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복, 구조 장갑, 방화 장화, 랜턴 등 한 번 재난 현장에 투입돼 들어갔다가 나오면 화염으로 인해 다시 쓰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세탁하고 제독(독을 없애는 일)해서 쓰지만 유해화학물질이 심하게 묻어서 두렵고 화재로부터 보호하는 기능도 떨어집니다. 이런 데 쓰는 돈이 이제는 없어진다고 합니다."
소방관들의 열악한 업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소방안전교부세 중 소방분야에 75% 이상 사용을 명시한 특례규정 일몰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소방공무원들이 소방안전교부세 확대와 정식 법제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소방안전교부세는 현행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에 따라 지난 2015년 도입된 제도로 담배 개별소비세 총액의 20%(1갑당 119원)를 재원으로 한다. 이 가운데 25%는 소방 인력의 인건비로 우선 사용되고 75%는 소방·안전 분야에 투입하되 두 분야를 기준으로 소방분야에 75% 이상 반드시 투입되도록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특례규정은 한시적 일몰조항으로 매 3년마다 연장됐으나 지난해에는 올해 말까지로 1년 연장됐다. 현재 일몰 기한은 50일도 남지 않았다.
현재 여야는 지방 소방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지방교부세법을 개정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은 소방안전교부세 배분비율 규정을 시행령에서 모법인 지방교부세법으로 상향 규정하되 시행령에서 15% 범위에서 가감해 조정할 수 있는 탄력비율제를 도입하는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탄력비율이 적용될 경우 소방분야에 대한 배분비율은 현행 75%에서 90%까지 늘어날 수 있고 안전분야의 배분비율도 35%에서 40%까지 늘어날 수 있다.
또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서구을)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소방분야 배분비율(75%)을 법률에 명시해 재난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소방 장비와 시설 확충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
"소방안전교부세 폐지는 국민 안전에 큰 위협"
이처럼 소방안전교부세 개정을 논의하는 가운데 전국의 소방공무원들이 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과 정부는 소방특별회계의 안정적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이 열린 13일 대구에서도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가 기자회견을 갖고 소방안전교부세 교부액 비중의 법제화와 소방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국비지원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2020년 4월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환됐지만 개정해야 할 법과 예산은 그대로 방치된 채 4년 6개월이 흘렀다"며 "인사와 예산은 그대로 시도에 맡겨진 채 사회의 한구석으로 방치됐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행정안전부는 올해를 끝으로 소방안전교부세를 폐지하려 하고 있다"며 "소방안전교부세라는 안정적 재원이 단절된다면 소방관의 안전과 국민 안전에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소방관의 신분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음에도 소방예산은 국비가 10%, 지방비가 90%로 시도예산에 의존하고 있는 기형적 구조라며 안정된 소방서비스 제공을 위해 국비 지원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구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대구지부장은 "열악한 소방현장의 노후한 장비 등 업무환경 개선을 위한 소방안전교부세가 폐지될 위기"라며 "안 그래도 현장은 열악한데 소방안전교부세가 없어지면 더욱 열악해져 소방관들은 불길에 그냥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태용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경북지부장은 "특례 규정이 폐지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 소방 재정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소방안전교부세의 확대와 법제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