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부석사에 갔다가 인근에 있는 무섬마을에 들렀다. 국가민속문화재 제278호로 지정되어 있는 무섬마을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水島)리의 우리 말 이름이다. 동쪽으로만 육지로 이어져 있을 뿐 북서남쪽 삼면은 물로 둘러 싸여 있어 안동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마을과 함께 대표적인 물도리 마을로 꼽힌다.
조선 중기 박수(朴燧)와 김대(金臺)가 들어와 자리를 잡은 이래 반남박씨(潘南朴氏)와 선성김씨(宣城金氏)가 세거하고 있는 집성촌이다. 마을에 있는 가옥의 대부분이 조선후기의 전형적인 전통고택이다. 해우당고택 , 만운고택,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만죽재고택 등. 다양한 형태의 구조와 양식을 갖춘 전통가옥을 둘러 보는 것도 무섬마을 여행의 의미라고 할 만하다.
300년 이상 육지와 연결되는 길이 오직 외나무다리밖에 없었던 고립된 마을이었지만 1979년 수도교 개통 이후 지금은 관광명소가 되었다. 수도교를 건너 마을 입구에 있는 공터에 차를 세우고 마을 골목길로 들어섰다.
나즈막한 집들, 장독대가 있는 마당, 초가지붕, 마루에 나란히 앉아 무심하게 나물을 다듬는 할머니를 바라보는 고양이. 마을은 참으로 정겹고 따뜻했다. 골목길을 나오니 마을 앞 내성천에 떠있는 외나무다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길이 150m, 폭이 겨우 30 cm 밖에 되지 않아 긴 장대에 의지하여 걸어야 했고 가마타고 시집 오는 색시도, 장례 행렬도 이 다리를 건너야 했다고 한다. 다리 중간에 마주오는 사람들을 피할 수 있는 비껴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모래사장에 내려와 내성천이 감싸고 도는 마을의 모습을 살펴보며 거닐다가 외나무다리에 올라섰다. 내성천에 물이 차면 살짝 겁이 나기도 한다. 그저 앞에 가는 사람을 보며 걷는 일에만 집중한다.
매년 가을이면 무섬마을에서 외나무다리축제가 열린다. 전통혼례와 장례행렬이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재연한다. 세월이 잠시 멈춘 듯한 고택들, 모래사장을 휘감아도는 강물,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외나무다리. 무섬마을은 평화롭고 정겨웠다.