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하수도법 시행규칙 개인하수처리시설의 방류수수질기준을 살펴보면 오수처리 시설은 수변 구역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최대 20ppm을 넘지 않아야 한다. 반면, 정화조는 1차 처리장치에서 부유물질의 50%(수변 및 특정지역은 65%) 이상이 제거된 것을 방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오폐수가 특별한 화학적 처리 없이도 하천에 방류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BOD 측정법에서는 하천수 기준 BOD가 5ppm 이상이면 자정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고, 10ppm을 초과하면 매우 오염된 물로 간주한다. 그럼에도 농도가 짙은 오폐수가 하천에 유입되는 것은 '많은 물과 희석되면 괜찮다'는 단순한 생각에 기인한 것이다.
더불어 하천을 거쳐 흐르는 오폐수가 토양이나 식물에 의해 일부 정화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적정 수준에서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BOD는 물속에 있는 호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산소 소모량을 말하며 용존산소량 농도변화를 통해 유기물의 양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함양군 내 개인 정화조에 대한 수질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함양군 관계자는 "개인 정화조는 환경부에서 승인한 제품으로 별도의 수질검사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청정'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함양군이 더욱 엄격한 관리와 관련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개인 정화조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를 제외한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 또한 하천에 방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시골의 매력은 공기 좋고 물이 좋다는 것인데, 이제는 옛말이 돼버렸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과거에는 마을 앞 하천에서 수영도 하고 낚시도 즐겼지만, 지금은 그저 겉모습만 그럴듯한 하천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또한, 함양군의 대표 관광지인 농월정의 수질도 심각한 상태로 파악됐다. 11월 6일 오전 11시께, 현장을 방문한 취재진은 유속이 빠른 구간에서는 물이 비교적 깨끗해 보였으나, 물이 정체된 농월정과 정자를 잇는 교각 아래에는 느린 유속 탓도 있지만 많은 거품은 물론, 탁도가 높아 수질 악화의 심각성을 확인했다.
수질 전문가들은 이러한 거품에 대해 두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첫째, 가정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와 관련된 것, 둘째는 분뇨로 인한 폐수다. 한 전문가는 "가정에서 사용되는 세제가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 유속이 빠른 지점에서 거품이 보이는 것은 세제의 영향이 클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유속이 느린 지점에서 기포가 생기는 것은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며 발생하는 것으로 상당히 오염된 수질의 신호"라고 설명했다.
농월정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손님들이 농월정의 좋은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 찾지만, 매번 하는 말이 물은 '똥물'이라고 말한다"며 "지난해만 해도 여름이면 바위에 이끼가 많이 끼어서 관광객이 밟고 미끄러져 여러 차례 구급차기 오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 (곽영군)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