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freepik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의 특정 부위를 찍은 사진·영상을 편집한 불법합성물(딥페이크)을 제작‧유포하는 행위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초‧중‧고등학교에서 졸업앨범 제작과 관련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남지부와 경남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경남지역 불법합성물 사태 공동대책위원회'는 "디지털 성폭력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졸업앨범에 실리는 사진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지난 6일 경남도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 시대는 일상에서조차 개인의 사진, 신상정보, 영상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라며 "곧 다가올 졸업을 기뻐하기 보다 앨범 촬영부터 고민해야 하고, 공동체의 활동을 기념으로 남기기 위한 사진도 불법합성 피해를 입게 될까봐 꺼리게 돼 촬영하지 못하는 불안한 나날들을 우리는 살고 있다"라고 했다.

"졸업앨범 포기 학교는 없지만... 여성 교직원들 기피 경향 있어"

<오마이뉴스>는 11일 경남도교육청과 전교조 경남지부를 통해 졸업앨범 제작 관련 현황을 파악했다. 이날 기준으로 앨범 속 사진이 불법합성물에 사용될 가능성을 우려해 제작을 포기한 학교는 없는 상태다.

경남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관계자는 "졸업앨범 제작을 앞두고 불법합성물 때문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해서 전체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파악을 했다"라며 "현재까지 이 문제 때문에 앨범 제작을 포기한 학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여성 교직원들이 사진을 찍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그래서 단체 사진으로 갈음하는 학교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졸업 앨범 사진의 불법합성물 사용은 최근에도 드러난 바 있다. 지난 8월 경남 하동 소재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들이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 여학생의 사진과 음란물을 합성한 성착취물을 제작해 충격을 줬는데, 이때 사용된 사진이 초등학교 졸업앨범에 실렸던 사진이었던 것.

이희진 전교조 경남지부 정책실장은 "실제로 졸업앨범 사진을 불법합성물 제작에 사용한 사례가 있다 보니, 앨범에 들어갈 사진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높아지는 게 사실"이라며 "관련 상담도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앨범 제작 업무를 맡은 교사가 "딥페이크 자료를 만드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라 하고, 사진을 찍을 때 학생들 사이에서 "딥페이크 사진으로 사용되는 거 아니냐"라는 말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졸업 학년 담임이 아닌 교사들은 앨범 사진을 찍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이 정책실장은 "이전에는 학교 교사들은 거의 대부분 얼굴 사진을 찍었지만, 지금은 졸업 학년 담임 이외에는 없다"라며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불법합성물에 사용될까봐 우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불법합성 성착취물에 대한 불안감은 고등학생보다 중학생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경남지부가 학생의날을 앞두고 지난 10월 15~30일 사이 중·고생 21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생활실태조사 결과, 불법합성 성착취물의 불안감에 대해 고등학생은 7.7%, 중학생은 72.3%가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 정책실장은 "몇 해 전에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 온라인 수업 중인 교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입양하시면 10만원 드림. 진지하니까 잼민이(초등학생 비하 단어) 드립치면 신고함'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던 적이 있었다"라며 "마찬가지로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언제 어떻게 자신의 사진이 사용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 한다"라고 말했다.

10월 31일까지 올해 상담한 건수가 무려 '2074건'

 경남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경남지역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사태 공동대책위원회'는 6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남도청, 교육청, 경찰청, 도의회의 디지털 성폭력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한다"라고 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경남지역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사태 공동대책위원회'는 6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남도청, 교육청, 경찰청, 도의회의 디지털 성폭력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한다"라고 했다. ⓒ 윤성효

불법합성 성착취물 관련한 상담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남)디지털성범죄지역특화상담소가 지난 10월 31일까지 올해 상담한 건수가 무려 2074건에 이르렀다.

이 수치를 언급한 이 정책실장은 "이 상담의 80% 정도가 10대 청소년들이다. 그렇다면 경남에서만 올해 1500여 건의 불법합성 성착취물과 관련한 피해 상담이 있었다는 말이 된다"라며 "그만큼 학생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졸업앨범이 나오면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졸업앨범을 CD로 제작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불법합성이 더 쉬워질 수 있다"라며 "사진 파일에 딥페이크 방지 기술을 걸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제시했다.

졸업앨범 제작을 포기한 학교가 없다는 것에 대해, 이 정책실장은 "이미 학교마다 업체와 계약을 추진했다. 해약을 할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니 추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딥페이크 예방을 위해 앨범 제작을 포기하는 학교가 있다면 위약금 부담에 대한 재정지원을 하거나 관련 대책을 세워 같이 안내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이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도 주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졸업앨범은 공적으로 촬영을 한 것이기에 불법합성으로 도용될 가능성의 우려에 대한 안전 장치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려하는 교사나 학생의 숫자가 적다고 해도 대책은 필요하다"라고 제시했다.

대책과 관련해 이희진 정책실장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예방교육을 학생 뿐만 아니라 성인들까지도 넓혀 나가야 한다. 그런데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관련 예산이 없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경남지역 불법합성물 사태 공동대책위원회는 경남도청, 경남도교육청, 경남도의회에 "성폭력 예방교육 예산 확대와 성폭력 피해자 지원체계 강화", "도민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 학교 내 성폭력 예방교육, 관련 예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딥페이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